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지난 2019년 9월 30일, 특허법원에 강남 교보타워 맞은편에 위치한 어반하이브(Urban Hive) 건물(일명 땡땡이 빌딩) 인테리어를 상표로 인정해달라는 심결취소소송이 제기되었다. 상표출원인이 땡땡이 빌딩 인테리어를 상표로 인정해달라는 청구를 특허심판원이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반하이브(Urban Hive) 건물(일명 땡땡이 빌딩) 인테리어 상표 출원 내용
이진수 변리사

이 사건의 대상이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를 상표로 출원한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건물 인테리어에 대한 상표 등록 가능성에 대해 학술적 논의는 있었으나 실제 이러한 사건이 생긴 것은 이례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상표로 등록 받을 수 있는 표장을 문자나 도형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출처(出處)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면 입체적 형상은 물론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일명 아디다스 3선 줄무늬 상표 사건에서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이 지정상품의 “특정 위치”에 부착되는 것에 의하여 자타상품을 식별하게 되는 표장도 상표의 한 가지로서 인정했다.

아디다스 3선 줄무늬 상표 : 해당 사건에서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는 상의의 옆구리에서 허리까지의 위치에 표시된 세 개의 굵은 선이 부착되어 있는 형태의 표장으로 그 식별력을 인정받았다. 이 판결이 ‘위치상표’를 처음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 2012.12.20. 선고 2010후 2339).

아디다스 3선 줄무늬 상표

“위치상표에서는 지정상품에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 등이 부착되는 특정 위치를 설명하기 위하여 지정상품의 형상을 표시하는 부분을 필요로 하게 된다. 또한 위치상표는 비록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 등이 그 자체로는 식별력을 가지지 아니하더라도 지정상품의 특정 위치에 부착되어 사용됨으로써 당해 상품에 대한 거래자 및 수요자 대다수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받아 상표로서 등록될 수 있다.”

‘비전형적인’ 표장을 상표로 출원하면… 법원 판결은?

어반하이브 건물 상표 사건이 제기되자, 실내디자인 업계와 학계에서는 건물 인테리어도 입체적 형상 표장이나 위치상표로 상표출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 같은 입체적 형상이나 위치상표와 같이 비전형적인 표장을 상표로 출원하는 경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 그 표장이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종래 외벽에 구멍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뚫려있는 건물들 (출처 : 2019허6990 판결문)

어반하이브(Urban Hive) 건물은 2009년 제27회 C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였고, 일부 언론을 통해 ‘도심의 표정을 바꾸는 건물’, ‘구멍송송 D 랜드마크‘, D역 땡땡이 빌딩’ 등으로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상표출원인 측이 인공지능(딥러닝)에 기초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다수의 유사 기존 건물들의 디자인 차이점을 증명하려고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사건의 결론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이 사건에서 장식적 형태를 단순히 도입하여 이루어진 것만으로 수요자가 그 장식적 형태를 상품의 출처 표시로 인식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지정 상품 전체에 사용하여 식별력을 취득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고 등록거절의 심결에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특허법원 2020. 9. 3. 선고 2019허6990 판결).

또한 특허법원은 판결문에서 인공지능(딥러닝)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한 “위 시험결과는 임의의 11개의 빌딩을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출원상표는 이 사건 건물의 내부 전경을 도안화 한 것인데 비해, 위 시험결과는 이 사건 건물을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형상을 다른 건물의 외관과 단순히 비교한 것이라서 이 사건 출원상표의 식별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비록 이 사건 상표가 실내 디자인에 관한 것이었음에도 비교대상을 종래 건물의 외곽디자인으로 삼았던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으나, 인공지능(딥러닝) 기술은 그 예측결과가 도출되는 논리적 근거를 설명하기 어렵기에 인공지능(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증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원고가 디자인 측면에서의 심미적 독창성과 상표로서 출처 인식표시로서의 식별력간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건물 인테리어의 상표적 보호

필자가 다닌 중학교에는 악명 높은 선도부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항상 검은색 폴라티를 입으시고 오른손에는 나무 지휘봉을 들고, 왼손에는 금장시계를 차고 계셨다. 검은색 폴라티와 지휘봉, 금장시계는 그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 상표이었다.

때문에 멀리 100m 전방에서도 쉽게 알아보고 피할 수 있었다. 누군가 새로 전학이라도 오면 그 선생님의 이름 보다는 검은색 폴라티에 지휘봉과 금장시계를 찬 선생님이 제일 무섭다고 알려주곤 했다.

“트레이드마크”, “상표” : 자기의 상품(서비스 또는 서비스의 제공에 관련된 물건을 포함하여 상품 등이라고 한다)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標章)을 말하는 데, 여기서 “표장”이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ㆍ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 등의 출처(出處)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한다.

상표법에서는 이러한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전반적인 겉모양의 특징을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또는 상모(商貌)라고 부른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용어를 직역하면 “거래 복장”이다. 원래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 자체의 형상 또는 상품의 포장 형상, 즉 “복장”에서 유래했다. 상품의 형상이나 상품의 포장 또는 용기의 형상과 같은 입체적 형상에 대한 특징은 상품의 특성에 의존하거나 실용적인 기능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타 상품 식별 표지인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받으려면 그 트레이드 드레스 자체가 본질적인 식별력을 갖추었거나 계속 사용해서 식별력을 갖게 되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상품 포장 기준(product packaging standard)을 적용하여 식별력을 판단받는다.

전통적인 상표는 상품 등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하여 “상품”이나 상품의 “포장”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상품이 형체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상품을 담는 “용기”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이때 용기가 곧 포장인 것이다.

매장에 전시된 메이커스 마크 버본 위스키

그러나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의 형상이나 상품의 포장 또는 용기의 형상과 같은 입체적 형상 자체가 “표장”(Mark)이다. 따라서 그대로 양도하거나 전시하는 방식으로 상표를 사용한다.

메이커스 마크 버본 위스키 병 모양이 대표적인 트레이드 드레스 중 하나이다. 메이커스 마크 버본 위스키 병은 병목 부분까지 흘러내리는 붉은색 왁스 밀랍 봉인이 특징이다.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메이커스 마크 버본 위스키를 마셔볼 것을 권한다. 메이커스 마크 버본 위스키는 곡물을 발효 후 증류하는 스카치 위스키와는 달리 옥수수를 주원료로 2년이상 숙성한 미국산 위스키이다.

따라서 카라멜과 같이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맛과 향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탄산수나 얼음에 희석해서 먹지 말고 스트레이트잔에 따라 와인처럼 그 맛과 향을 느끼며 한 모금씩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드레스코드(Dress Code)’처럼 사용되는… ‘트레이드 드레스’

자타 상품의 식별 표장으로 사용되는 “트레이드 드레스”는 입체적 형상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품을 진열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축물 역시 상품이나 서비스를 담는 포장이란 점에서 그 실내 디자인까지 확장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상품, 상품을 담는 용기, 상품 포장의 형상뿐 아니라 다른 상품 등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수 있다. 식당의 실내장식, 메뉴판, 웹사이트의 디자인, 매장 진열 (디스플레이), 매장 레이아웃 등 제한이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트레이드 드레스는 낯설지 않다. 우리는 2012년경 삼성과 애플간의 미국 특허,상표,디자인 침해 소송 1심 사건에서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삼성의 침해가 인정되어 9.3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2심의 미 연방항소법원에서 침해가 부정되어 5.48억 달러 줄어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Sally Beauty 매장에서 판매한 샴푸와 헤어트리트먼트 Mixed Silk (좌)와
상표권자의 헤어 케어 MIXED CHICKS (우)

2012년경 미국에서는 또 다른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소송 사건이 있었다. 헤어 케어 전문 업체인 Mixed Chicks사가 뷰티 용품의 대형 매장(Sally Beauty)에 대해 810만 달러의 상표 및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평결을 얻어낸 사건이다 (Case No. 8:11-CV-00452-AG).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상품의 용기 디자인이 무척 닮아 있다.

현대 들어 프랜차이즈(franchise) 또는 체인점 사업에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일종의 ‘드레스코드(Dress Code)’처럼 사용된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매장의 실내 디자인에 대한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를 모색하고 있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