지난 2011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약 특허권자인 GSK가 복제약사인 동아제약에게 ‘이미 출시된 복제약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향후 경쟁 의약품을 제조․판매하지 않는’ 대가로 ‘신약 판매권 등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기로 한 담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2억원을 부과했다. 특허분쟁 과정에서 당사자간 ‘부당한’ 합의를 통해 저렴한 복제약 출시를 차단함으로써 의약품의 독점기간을 연장하려는 담합행위에 대한 국내 첫 제재 사례이다. 해당 사건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복제약 출시로 인한 ‘특허 분쟁’... GSK Vs. 동아제약

의약품 시장에서 신약 특허권자는 특허로 인한 독점판매권 보장 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향유하지만, 복제약이 시장에 출시되면 약가가 인하되고 점유율이 하락한다. 따라서, 신약제약사는 특허를 활용해 의약품의 독점기간을 연장하려고 시도하고, 이른바 ‘역지불합의’와 같은 다양한 특허전략을 구사한다.

역지불합의(Reverse Payment 또는 Pay for Delay) : 신약특허권자와 복제약사가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신약사가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허분쟁 중 화해에 이른 경우 일반적으로 복제약사가 신약사에게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과 반대로 신약사가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며 합의하므로 역지불합의라 불린다.

GSK와 동아제약의 복제약 담합행위는 신약 특허권자인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여 복제약 출시를 차단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한국판 ‘역지불합의’의 첫 사례이다.

온다론 출시 당시 약가 변화

사건 당시, GSK가 개발한 신약 조프란(온단세트론)은 대표적인 항구토제로 온단세트론 성분 항구토제 시장에서는 조프란이 복제약 출시전 신약이므로 10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동아제약이 1998년 GSK의 제법과는 다른 온단세트론 제법기술을 개발, 특허를 취득한 후 복제약 온다론 제품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동아제약은 조프란 대비 70% 가격으로 온다론을 공급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했다.

치열한 경쟁상황을 예견한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발송하였고, 이후 동아제약은 1999.5월 자신의 특허가 정당하다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고 GSK는 1999.10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는 등 양사간 특허분쟁이 발생했다.

그러나 GSK와 동아제약은 특허분쟁을 종결하고, 복제약 철수와 동시에 서로 경쟁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GSK와 동아제약 합의의 경과

결국, 소비자는 저렴한 복제약 대신 고가의 신약을 구입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시장의 평균 약가가 상승하는 등 제약사와 복제약사가 소비자 이익을 나눠먹는 결과를 불러왔다.

‘복제약’ 출시 포기를 조건으로…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 제공

GSK와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철수하고 향후 항구토제 및 항바이러스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지 않는 대신, 동아제약에게 신약 판매권을 부여하는 등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양사는 1999.12.17일 의향서를 교환하고 조프란 판매권 계약 및 발트렉스 독점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GSK- 동아제약이 체결한 의향서 내용
GSK- 동아제약이 체결한 의향서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향후 조프란 및 발트렉스(대상포진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와 경쟁할 수 있는 어떠한 제품도 개발‧제조‧판매하지 않기로 하면서 양사는 관련한 모든 특허분쟁을 취하했다. 이에 GSK는 동아제약에게 조프란의 국공립병원에 대한 판매권 및 당시 국내 미출시 신약인 발트렉스 독점 판매권을 제공했다.

조프란의 경우 목표판매량의 80%만 달성해도 2년간 매출액의 25% 및 3년째는 매출액의 7% 지급, 발트렉스의 경우 판매량과 관계없이 5년간 매년 1억씩 지급하는 등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동아제약에 제공했다.

이 처럼 두 회사는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복제약 철수와 동시에 서로 경쟁하지 않기로한 합의를 실행함은 물론 위 합의를 담은 판매권 계약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면서 담합을 계속 유지‧실행했다.

저렴한 복제약 ‘선택권’을 박탈한… ‘담합행위’ 국내 첫 제재

신약 특허권자인 GSK와 복제약사인 동아제약이 서로 경쟁을 회피함으로써 담합의 이익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와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특히, GSK는 특허침해소송에서 동아제약이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분명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음에도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됐다.

또한 GSK는 특허기간 만료(2005.1.25일) 후까지 복제약 진입을 제한하였고, 특허를 갖고 있지 않은 경쟁제품(조프란 및 발트렉스와 약리성분을 달리하는 모든 경쟁제품)까지 개발․제조․판매를 못하도록 했다. 이는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합의의 대가로 제공된 조프란 및 발트렉스 판매권 계약에 동아제약으로 하여금 GSK와 경쟁할 수 있는 어떠한 제품도 개발‧제조‧판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광범위하게 경쟁을 제한한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두 회사간 합의로 인해 항구토제 시장에서 저렴한 복제약(온다론)이 퇴출되고, 경쟁의약품이 진입하지 못하는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

비경쟁 조항 비교

이러한 비경쟁조항은 GSK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체결한 동일‧유사 계약과 비교할 때,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판매권계약 기간 중에도 경쟁제품의 개발은 물론 제조 및 판매가 자유로우며 일정한 보상을 하면 복제약 출시까지 가능해 판매대리인의 영업활동에 제한이 없다.

결국, GSK와 동아제약의 행위는 신약(조프란)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던 복제약(온다론)이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소비자(환자)의 저렴한 복제약 선택권을 박탈함으로써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담합행위라는 것이 공정위 에 최종 판단이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