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가상 시나리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설정해본다. “철수”는 해저 통신 케이블 공사를 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발명자이다. 종래 통신 케이블은 구리 도체로만 만들어져 있어서 바닷물 속에 설치할 경우 바닷물의 이온성분이 전달하는 신호를 왜곡하고 자기장의 영향으로 전송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진수 변리사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수”는 투과성이 매우 높은 니켈-철 연질 강자성 합금인 Mu 금속이 자기장으로부터 차폐하는 데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하고 구리 도선을 Mu 금속으로 감싼 해저 통신 케이블을 개발했다. 이렇게 Mu 금속으로 감싸면 구리 도선 케이블에 인덕턴스가 추가되어 신호의 왜곡이 수정되고 더 높은 데이터 전달 속도가 가능해졌다.

철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Mu 금속판보다 와이어 형태로 감싸는 것이 자기장 차폐효과와 상업성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해내고 구리 도선을 Mu 금속 와이어로 감아 만든 해저 통신 케이블로 개량했다 (참고로 Mu 메탈 통신 케이블은 1923 년 런던에 있는 The Telegraph Construction and Maintenance Company Ltd.에서 발명한 해저 통신 케이블이다).

구리 도선을 니켈-철 합금 인 Mu 금속 와이어로 감아 만든 해저 통신 케이블

철수는 자신이 발명한 해저통신케이블을 한국에 특허로 출원하면서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Mu 금속은 투과성이 높은 니켈-철 연질 강자성 합금으로 그러한 조성물 중 하나는 대략 77 % 니켈, 16 % 철, 5 % 구리 및 2 % 크롬 또는 몰리브덴이라고 기재하면서 자기장을 차폐하는 성능이 탁월하다면 니켈과 철이 주성분인 다른 합금도 가능하다고 기재하고, 해저 통신 케이블의 한 실시예로 중심에 구리 도선을 형성하고 그 구리 도선을 니켈-철 합금 인 Mu 금속판으로 감싼 후 절연체와 강철 갑옷으로 감싼 구조를 기재하고 다른 실시예로 중심에 구리 도선을 형성하고 그 구리 도선을 니켈-철 합금 인 Mu 금속 와이어로 감은 후 절연체와 강철 갑옷으로 감싼 구조를 기재했다.

청구범위에는 “구리 도선과 그 구리 도선을 중심으로 감아 만든 니켈-철 합금인 Mu 금속 와이어를 포함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기재했다. 이 발명은 진보성을 인정받아 한국에 특허로 등록 받았다 (특허 Z).

특허문서를 작성할 때는 일반적인 어문학 표현과 특허 문언적 표현의 의미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특허문서에서 “comprising~” (~를 포함하는)과 “consisting of~”(~로 구성되는)이란 표현을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comprising~”와 같은 열린 전이어(Open transition)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모든 특징뿐만 아니라 선택적, 추가적, 지정되지 않은 특징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반면, “consisting of~”와 같은 닫힌 전이어(Close transition)는 청구 범위에 명시된 특징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영어적 표현과 달리 이러한 구분이 없다. 간혹 영미식 표현의 구분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문맥과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내용을 참작해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에 예시한 청구범위에서 “~를 포함한”이란 열린 전이어(Open transition)를 사용했다. 따라서 해외 출원시 그대로 comprising으로 번역된다면 그 외 다른 특징이 어떻게 추가되어 있든 구리도선과 그 구리도선을 Mu 금속 와이어로 감아 만든 특징이 존재한다면 본 특허 Z의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할 수 있다.

[오해 1] 한국에 실시하려는 발명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면 국가 ‘독점적 권리’를 허락한 것이므로 마음대로 실시사업을 할 수 있다(?)

위 시나리오에서 만약 “영희”가 통신 케이블 제작용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발명자로, 그 재료의 품질과 성능과 가격이 우수해 해저 케이블용 구리 도선과 전자장비용 Mu 합금의 시장을 50%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한국에 통신 케이블용 구리 조성물 특허 X (2022년 존속기간 만료), 해저케이블에 적합한 자기장 차폐 니켈-철 연질 강자성 합금 조성물 특허 Y (2024년 존속기간 만료)를 가지고 제품에 적용했다고 하자.

가상의 구리 도선 조성물 결정체와 Mu 합금 조성물 결정체

이 상황에서는 “철수”가 Mu 금속 해저 통신 케이블에 대한 한국 특허 Z을 가지고 있더라도 Mu 금속 해저 통신 케이블을 생산하거나 공사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희”로부터 구리 도선과 Mu 금속을 공급받던지 아니면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의 소유자인 “영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즉 “철수”가 자신이 Mu 금속 해저 통신 케이블 특허 Z를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실시사업을 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특허는 특허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제3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리이다.

만약 “철수”가 자유롭게 실시사업을 하려면 “영희”의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과 관련한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 영역을 찾아 사용해야 한다. 즉 영희의 특허 X와 Y 출원 이전에 이미 공중에 널리 알려진 구리 조성물이나 MU합금 조성물을 사용해야 하고, 그 조성물이 해저 통신 케이블용으로 상업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면 “영희”의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의 권리범위 밖에 있는 조성물을 새로 개발하거나 그 개발한 자로부터 재료를 공급받거나 그것도 아니면 영희의 특허 X와 Y를 무효시키거나 영희의 특허 Y가 소멸하는 2024년 이후에 실시사업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영희의 특허 X와 Y가 등록되지 않은 국가에서 실시사업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해 2] 같은 발명이라면 한국에서 등록된 특허와 해외에 등록된 특허의 ‘권리범위‘가 다를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발명이라도 모든 국가에 등록된 특허의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범위가 같지 않을 수 있다.

위 시나리오에서 만약 “영희”가 Mu 합급 조성물 발명에 대한 출원 명세서에는 Mu 합금의 일 실시예로 77% 니켈, 16%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Mu 합금 조성물과 60% 니켈, 20%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Mu 합금 조성물을 기재했으나 심사과정에서 미국에서는 77% 니켈, 16%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구항으로 특허 Y’로 등록 받았고 한국에서는 60% 니켈, 20%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구항으로 특허 Y’로 등록 받았다고 하자.

이 경우 “철수”는 한국에서 77% 니켈, 16%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Mu 합금 조성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희” 입장에서는 77% 니켈, 16%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Mu 합금 조성물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자신의 발명이므로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공중기부론(public dedication doctrine)에 따르면 특허 출원인이 명세서를 통해 발명의 어떤 실시예(embodiment)를 개시했으나 청구항에 그 실시예를 청구하지 못했다면 그 실시예는 공중에 바친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 3] 같은 발명에 대해 한 국가에서 ‘자유이용발명‘이 되면 다른 국가에서도 자유이용발명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발명이라도 모든 국가에 등록된 특허가 유효하게 유지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한 국가에서 자유이용발명이 된다고 해서 다른 국가에서도 자유이용발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앞의 시나리오에서 “영희”가 구리도선 조성물과 Mu합금 조성물에 대한 발명을 미국과 한국에 등록 받았으나 동종업계 제철회사로부터 무효심판이 제기되어 미국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는 무효되고 한국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는 유효로 유지되었다고 하자. 국가별로 특허출원 당시의 통상의 기술 수준이 다르므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필자도 과거 동일한 청구범위에 대해 동일한 무효자료로 한국과 일본에 무효심판을 제기했으나 한국에서 무효되었으나 일본에서 유지된 사례가 있다.

이 경우, “영희”의 특허발명 X와 Y는 미국에서는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배타적 효력을 유지한다. 따라서 “철수”는 “영희”의 허락 없이는 한국에서 자유롭게 Mu 합금 케이블을 자유롭게 생산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영희”로부터 라이센싱을 받거나 구리도선과 Mu 합금을 공급받아야 한다.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철수”는 Mu 합금 해저 케이블 사업을 미국에서 시작해 자리를 잡고 “영희”의 한국 특허 Y의 존속기간이 만료하는 2024년에 한국으로 진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오해 4] 공중에 공개되어 바쳐진 발명이라면 자신의 ‘실시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앞의 시나리오에서 “철수”는 등록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선행기술 조사 과정에서 “바둑이”가 “철수”의 특허 Z 출원 이전에 “Mu합금을 와이어로 냉간 가공하는 발명”을 발견했다고 하자.

그러나 “바둑이”의 선행 발명은 금속을 와이어로 뽑아내는 공정은 오래전부터 공중에 잘 알려진 기술임을 이유로 등록이 거절되었다.

“철수”는 이러한 사실로 “Mu합금을 와이어로 냉간 가공하는 발명”이 공중에 바쳐진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라고 확신하고 Mu 금속 해저 통신 케이블에 대한 실시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희”의 한국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 때문에 2024년까지는 “영희”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오해 5] 자신의 실시발명의 특징들이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이라면 모든 국가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 자유이용발명이다(?)

자유실시기술 항변이란?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이 실시하려는 “Mu 금속 해저 통신 케이블”에 사용되는 “구리 도선”과 “Mu합금 와이어”가 영희의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 출원일이전에 공개된 선행문헌에 기재된 구리 도선의 조성물과 전자통신장비의 자기장 차폐용 Mu 합금과 동일하거나 그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발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항변은 영희의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시발명과 비교한다는 점에서 영희의 특허 X (구리도선)와 특허 Y (Mu합금)에 대한 무효주장과 다르다.

우리나라 판례는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확인대상 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자유실시기술로서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10. 30. 선고 99후710 판결 등 참조)는 입장이 확립되어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특허발명의 무효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확인대상 발명을 공지기술과 대비하는 방법으로 확인대상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결정함으로써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특히 자유실시기술의 비침해 항변은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대상 발명이 결과적으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나타난 모든 구성요소와 그 유기적 결합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른바 문언 침해(literal infringement)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17. 11. 14.선고 2016후366 [문언 침해와 자유실시기술 사건]).

그러나 미국에서는 특허침해주장에 대한 비침해 항변으로 공지기술과 실시발명을 비교하는 “Practicing the Prior Art” Argument (자유실시기술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항변이 특허발명의 무효 항변으로 인용될 수 있다 (Communique Lab., Inc. v. Citrix Systems, Inc., Case No. 17-1869 (Fed. Cir., Apr. 26, 2018)). 따라서 “practicing the prior art” argument (자유실시기술 항변)은 확실하고 설득력 있는 수준으로 증명 (“clear and convincing” standard for proving invalidity)해야 한다. 일반적인 비침해 주장의 우월적 증명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standard”)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비침해를 주장하려면 i) 특허발명과 선행문헌을 비교하는 특허의 무효주장, ii) 특허발명과 실시발명을 비교하거나 실시발명의 실시행위 자체에 따른 특허의 문언적 비침해 및 균등론적 비침해주장, iii) 실시발명 자체에 대한 선사용권의 주장, iv) 특허발명 자체에 대한 특허권의 부정행위(inequitable conduct), 또는 남용(misuse), 또는 권한의 제한 (limitation on rights)이 전부다.

과거 장기간 특허를 행사하지 않아 실효되었다는 실효(Laches)도 항변사유로 인정되었으나 SCA 사건이후 실효(Laches)는 특허 비침해 항변으로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게 되었다 (SCA Hygiene Products AB et al. v. First Quality Baby Products LLC et al., No. 15-927 (U.S. Mar. 21, 2017)).

우리나라에서 실시발명 제품이나 프로세스가 공지기술과 같거나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이라는 항변으로 특허 비침해가 인정받았더라도 같은 논리로 미국에서 비침해 주장을 하면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없다. 엄격한 증명 수준으로 특허발명의 무효증명에 인용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서도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될 수 있다.

목적지를 향한 첫 발걸음…. “실시자유도 분석(FTO)”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실시자유도를 분석하면 자신의 실시발명에 대한 자유도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완벽하게 실시발명의 자유도를 방해하는 모든 기술과 특징에 대해 선행특허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시자유도 분석 (FTO) : 어떤 특징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발명인지를 확인하고 찾는 것, 즉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다. FTO 분석은 자신의 발명이 특허의 보호대상이 되어 제3자의 무단 실시를 막을 수 있는지, 즉 등록요건을 만족하고 있는 지와 같은 독점가능성 또는 등록가능성과 다른 차원이다.

하나의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특허만 수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특허를 모두 조사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그 수만 개의 장애특허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고 해도 국가별로 청구범위 해석기준과 무효를 판단하는 기준과 통상의 기술을 바라보는 눈이 기술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항상 불확실성과 잠재적 오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수만 개의 특허 위험을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즉 특허발명의 문제만으로 실시자유도를 완벽하게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협력과 거래를 통해 위험을 상쇄시켜야 한다. 특히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기술적 특징에 대해서는 자유이용발명에만 의존할 수 없다. 자신의 실시발명 (제품이나 프로세스)의 지배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관여해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은 특허분쟁에 자유로운 공급자나 협력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자신이 새로 개발한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사나 검토 없이 실시한다는 것은 눈을 가리고 지뢰밭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하나하나 그 지뢰를 제거해가며 앞으로 나아가야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 그 과정의 첫 발걸음이 바로 실시자유도 분석(FTO)이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