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Assignor estoppel)은 발명자가 양도한 특허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고 단지 특허의 청구범위를 해석하는 방법으로만 선행기술을 다툴 수 있어야 한다는 공정성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첫번째 사유가 발명가가 특정 청구항 기재 특허 발명에 대한 유효성 보증을 하기 전에 양도하는 경우이다. 이 같은 사례는 종업원 직무발명인 경우 자주 나타난다. 이에 미국 판례 비교를 통해 직무발명 사전예약승계 약정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매매의 ‘예약승계’ 약정에 해당하는…’직무발명’ 계약

직무발명을 미리 회사에 양도하기로 하는 예약승계 약정은 복잡한 법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진수 변리사

어떠한 물건의 매매는 그 물건의 권리에 대한 이전이다. 따라서 물건의 매매는 그 권리의 목적물인 물건이 계약 당시는 아니어도 이행 당시는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 즉 매매의 목적물이 계약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따라서 장래에 매매의 본 계약을 체결할거나 성립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의 예약은 예약에 의해 체결된 본 계약의 요소가 되는 내용이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88. 2. 23. 선고 86다카2768 판결, 대법원 1993. 5. 27. 선고 93다4908,4915,4922 판결, 서울고법 2012. 5. 2. 선고 2011나94884). 예약완결권을 일방이 가지는 일방예약은 예약상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본 계약이 성립한다.

직무발명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발명진흥법에 따른 “종업원의 재직 중 나올 직무발명에 대하여 회사에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시키는 계약 또는 근무규정”은 발명의 매매 약정이 아니라 매매의 예약승계 약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예약승계의 약정 당시는 발명이 나오지 않았으나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그 발명이 특정될 수 있으므로 이전 계약이 성립될 수 있다.

따라서 직무발명의 예약 승계 약정은 성립된다. 그러나 예약 승계 약정 시 또는 근무규정이 적용되는 취직 당시에는 종업원이 특정 발명을 완성하기 전이므로 종업원은 발명을 양도할 의무도 없고 회사도 그 발명을 받을 권리도 없다.

직무발명-승계-절차 (한국)

재직 중 직무발명이 “완성”되면 비로서 예약승계의 약정이나 근무규정의 효력이 발생한다. 발명진흥법에 따라, 발명자인 종업원은 발명 완성즉시 회사에게 직무발명의 완성 사실을 통지하여야 하고, 회사는 직무발명의 완성 사실을 통지 받은 날로부터 법정 기간 내에 그 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할 의사를 종업원에 통지하면 종업원의 승낙을 묻지 않고 회사의 일방적 의사만으로 그 발명의 양도 효과가 발생한다.

만일 양도할 의사의 통지 없이 법정 기간이 경과하면 회사가 양수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 발명에 대한 권리가 종업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확정된다 (서울고등법원 2015.10.14. 선고 2014나56708,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1다77313,77320 판결).

발명자가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회사에게 넘기지 않고 제3자에게 넘겼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양도의 의사를 통지할 권리(예약완결권)가 포기된 것이 아니며, 회사가 별도의 통지 없이 그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 출원을 하면 회사가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할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 2015.9.24. 선고 2014가합565830).

고용주와 발명자(종업원)간 계약에 따르는… 美 직무발명

미국은 우리나라 발명진흥법과 같은 직무발명에 대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보통법 체계를 대표하는 계약법 국가이다.

따라서 미국의 직무발명에 대한 민사 분쟁은 계약의 해석에 시작한다. 다만 계약 해석에 따른 효력은 계약 당사자를 넘어 대세효를 갖지 못한다. 대세효를 갖는 것은 법에서 정하거나 판례법에 의해 확립된 기준이다.

미국은 일단 종업원이 한 모든 발명에 대한 모든 권리는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귀속된다. 만약 그 발명이 고용주의 자원을 이용하여 나온 것이라면 고용주는 무상의 통상실시권(shop right)만 가질 수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종업원 발명의 소유권 귀속 문제는 고용주와 발명자인 종업원의 서면 계약 내용에 따라 정해진다.

다만, 예외적으로 특별한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 예컨대 고용주가 특정 발명을 만들기 위해 종업원을 고용한 것이 명확한 경우에는 발명자인 종업원은 고용주에게 그 발명을 이전할 묵시적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United States v. Dubilier Condenser Corp., 289 U.S. 178, 53 S. Ct. 554, 77 L. Ed. 1114 (1933); Solomons v. United States, 137 U.S. 342, 26 Ct. Cl. 620, 11 S. Ct. 88, 34 L. Ed. 667 (1890); Hewett v. Samsonite Corp., 32 Colo. App. 150, 507 P.2d 1119 (1973)).

그러나 미국은 고용계약서에서 종업원의 미래 직무 발명이 회사로 양도되는 것으로 명문으로 정한 경우에도 계약의 해석에 따라 종업원의 발명에 대한 권리가 자동으로 회사에 양도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있다 (ADVANCED VIDEO TECHNOLOGIES LLC v. HTC CORPORATION, Appeal No. 2016-2309 (Fed. Cir. 2018).

ADVANCED VIDEO TECHNOLOGIES LLC v. HTC CORPORATION, (Appeal No. 2016-2309. Fed. Cir. 2018) : 일명 Advanced Video Technologies LLC v. HTC 사건에서 대상 특허는 회사에 함께 근무하는 연구원 A와 B의 공동 발명인데, 발명자 A는 회사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발명자 B는 양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회사는 직무발명에 대해 권리를 회사에 양도하도록 강제하는 고용계약을 발명자 B와 체결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양도계약이 없더라도 발명에 대한 권리가 자동적으로 회사로 양도되었다고 주장했다. 고용계약서에는 (i) 발명에 대한 권리를 회사를 수혜자(beneficiary)로 하여 신탁하고, (ii) 회사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며 (will assign), (iii) 고용계약에의해 양도된 특허에 대한 권리를 포기(quitclaim)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발명에 대한 권리를 회사를 수혜자로 신탁하였다고 하여 발명에 대한 권리가 자동적으로 회사로 양도되었다고 볼 수 없고, 발명자가 장래에 회사로 권리를 양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한 것일 뿐, 권리가 양도 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며, 고용계약에 의해 양도된 권리가 없으므로 포기할 권리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11일, 미 연방항소법원은 위 고용계약서의 내용 만으로 발명자에 대한 권리가 회사로 양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미래 발명에 대한 양도 약정을 유효하다고 보기는 하나 그 약정의 문구에 따라 미래 나온 발명이라도 그 발명에 대한 권리가 발명의 완성 시를 넘어 계약 체결 당시 이전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허법에서 신탁의 법리도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신탁을 위탁자가 특정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처분한 것으로 이해하나 미국은 위임관계로 이해한다. 때문에 수탁자는 특허권의 권리자가 아니라 단순한 대리인으로 해석한다 (pfizer inc v. teva pharm. 2:10cvl28. E.D. Va. Aug. 12, 2011).

중요한 ‘계약서 문구’ 작성… ‘직무발명’ 계약

1991년 FilmTec v. Allied-Signal 사건을 보면 연방항소법원은 다음과 같은 문구에 의해 고용기간 중 나온 발명이 완성과 동시에 정부에 귀속된다고 해석했다 (FilmTec Corp. v. Allied-Signal Inc., 939 F.2d 1568 (Fed. Cir. 1991), Board of Trustees of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 v. Roche Molecular, 131 S.Ct. 2188 (2011)).

“MRI agrees to grant and does hereby grant to the Government the full and entire domestic right, title and interest in [any invention, discovery, improvement or development (whether or not patentable) made in the course of or under this contract or any subcontract (of any tier) thereunder.”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hereby~”란 문구로 인해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회사로 이전되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다만 Trireme Medical, LLC v. Angioscore, Inc. 사건에서는 “~hereby assign~”이란 계약 문구는 양도의대상이 계약 발효일 이후 개발 중이었거나 실현 중인 발명에 한정된다고 해석했다 (Trireme Medical, LLC v. Angioscore, Inc., 812 F.3d 1050, 1053 (Fed. Cir. 2016)).

우리나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회사가 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할 권리를 행사한 시점에 양도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서울중앙지법 2015.9.24. 선고 2014가합565830 판결). 그러나 특약의 내용과 상황 증거에 따라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이전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허법원 2007. 3. 28. 선고 2006허6143 판결 (대법원 상고기각)).

관련하여 미국의 대표적인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소위 Stanford v. Roche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발명자 Holodniy 박사는 자신의 발명에 대한 권리와 관련하여 Cetus와의 계약 (제1계약), Stanford와의 계약 (제2계약), 두(2) 건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법원은 제1계약은 계약 내용만으로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이전된 것으로 해석하였고, 제2계약은 상황 증거를 참작하여 발명의 권리를 양도하겠다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해석하였다 (Board of Trustees of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 v. Roche Molecular, 131 S.Ct. 2188 (2011)).

[제1계약] “I will assign and does hereby assign to CETUS, the right, title, and interest in any ideas, inventions and improvements made in the course of or under this contract.” (A는 아이디어, 발명, 개선기술의 권리, 소유권, 및 지분을 B에게 양도할 것이고 본 계약에 의해 양도한다)

[제2계약] “I agree to assign or confirm in writing to Stanford and/or Sponsors that right, title and interest in any ideas, inventions and improvements made in the course of or under this Contract.” (A는 아이디어, 발명, 개선기술의 권리, 소유권, 및 지분을 B에게 양도하거나 서면으로 확정해주기로 한다)

이에 따라 제1계약이 우선순위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에서 계약서 작성시 문구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