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특허청은 창업초기 기업인 ㈜이그니스가 먼저 개발한 상품을 모방해 제작·판매한 ㈜엄마사랑에게 해당상품의 생산·판매를 중지할 것을 시정권고 조치했다. 엄마사랑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상품을 매입해 판매한 홈플러스에도 판매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사건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아이디어 무임승차에 철퇴… ‘상품형태 모방‘ 행위

스타트업 기업인 ㈜이그니스는 2016년 9월 ‘랩노쉬’라는 식사 대용식 상품을 개발, 판매했다. 이후 ㈜엄마사랑도 17년 8부터 ‘랩노쉬’ 와 상품형태가 유사한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이에 특허청은 부정경쟁행위 중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대한 첫 사례조사(17.9~11)에 착수했다.

㈜이그니스 상품(좌측)을 모방한 것으로 판단하고 생산·판매를 중지할 것을 시정권고한 ㈜엄마사랑 이유식 제품.

그 결과, ㈜엄마사랑 사레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허청은 양 상품이 용기형태, 용기에 부착된 수축라벨 디자인, 분말형태인 내용물 등의 개별요소들 뿐만 아니라 이들 요소가 결합된 전체형태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봤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 ㅇ 타인이 제작한 상품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ㅇ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경우나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경우는 제외

이에 따라 상품형태를 모방해 판매한 기업과, 이를 매입해 판매한 대형마트에 생산 및 판매중지를 권고했다. 또 시정권고일로부터 30일 이내의 시정기한이 지난 후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할 계획임을 통보했다.

‘개별요소’ ‘전체 형태’가 동일… 모방여부 판단

특허청은 ㈜엄마사랑과 ㈜이그니스 상품이 용기형태, 용기에 부착된 수축라벨 디자인, 분말 형태인 내용물 등의 개별요소들 뿐만 아니라 이들 요소가 결합된 전체 형태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결정했다.

[모방여부 판단내용]
ㅇ(상품형태의 범위) 양 상품은 분말형태인 대용식을 수축 라벨이 부착된 용기에 충진한 상품이며 용기, 수축라벨, 분말 내용물 등이 별도 분리가 곤란하므로 상품의 형태는 용기, 수축라벨, 내용물이 결합된 일체
ㅇ(용기형태) 병목길이, 병뚜껑의 크기 및 형상 등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으나 양 상품을 대비할 경우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소한 변경에 불과
ㅇ(수축라벨) 상품의 전면에 백색의 사변형을, 후면에는 물 붓는 선을 배치한 형태,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진해지는 유사한 색상의 그러데이션 등 수축 라벨 디자인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동일유사
ㅇ(분말 내용물) 상품을 뒤집거나 물을 혼합하였을 경우 나타나는 내용물의 형태와 색상이 동일 유사
ㅇ(전체형태) 타인의 선행 상품형태가 없었다면 후행 상품형태가 우연히 개발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전체적인 형태에서 미세한 차이보다 디자인의 특징적인 부분이 실질적으로 동일

특허청은 ㈜이그니스가 ‘랩노쉬’를 출시하기 이전부터 대용식이 지퍼백, 팩, 스틱 등 다양한 상품형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랩노쉬‘ 상품 형태가 동종 상품이 가지는 통상적인 형태이거나 기능이나 효용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형태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랩노쉬’가 2016년 9월에 시제품이 출시되었으므로 상품 형태가 개발된 지 3년이 경과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예외조항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아이디어 탈취’ 행위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

지난 2019년 7월에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상품행태 모방에 이어 ‘아이디어 탈취 행위’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됐다. 아이디어 탈취행위는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 아이디어를 제공 목적에 위반하여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특허청에 신고하면 조사관이 아이디어 탈취 여부에 대해 행정조사를 실시하며, 부정경쟁행위라고 인정될 경우 그 행위를 중지하는 등의 시정을 권고한다. 시정을 권고받은 당사자는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소송과는 달리 별도의 비용을 지급할 필요도 없으며, 소송보다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및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보호받기 어려운 개인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아이디어 탈취’ 방지 제도는 별도 권리화 과정 없이도 무기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특허제도와 달리 심사와 등록을 하지 않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보호대상과 요건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아이디어 보호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주기 위해 특허청은 다양한 면책조항을 부여하고 있다. 첫째,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면 면책이 된다. 둘째, 본인은 몰랐지만 동종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정보인 경우에도 면책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진’ 경우에만 면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종 업계에 소수의 사람이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당시에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져서 아이디어로서의 참신성이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면책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유념해야 할 사실은 면책사유는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사항

한편, 2021년 4월 21일부터 아이디어 탈취행위로 인해 중소기업 등의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기존에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도입된 징벌적 배상을 아이디어 탈취행위에 대해서도 적용하게 됐다. 또한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는 경우, 위반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행정조사 및 시정권고의 실효성을 높였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