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신제품 개발의 첫걸음…. “실시자유도 분석(FTO)”

혁신”의 한자단어는 “革新”으로, ‘새롭게 바꾼다’,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여기서 혁(革)자는 “가죽”이란 뜻이기보다는 “변화시킨다”란 의미를 갖는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 유용한 물건으로 변화시킨다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한다.

이진수 변리사

따라서 혁신(革新)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과거의 것을 새롭게 바꾼다, 즉 변화에 방점이 있다. 그래서 새롭다(new)는 의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의 것을 고쳐 다르게 한다는 뜻이란 것이다. 즉 ‘새롭게 한다’는 것은 유(有)에서 또 다른 유(有)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발명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는 새로운 것은 없다. 창작이란 종래 존재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영화 “Flash of Genius” 를 보면 주인공 컨스 박사가 소설책’에 나오는 모든 단어들은 사전에 이미 나와 있으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나 이들을 새롭게 재조합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발명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이하 “제품 등”)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발명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품 등을 개발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제품 등이 타인의 특허발명에 속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보기 쉽다.

즉석 카메라와 필름을 대상으로 폴로라이드의 발명자 랜드(Land)와 코닥사가 벌인 특허 전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코닥은 랜드와의 특허전쟁에서 대패하여 1990년 당시 10억 달러라는 거액의 배상금과 2 억 달러의 투자금을 잃었으며, 800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1,600 만 대의 즉석 카메라가 하루 아침에 쓰레기가 되었다.

때문에 경험 있는 개발자들은 일명 FTO (Freedom to operate)라고 하는 실시자유도 분석(또는 특허침해도 분석)을 한다. 이는 빈 가게에 들어가 장사를 하고자 할 때 그 가게에 주인이 없는지, 담보는 잡혀 있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실시자유도 분석 (FTO) : 어떤 특징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발명인지를 확인하고 찾는 것, 즉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확인하는 작업이다. FTO 분석은 자신의 발명이 특허의 보호대상이 되어 제3자의 무단 실시를 막을 수 있는지, 즉 등록요건을 만족하고 있는 지와 같은 독점가능성 또는 등록가능성과 다른 차원이다.

‘독점보호’와 ‘자유이용’… 2개 바퀴로 달리는 화물차(vehicle)

신은 특정인의 사적 소유를 금한 공유지(Public domain)를 정하고 그 땅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누군가 그 땅을 개간해 과일나무를 심고 키워 과일을 얻었다면 우리는 경작자를 그 과일의 소유자로 인정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주인이 없는 물건, 즉 무주물(Res nullius)은 선점(Occupatio)한 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소유자가 없는 동산은 먼저 점유한 자의 소유로 하고 (민법 제252조), 야생하는 동물은 무주물로 하고 사양하는 야생동물도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가면 다시 주인이 없는 물건으로 본다 (민법 제252조).

농작물은 경작자에게 귀속하고 (대법원 1979.8.28, 선고, 79다784, 판결), 토지 그 밖에 물건에 묻혀 외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상태에 있고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물건, 즉 매장물은 이를 발견한 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민법 제254조). 다만 학술, 기예(技藝) 또는 고고학 분야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동산은 선점의 대상이 아니고 국유로 한다 (민법 제255조).

발명도 마찬가지다. 독일법학자 Josef Kohler은 발명이란 “자연력을 이용해 자연을 제어함으로써 기능적 효과를 야기하고 그로써 인간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기술(技術)적으로 표현된 사상(思想)의 창작”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창작 행위는 지적 노동을 가한 경작과도 같다. 따라서 자연상태에 처음 지적노동을 가해 얻은 산출물인 발명은 그 지적노동을 한 자, 즉 발명자가 소유한다.

그러나 지적 노동의 경작을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작의 정도가 미미하거나 여전히 자연상태 그대로 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다시 주인이 없는 자연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발명은 국가가 발명자의 보호에 조력하지 않는다. 이를 걸러내고 공시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국가의 심사제도와 등록제도이다.

따라서 발명자가 자신의 첫 지적 경작물에 대해 국가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면 특허출원서라는 서류를 통해 그 등록을 신청하도록 하였다.

특허 명세서 및 청구항 구성

이때 특허 출원서류에 첨부하는 명세서에는 발명의 설명서와 청구범위를 구분해 기재하도록 하였다.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한 발명의 특징들은 공중에 공개함으로써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친 것으로 해석하되, 그 중 청구범위에 기재한 발명은 심사를 받아 특허권의 등록대상이 되도록 청구한 것으로 해석한다.

국가는 청구항에 별도로 기재된 발명을 심사해 등록권리로 인정하면 소정의 법정 기간 동안은 그 권리를 인정한 국가내에서는 발명자의 동의 없이는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보장한다. 반면 발명의 설명서에 기재한 기술적 특징들은 공중에 공개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시 누군가의 창작이란 지적 경작의 도구로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 기술발전을 촉진하게 한다. 이것이 특허제도이다.

이렇게 특허제도는 발명이란 짐을 싣고 산업발전이란 목적지를 향해 “독점보호”와 “자유이용”이란 두 개의 바퀴로 달리는 화물차(vehicle)로 설계되었다. 청구범위(claim)에 의해 창작물(invnetion)을 독점보호(patent)하고 명세서(specification)에 의해 창작의 소재를 자유이용(public domain)하도록 한다.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발명”

우리나라는 특허법의 대상이 되는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적으로는 특허법에서 말하는 발명이란 무언가를 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하거나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술적 해결수단을 제공하는 “제품(Product)” 또는 “프로세스(Process)”를 말한다. 특허법상 발명은 기술적 효과를 낳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 또는 기술적 해결수단을 제공하는 하나 이상의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발명을 이루는 하나의 특징 또는 다중의 특징들은 이전에 등록된 하나의 특허에 속할 수도 있고 다중의 특허에 속할 수도 있다. 개발자가 새로운 발명을 해 특허권을 인정받았다고 하더라고 그 발명의 특징은 이전에 등록된 특허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이전에 등록된 또 다른 제3자의 동의 없이는 자유롭게 실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발명이 등록요건을 만족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실시자유도 분석(FTO)은 매우 중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개발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특허로 등록이 가능한지 보다 먼저 제3자의 특허발명을 사용한 것이 아닌지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 더욱이 실시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실시가 자유롭다는 판단이 서야 그 다음으로 등록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 (순수하게 공격무기를 만들기 위한 등록가능성 분석은 논외로 한다).

어떤 특징이 실시가 자유로운지, 즉 어떤 기술이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특허법상 국가 마다 등록권리의 대상이 되는 특허발명(Patented Invention)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유이용발명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특허발명이란 형식적으로는 특허를 받은 발명, 즉 특허권이 부여된 발명을 말한다. 특허발명은 등록특허의 청구항에 의해 정의되고 해당 특허를 부여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

따라서 특정인의 집행가능한 특허발명에 속하지 않으면서 공중에 개시된 발명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발명이 존재한다. 이를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라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나의 발명은 다중의 특허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발명이 자유이용발명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본 발명 전체를 포함할 수 있는 청구항, 또는 소정의 법정기간 동안 특정 국가에서 발명의 모든 특징을 포함할 수 있는 청구항을 갖는 집행가능한 특허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특허법상 자유이용발명으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발명은 아래 표와 같이 다섯 가지가 있다. 이러한 발명은 모두 공중이 자유롭게 이용해 창작의 도구로 재사용할 수 있다.

1) 이미 공중에 널리 알려진 기술적 사상
2) 발명을 실시할 국가에서 등록 받을 수 없는 대상 (특허적격성 흠결)
3) 발명을 실시할 국가에서 등록이 거절된 공중에 실시 가능하게 공개된 발명 (등록요건 흠결)
4) 등록이 허락되었으나 발명의 명세서(specification)에만 개시되고 청구항에 기재되지 않은 발명 (공중에 기여된 발명)
5) 등록되었으나 특허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되거나 집행할 수 없는 특허발명 (An expired or unenforceable patented invention).

이때 공중에 자유롭게 이용되지 않은 영업비밀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그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하거나 부정 사용하는 행위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될 수 있다. 즉 전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교류가 없거나 상거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공중의 “자유이용”을 위해 바쳐진 발명… ‘공중기부론’

“It fell within the “disclosure-dedication rule” which provides that subject matter that was disclosed in a patent specification, but not claimed in any granted patent, is dedicated to the public.”

발명의 명세서(specification)에 기재되었지만 청구항에 기재되지 않은 발명은 공중에 기여된 발명으로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임을 인정한 사건이 그 유명한 존슨앤존슨 사건이다 (Johnson & Johnston Associates, Inc. v. R. E. Service Co., 285 F.3d 1046, 1054–55 (Fed. Cir.2002)).

이 사건에서 미연방항소법원은 특허 출원인이 명세서를 통해 발명의 어떤 실시예(embodiment)를 개시하였으나 청구항에 그 실시예를 청구하지 못하였다면 그 실시예(embodiment)는 공중에 바친 것으로 특허권자가 청구항에 기재된 특허발명의 균등론(the doctrine of equivalents)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청구항을 작성하는 자도 사람이므로 완벽하게 글로 자기 발명을 표현하기 어렵다. 때문에 문언적으로는 일부 구성이 다른 구성이더라도 전체적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의 범위에 있으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를 균등론(the doctrine of equivalents)이라고 한다.

미연방항소법원이 이러한 균등론의 확장해석을 저지하는 항변으로 인정한 대표적인 것이 i) 출원경과 금반원 (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이고 ii) 존슨앤존슨 사건의 공중기부론(public dedication doctrine)이다.

[그림]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서 발명 A는 특징 a+b, 특징 a+c, 특징 a+d의 조합으로 기재하였으나 청구범위에는 특징 a+b의 조합만을 발명 A로 청구한 경우

출원경과 금반원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 출원시에 거절 극복을 위한 보정 또는 특허가능성에 대한 주장에 반하는 주장을 추후에 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심사과정에서 청구항 등을 보정해 권리범위를 줄였으면, 추후에 해석을 통해 이를 확장하려는 주장은 허락되지 않는다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Kabushiki Co., 344 F.3d 1359 (Fed. Cir. 2003), cert. denied, 124 S. Ct. 2018 (2004)).

공중기부론에 따르면 출원 명세서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발명의 실질적으로 동일한 범위내에서 다양한 변형 실시예(embodiment)를 기재하였으나 특허청구범위(Claim)에는 특정 실시예만을 권리범위로 기재한 경우에는 다른 변형 실시예에 관한 특징은 권리범위로 주장할 수 없다.

이 실시예들의 특징은 특허문서의 공개와 함께 공중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바친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이 될 수 있다.

가령, 오른쪽 그림에서 공중기부론(public dedication doctrine)에 따르면 발명 A에 대해 상세한 설명에 a+b, a+c, a+d 와 같은 다양한 변형 실시예를 기재하였으나 특허청구범위에는 발명 A를 a+b만 기재했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오직 a+b 특징을 가진 발명 A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실시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a+c 와 a+d 를 특징으로 하는 발명 A는 자유이용발명으로 공중에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바쳐진 발명이 될 수 있다.

목적지를 향한 첫 발걸음…. “실시자유도 분석(FTO)”

청구범위는 처음 출원 명세서를 작성할 때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기재되었는 지에 따라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내용 중 하나로 좁게 해석될 수 있고 또한 심사과정에서 청구항 등을 보정해 권리범위가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출원인 입장에서는 청구범위를 처음 작성하거나 보정(수정)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실시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자유이용발명(Public domain Invention) 영역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자신이 새로 개발한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사나 검토 없이 실시한다는 것은 눈을 가리고 지뢰밭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하나하나 그 지뢰를 제거해가며 앞으로 나아가야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 그 과정의 첫 발걸음이 바로 실시자유도 분석(FTO)이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