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최근 10년사이 미국은 건물 인테리어에 대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표 확보 시도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상품의 형상이나 상품의 포장 또는 용기의 형상 자체가 “표장”(Mark)이므로 상품의 특징에 기한 기능성 논란에 휩싸이기 쉽고 상표로서의 출처표시에 관한 식별력도 인정받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애플의 매장 인테리어 및 외부 디자인에 대한 연방 주등록 상표


애플도 위 사진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등록 받기 위해 3년간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진수 변리사

전언에 따르면 애플은 스칸디나비아(북유럽)식 영감을 주는 여백의 테마가 애플의 상품을 인식하게 하는 식별력을 획득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심사 대응과정에서 거의 1000 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와 증명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덕분에 식별력이 인정된 상표로 주등록 상표로 등록됐다.(미국은 식별력이 없는 상표도 보조등록 (Supplemental Register) 상표로 등록이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스칸디나비아 식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으로 대변되는 단순함에 특징이 있다. 미니멀리즘은 20 세기 초에 등장하여 1950 년대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및 아이슬란드)에서 약 5 년 동안 번성했다.

애플의 슬로건 (좌)과 스칸디나비아식 거실의 가구 디자인(우) (이미지 출처 : (좌 ) pxfuel ; (우) pxhere)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특히 가구, 직물, 도자기, 램프 및 유리를 포함한 가정용품으로 유명하지만 가전 제품, 휴대폰 및 자동차와 같은 산업 디자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미니멀리즘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애플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상품 자체에 기인한 것이 아니어야 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트레이드 드레스의 특징이 상품 자체에 기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트레이드 드레스의 침해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려면 i) 트레이드 드레스가 기능적이지 않다는 점, ii) 그 트레이드 드레스가 본질적으로 식별력이 있거나 사용에 의해 2차적 의미를 취득하여 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하는 점, iii) 피고의 사용이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트레이드 드레스 자체가 고유의 식별력을 가질 수 있거나 사용에 의한 2차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전형적인 상표와 다르지 않다.

출처의 식별력 : 표장 자체가 독특하여 특정출처와 고유하게 연관된 경우는 물론 시장에서의 사용을 통해 특정 출처와 고유하게 연관되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표장 자체가 독특하여 식별력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사용에 의한 2차적 의미의 식별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Two Pesos, Inc. v. Taco Cabana, Inc., 112 S. Ct. 2753 (1992)). 그러나 표장 자체가 독특하여 출처의 식별력을 가질 수 있는 지와 디자인의 미적 인상이 같은지 다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즉 증명의 대상이 다르다.

상표를 식별력 관점에서 구분하여 (1) 보통 표장이나 관용표장, (2) 설명표장, (3) 암시표장, (4) 임의표장, (5) 공상표장으로 나눌 수 있다. (3), (4), (5) 표장은 본질적으로 상품의 특정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표장으로 보는 반면, (2) 설명표장은 특정 상황에서만 자타상품식별력을 가질 수 있는 표장으로 본다. 반면 (1) 보통명칭이나 관용표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타상품식별력을 갖기 어려운 표장으로 분류한다.

표장 자체의 식별력 증명이 쉽지 않을 때… ‘상표의 보조등록’

상표출원인이 상표로 사용하기는 하나 표장 자체의 식별력을 증명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에 미국은 상표의 보조등록(Supplemental Register)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법률상으로는 건물에 대한 인테리어를 상표로 등록 받는 길이 막혀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식별력을 취득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보조등록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조상표등록된 매장 인테리어 상표의 예시

미국 연방상표제도에서 보조등록은 출처표시로 사용하고 있으나 표장 자체로 식별력이 없어 주등록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활용한다 (15 U.S.C. § 1091). 다만 사용에 의해 후발적으로 식별력(secondary meaning)을 획득할 수 있는 표장에 한정된다. ‘사과’를 상품으로 한 ‘사과’ 같은 보통명칭의 표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보조등록을 한 후 식별력이 발생하면 연방상표법 제2조(f)에 의해 주등록이 허용된다. 보조등록의 가장 큰 장점은 5년 동안 보조등록부에 평화롭게 등록되어 있으면 2차적 의미를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California Cooler, Inc. v. Loretto Winery, Ltd., 774 F.2d 1451 (9th Cir. 1985)). 따라서 배타적 계속적 사용으로 인한 식별력 발생의 입증이 없어도 주등록(principal register)으로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조등록은 실제 거래에서 사용되는 표장 만이 출원대상이 되고 ‘사용의사’에 의한 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의 출원의 경우는 상업적 사용이 없더라도 외국 특허청의 등록증만으로도 보조등록이 가능하다.

보조등록 상표는 이의신청을 위해 공고되지 않으나 공보(Official Gazette)에 게재된다. 그러나 주등록 상표가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이익은 없다. 예를 들면 보조등록된 상표는 등록의 유효성, 정당한 소유권이 의제되지 않고, 등록 후 5년 이상 사용하더라도 불가쟁력을 취득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보조등록상표권자가 상표 침해자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직 권리자로서 증명할 것이 많아진다는 부담이 있다는 것 뿐이다. 사실 미국 상표권이 등록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다

‘등록’이 아닌,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미국 상표권

미국에서의 상표 보호는 특허법이나 저작권법과 달리 지적 노동의 자연권에 관한 미 연방헌법을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의 상표법은 연방상표법(Lanham Act)이 제정되기 전부터 각 주의 부정경쟁(unfair competition) 방지에 관한 보통법(common law)에서 발전했다.

미국 상표권은 등록이 아니라 사용에 의해 발생한다. 즉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출원해 연방상표등록을 받아야만 상표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연방상표로 등록 받으면 권리에 관련된 법정 이익을 향유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연방등록상표권자가 아닐지라도 상표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면 보통법(common law)에 따라 각 주에서 상표권을 획득한다. 상표권을 획득한 자는 소비자의 오인 또는 혼동 가능성을 야기한 제3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만약 외국기업이 외국의 등록을 기초로 미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상표를 등록을 받은 경우, 연방등록을 받은 이후에도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미국 내에서 제3자가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바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Dawn Donut Co. v. Harts Food Stores, Inc., 267 F. 2d 358, 121 U.S.P.Q. 430 (2d Cir. 1959)).

현대 들어 프랜차이즈(franchise) 또는 체인점 사업에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일종의 ‘드레스코드(Dress Code)’처럼 사용된다. 실제로 자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표장이면 실내장식, 메뉴판, 매장 진열, 매장 레이아웃, 건물 인테리어 그 무엇이든지 상표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을 인정받으면 상표권에 따른 로열티 수익도 가능하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