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전세계 특허제도에서 특허에 대해 무효를 다투는 절차는 그 나라의 사법제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국가별 사법제도에 따른… ‘특허무효’ 심판 체계

독일은 특허침해여부를 심리하는 절차와 특허무효여부를 심리하는 절차가 분리되어 있는 이원주의 구조(bifurcated system)를 가지고 있다.

이진수 변리사

독일의 경우 특허침해소송은 지방법원(LG)에 제기할 수 있다. 현재 12개의 지방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의 1심을 다룬다.

반면 무효소송은 뮌헨(Munich)에 있는 연방특허법원(BPatG; FPC)에 특허무효(patent nullity)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독일은 뮌헨(Munich)에 있는 연방특허법원(BPatG; FPC)에서의 무효소송절차 이전에 특허등록 공고 후 9개월간은 독일 특허상표청(GPTO)의 이의심판부(opposition division)에 등록특허의 이의(opposition)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등록특허의 무효를 심리하는 전문 특허심판원을 두고 무효심판을 거쳐 고등법원(우리나라의 특허법원, 일본의 지식재산고등법원))에서 다투는 심판전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법원에 독립하여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이 점에서 이원주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아무리 특허권의 행사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므로 무효가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특허권을 행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지를 살피기 위해 특허발명에 명백한 무효사유를 안고 있는 지를 심리 및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주요국가의 특허소송 체계

미국도 이와 유사하게 2012년 AIA 특허법 개정을 통해 등록특허의 무효를 심리하는 전문 특허심판원(PTAB)을 두고 무효심판을 거쳐 고등법원인 연방항소법원에서 그 심결을 다투는 심판전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연방지방법원(1심)에 특허침해와 무효를 함께 심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별도로 무효를 확인하거나 침해를 확인하는 소송도 할 수 있다. 즉 일원주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누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나?… ‘청구인 적격’ 문제

다음으로 누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가를 비교해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해관계인”만이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무권리자 출원을 무효사유로 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권리자만 이해관계인이 된다 (우리나라 특허법 제133조 제1항, 일본 특허법 제123조 제2항). 반면 독일이나 미국은 “누구나” 특허청의 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2019년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해관계인』이란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사람도 포함된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

한가지 주의할 것은 특허청에게 특허의 대세적 효력을 소멸시키기 위해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무효심판과 달리 이해관계인간에 분쟁을 조정하고 판단하는 민사소송의 원고적격은 미묘한 차이를 갖는다.

심판전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국가에서 무효와 관련된 소송은 사실상 1심에 해당하는 무효심판의 심결에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 혹은 참가인이 원칙이다 (특허법제186조의제2항및제187조).

독일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민사소송으로 등록 특허의 무효를 청구할 수 없다. 오직 뮌헨(Munich)에 있는 연방특허법원(BPatG; FPC)에 등록특허의 취소를 구하는 특허 무효(patent nullity)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소송은 특허의 등록취소를 결정하는 행정소송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독일은 “누구나” 특허 무효(patent nullity)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특허라는 재산권의 소멸과 관련된 분쟁은 민사사건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소송을 하려면 적어도 소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 미특허심판원(PTAB)의 심결에 불복하는 소라고 다르지 않다. 여기에 더해 여러개의 주가 결합된 연방국가인 미국은 연방항소법원에서 다루는 사건이 헌법에 정해져있다(미헌법제3절제2조).

법원에 소를 제기하려면 당사자는 (1) “사실상 피해 (injury in fact)”, (2) “피해와 소장의 행위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 (a causal connection between the injury and the conduct complained of)”, (3) “피해가 항소심 심사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 (a likelihood that the injury will be redressed by a favorable decision)”을 보여야 한다 (Lujan v. Defenders of Wildlife, 504 U.S. 555, 559-60, 112 S. Ct. 2130, 119 L. Ed. 2d 351 (1992); Arizonans for Official English v. Arizona, 520 U.S. 43, 64, 117 S. Ct. 1055, 137 L. Ed. 2d 170 (1997)).

[비교] 우리나라 민사소송제도에서의 소의 이익

  • 청구가 소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일 것
  •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제소금지사유가 없을 것
  • 제소장애가 없을 것
  • 원고가 동일청구에 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가 아닐 것
  • 신의칙 위반의 제소가 아닐 것

따라서 미 연방항소법원에서 사실상 피해가 없는 당사자에 대해 미 연방항소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는 항소를 기각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Consumer Watchdog v. Wisconsin Alumni Research Foundation, No. 2013-1377 (Fed. Cir. 2014)). 일명 소비자 감시단(Consumer Watchdog) 사건에서 공익재단 등은 누구나 청구할 수 있는 특허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은 있으나 그 심결에 대하여 연방항소법원에 불복하는 항소인 적격은 없다고 판단했다.

특허심판원(PTAB)에 무효심판(IPR)은 제기할 수 있는데 그 심결에 불복하는 소송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선뜩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헌법에 의해 연방항소소법원에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제한된다.

[Consumer Watchdog v. Wisconsin Alumni Research Foundation, No. 2013-1377 (Fed. Cir. 2014)] (2015년 2월 대법원 심리속행 기각 확정)

1998년 위스콘신동문연구재단(Wisconsin Alumni Research Foundation, WARF)의 James Thomson 연구원이 시험관에서 배양한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한 특허 취득했다. 그런데, 2006년 소비자 감시단(Consumer Watchdog)과 특허공익재단(Public Patent Foundation)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위 특허의 등록 취소를 구하는 재심사 무효심리를 청구했다. 그 취소이유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DNA의 일부는 자연의 산물이며 기술에 의해 세포조직이 분리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특허적격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선례를 근거한 것이었다.

미국 특허상표청은 위스콘신동문연구재단의 해당 특허에 대한 취소사유를 심리한 결과 등록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위스콘신동문연구재단은 특허 청구 범위를 축소 정정하여 재심리를 청구했고 미국 특허청은 정정된 청구범위에 대해 등록을 허여했다. 이에 대해 비영리 공익 단체인 소비자 감시단과 특허공익재단은 미 특허상표청의 결정에 불복하여 연방항소법원(CAF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연방항소법원은 소비자 감시단과 특허공익재단은 등록취소를 구하는 것이 거절되었을 뿐, 무효심리 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었으므로 원하는 결과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는 현실적인 피해나 손해가 없다고 판단하고 소비자 감시단과 특허공익재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국가기관’과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나?

국가기관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심사관도 공익목적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나 미국과 일본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미국 대법원은 United States Postal Service 사건에서 “연방정부기관”은 개인이나 기업과 달리 “person”(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을 부정했다 {Return Mail Inc. v. United States Postal Service , No. 17–1594, 587 US __ (2019)}.

그럼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일본, 미국, 중국 등은 물론 2019년 대법원 판결로 우리나라도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무효심판청구인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이러한 법리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특허권의 실시권자에게는 실시료 지급이나 실시 범위 등 여러 제한 사항이 부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에 대한 무효심결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특허권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함부로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설정받지 않고 실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우선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그 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을 추후로 미루어 둘 수 있으므로, 실시권을 설정받았다는 이유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처럼 전세계에서 특허에 대해 무효를 다투는 절차는 그 나라의 사법제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청구인 적격 역시 다르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