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특허는 국가가 명세서에 기재된 발명을 강제로 공개하는 것과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의 배타적 보호를 보장하는 두 개의 바퀴가 함께 돌아가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먼저 발명자로 하여금 자신의 발명이 공개될 것을 전제로 명세서에 자신의 발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해 공중이 그 명세서를 보고 참고서 삼아 후속 기술 개발을 촉진시키되 무단으로 그대로 복제해 사용하는 것이 막아 발명자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특허출원 시 명세서 기재요건은 매우 중요하고 엄중하다. 이번 컬럼에서는 명세서 기재요건의 중요성과 실시가능 요건에 대해 상ㆍ하 2회에 걸쳐 설명한다.

‘선행기술의 적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Raytheon’ 판례

실시가능 요건 (enablement requirement)의 흠결은 단지 그 명세서 작성 요건의 흠결에 머물지 않고 특허법상 다른 요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이진수 변리사

미국의 경우 만약 어떤 특허가 먼저 공개되었는데 특허 문서, 명세서에 기재한 발명의 설명이 실시가능 요건을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면 해당 특허는 다른 후출원 발명의 등록을 저지할 수 있는 선행기술로 자격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2021년 4월 16일 연방항소법원은 레시언 사건에서 하나의 참조문헌만으로도 진보성 흠결의 근거가 될 수 있으나 그 참조문헌이 선행기술의 자격을 가지려면 그 참조문헌에 기재된 내용이 출원발명에 대해 실시가능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In Raytheon Technologies Corp. v. General Electric Co., 2021 U.S. App. LEXIS 10961 (Fed. Cir., Apr. 16, 2021)).

Raytheon Technologies(레시언)사가스 터빈 엔진에 관한 미국 특허번호 9,695,751 (‘751 특허)의 특허권자이고, GE(제너럴일렉트릭)사는 단일 선행 기술 참조문헌 “Knip”에 의존하여 진보성 흠결을 주장한 무효심판(IPR)청구인이었다.

※ 미국 선행기술이나 발명을 부를 때 “Knip” 처럼 발명자의 이름을 인용하여 명명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관행을 통해 미국의 발명자 존중문화를 엿볼 수 있다.

Raytheon Technologies(레시언)과 GE(제너럴일렉트릭) : 매사추세츠 주 월섬에 본사를 둔 미국의 다국적 항공 우주 및 방위 대기업으로 주로 전투기의 가스터빈엔진을 개발하고 GE(제너럴일렉트릭)사는 주로 산업용 민간 발전 가스터빈엔진을 개발하는 대기업이다.

‘751 특허는 종래 기술보다 훨씬 더 높은 특정 출력 밀도의 범위(a specific “power density” range)를 특징으로 한다.

청구항 1. A gas turbine engine comprising:
a fan including a plurality of fan blades…<생략>… ; a compressor section; a combustor in fluid communication with the compressor section; turbine section in fluid communication with the combustor, the turbine section including a fan drive turbine and a second turbine . . . ; and a speed change system configured to be driven by the fan drive turbine to rotate the fan about the axis; and
a power density at Sea Level Takeoff greater than or equal to 1.5 lbf/in3 and less than or equal to 5.5 lbf/in3 and defined as thrust in lbf measured by a volume of the turbine section in in3 measured between an inlet of a first turbine vane in said second turbine to an exit of a last rotating airfoil stage in said fan drive turbine (emphasis added).
청구항 2. The gas turbine engine as recited in claim 1, wherein the fan drive turbine has from three to six stages.
청구항 3. The gas turbine engine as recited in claim 2, wherein said number of fan blades is less than 18 and the second turbine has two stages.

GE(제너럴일렉트릭)사는 심판청구에서 선행문헌 Knip이 비록 상상속의 엔진에 대한 것이나 “숙련된 장인이 각각의 엔진의 출력 밀도를 유도할 수 있는 성능 매개 변수를 공개하고 있으므로 가스 터빈 엔진의 출력 밀도범위가 한정된 ‘751 특허 청구 발명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선행문헌 Knip에 통상의 기술자가 엔진의 출력 밀도를 계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분한 개시 내용이 있다고 판단해 ‘751 특허는 선행문헌의 Knip으로부터 자명하게 도출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CAFC)은 선행문헌 Knip에 개시된 엔진은 당시에는 사용할 수 없는 상상의 재료에 의존해 매개변수가 기재된 것으로 선행문헌 Knip은 그 자체로도 실시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숙련된 기술자라도 과도한 실험없이 ‘751 발명의 엔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개시되지 않았으므로 진보성 판단에서 선행문헌 Knip 선행기술의 적격성을 부정했다.

미국은 미완성 발명이란 개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선행기술에 발명의 내용이 명시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개시되어 있는지와 그 기재가 실시 가능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만을 관심을 갖는다. 특히 진보성을 판단할 때는 신규성 판단할 때보다 실시가능 요건을 더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크다. 우리나라 심사실무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임시 출원일’ 소급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자격 상실

먼저 미국의 ‘임시출원(Provisional application)’ 제도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빠르게 출원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제도이다. 심지어 논문을 그대로 제출해도 되고 연구노트를 그대로 명세서로 출원해도 되며 영어가 아닌 한글로 작성되어도 무방하다 (추후 번역문 제출 필요).

임시출원일로부터 12개월 안에 청구항 및 명세서 형식을 갖추고 정규출원만 하면 임시출원의 출원일을 정규출원의 출원일로 소급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출원 시 명세서에 청구항을 기재할 필요가 없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출원이 가능하다. 임시출원 이후 12개월 이내에 정규출원을 하면, 정규출원이 심사의 대상이 되고 정규출원의 출원일은 임시출원의 출원일로 소급된다. 정규출원을 하지 않으면 임시출원은 공개되지 않고 자동 취하된다.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임시출원’ 당시 제출된 명세서에 기재된 발명의 설명이 실시가능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였을 정도로 부실하였다면 그 특허는 임시출원일로 소급되지 못하며 다른 후출원 발명의 등록을 저지할 수 있는 선행기술로 자격도 없어진다.

따라서 미국에서 ‘임시출원’을 하더라도 발명의 상세한 설명은 통상의 기술자가 실시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기재해야 한다. 나중에 정규출원에서 청구항을 기재하거나 청구항을 보정할 때, 청구항에 기재될 발명이 최초 명세서에 실시 가능한 수준으로 기재되지 않으면 등록 받을 수 있는 청구 발명이 제한된다.

결국, 처음부터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기재할 때 선행기술조사를 통해 청구항을 보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기재 수준을 정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임시출원’과 유사한 제도가 있다. 이를 ‘임시 명세서 출원’이라고 한다. 이러한 ‘임시 명세서 출원’이 가출원이 아니라 정규출원이다. 단지 명세서 법정 양식의 유예를 받는 것뿐이다. 기존 명세서 양식에 따르지 않고 PDF, DOC, DOCX, PPT, PPTX, HWP, JPG, TIF 형식의 일반 전자파일이라면 이를 ‘임시명세서’로 해 출원할 수 있다 (특허법 시행규칙 제21조 제5항).

특허법 제42조의2(특허출원일 등) ① 특허출원일은 명세서 및 필요한 도면을 첨부한 특허출원서가 특허청장에게 도달한 날로 한다. 이 경우 명세서에 청구범위는 적지 아니할 수 있으나, 발명의 설명은 적어야 한다.
특허법 시행규칙 제21조(특허출원서 등) ⑤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 제42조의2제1항 후단에 따라 명세서에 청구범위를 적지 않고 출원할 때에는 특허출원서에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기재방법을 따르지 않고 발명의 설명을 적은 명세서(이하 “임시 명세서”라 한다)를 첨부해 제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 명세서를 전자문서로 제출하기 위해서는 특허청장이 정해 고시하는 파일 형식을 따라야 한다. <신설 2020. 3. 30.>
⑥ 제5항에 따라 임시 명세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해야 하며, 법 제47조에 따라 임시 명세서를 보정할 때에는 별지 제9호서식의 보정서에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명세서, 요약서 및 필요한 도면을 첨부해 특허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신설 2020. 3. 30.>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임시 명세서 출원도 정규 출원의 일종이다. 만약 출원시 청구범위까지 기재하였더라도 그대로 일반출원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임시명세서출원시 청구범위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우선권을 주장하면서 다시 출원하거나(특허법 제55조), 출원일 혹은 최우선일로부터 1년 2개월 내에 청구범위를 추가하는 보정을 해야 한다(특허법 제42조의2 제2항). 그렇지 않으면 위 특허출원은 공개되지 않고 자동 취하된다.

또한 청구범위 유예제도에 따른 특허출원에 기재된 발명 내용과의 관계에서 신규 내용이 있는 경우 국내 우선권 주장 방식을 택하고, 신규 내용이 없는 경우 청구범위 추가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임시명세서 출원절차 (출처 : 특허청)

제품사진 등이 담긴 JPG 파일을 임시 명세서로 해 특허 출원할 수 있다는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그 임시 명세서에는 발명의 설명이 충실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적혀 있어야 한다.

명세서 법정 양식이 유예된 임시명세서 출원은 시행규칙의 명세서 양식요건을 유예한 것이지 실체적 실시가능 요건까지 완화한 것이 아니다 (특허법 제42조 제3항). 또 발명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적지 않으면 출원일을 인정받을 수 없다 (특허법 제42조의 2).

‘실시 가능하게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최초 특허 출원시

아직 우리나라에 임시 명세서출원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이슈에 대한 분쟁사례를 찾기 어렵다.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임시출원을 너무 쉽게 보고 제대로 출원하지 않아 골치 아프게 된 미국 선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임시 명세서에 포함되었던 발명의 내용 안에서만 이후 명세서 및 청구항의 보정이 가능하므로 나중에 심사관의 거절이유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강한 특허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임시 명세서 작성시부터 나중에 보정할 것을 대비해 가능한 발명의 모든 특징을 실시 가능한 수준으로 기재해야 한다.

처음 출원 시 청구항에 기재되지 않은 기술적 구성요소에 대한 설명을 모두 생략하는 것은 좋은 특허를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청구항을 추가하거나 청구항을 보정할 때 최초 명세서에 기재된 다양한 내용의 기재수준이 실시가능요건을 만족하는지에 따라 청구항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항이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초 특허를 출원할 때 명세서를 풍부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단지 형식적으로 다양한 변형 실시예를 많이 기재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 실시 가능하게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방법으로는 예상되는 제품의 사진을 글로 기재하듯이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이다. 이래야 강한 특허를 인정받으면서도 심사관의 거절이유에 대응하기 좋다.

따라서 안전하게는 임시 명세서 출원을 이용하더라도 선행기술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시명세서 출원이라고 실시가능요건을 위반하면 출원일의 소급혜택을 받을 수 없고 공개에 따른 선행기술의 지위도 상실한다.

다시 한번 당부하고 싶다. 우리나라이든 미국이든 발명의 설명을 충실히 기재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임시 출원 또는 임시 명세서 출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임시 명세서 출원을 하고 싶다면 먼저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 볼 것을 권고한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부록] 실시가능요건과 선행기술의 적격에 관한 논점

실무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중요한 차이는 실시가능요건(enablement)을 만족하지 못한 경우 그 특허출원이 선행기술(prior art)의 적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실시가능요건에 대한 엄격성과 개시에 대한 판단기준의 차이입니다.

[미국의 경우]
미국은 선행기술의 인정범위를 대상 발명의 실시가능요건(enablement)을 만족하도록 기재된 내용에 한정합니다. 형식적으로 기재된 내용이 개시(disclosing)되어 있어도 그 기재가 대상발명을 실시가능한 수준으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면 그 기재에 대한 개시(disclosing)가 없는 것처럼 취급합니다(In re Ruschig, 343 F.2d 965 (C.C.P.A. 1965), Paperless Accounting, Inc. v. Bay Area Rapid Transit Sys., 804 F.2d 659, 665 (Fed. Cir. 1986). In re Baird, 16 F.3d 380, 382 (Fed. Cir. 1994), In Raytheon Technologies Corp. v. General Electric Co., 2021 U.S. App. LEXIS 10961 (Fed. Cir., Apr. 16, 2021)).
따라서 먼저 출원인의 발명이 새로운지에 대한 신규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선행기술의 개시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선행문헌에 실시가능 할 수준으로 개시되었는지 (‘enabling disclosure’)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 됩니다 (In re Hoeksema, 399 F.2d 269, 158 USPQ 596 (CCPA 1968)). 만약 선행 문헌에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실험 없이 특허발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로 개시되어 있지 않다면 그 선행문헌은 선행기술의 적격이 없습니다 (Elan Pharm., Inc. v. Mayo Found. For Med. Educ. & Research, 346 F.3d 1051, 1054, 68 USPQ2d 1373, 1376 (Fed. Cir. 2003)).
단 선행기술의 개시요건으로서 실시가능요건은 선행 문헌의 기재 자체에 대한 실시가능요건이 아니라 선행 문헌에 개시된 사항으로부터 대상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측면에서 실시가능요건입니다 (이진수, 최승재, “인용발명을 특정하는 과정에서 사후고찰의 편견을 피하기 위한 판단 절차와 기준에 대한 개선안 ―미국 심사기준(MPEP) 및 판례와 비교하여―”, 지식재산연구지식재산연구 제15권 제2호 2020.06 참조).
따라서 선행문헌 자체가 실시가능요건을 흠결한 경우라도, 즉 선행에서 개시한 물건을 어떻게 만드는지 또는 개시된 방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가르치지 않았더라도 특허 발명을 충분히 실시 가능하게 가르친다면 신규성 흠결 (35 U.S.C. 102)의 거절의 근거로 삼을 수 있고, 또한 선행문헌이 청구 발명의 구성요소를 모두 가르치고 있다면 다른 선행문헌과 같은 2차 증거를 이용하여 특허발명품을 만들거나 특허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public domain)이란 사실을 보일 수 있습니다 ( In re Donohue, 766 F.2d at 533, 226 USPQ at 621).
또한 진보성 거절 (35 U.S.C. 103 REJECTIONS)에 있어서도 “선행문헌이 작동하지 않는 장치를 공개하더라도, 그것이 실시 가능하게 가르치는 범위 내에서는 모두 선행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Beckman Instruments v. LKB Produkter AB, 892 F.2d 1547, 1551, 13 USPQ2d 1301, 1304 (Fed. Cir. 1989)). 따라서 선행문헌 자체가 실시가능할 정도로 기재된 것이 아니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성 판단을 위한 목적으로 선행기술 적격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Symbol Techs. Inc. v. Opticon Inc., 935 F.2d 1569, 1578, 19 USPQ2d 1241, 1247 (Fed. Cir. 1991)).
이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문헌의 기재만으로 실시 가능하다고 추정되므로 이를 반박하는 자가 실시가능하지 않음, 즉 선행문헌을 이용하여 특허발명을 만드는 방법 등이 발명 당시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청구발명이 화합물인 경우 선행문헌이 단지 청구된 화합물의 구조만 공개한 경우, 복합물을 제조하려는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증거는 실시 가능한 개시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적합할 것입니다 (In re Wiggins, 488 F.2d 538, 179 USPQ 421 (CCPA 1973)).
또한 화학 화합물의 속(genus) 개념에 대한 선행기술의 일반적인 개시는 그 선행기술의 개시에 의해 그속(genus)에 속하는 어떤 화합물의 합성이 가능할 수 있더라도 그 속(genus)의 종(species)에 대한 청구발명을 실시 가능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상위개념의 개시는 하위개념의 발명의 개시로 인정되기 어려우며 (In re Ruschig, 343 F.2d 965 (C.C.P.A. 1965), In re Baird, 16 F.3d 380, 382 (Fed. Cir. 1994)), 어떤 특정 종 (species)에 대한 설명이 이와 유사하더라도 다른 종(species)에 대한 실시 가능한 설명으로 인정받기도 어렵습니다 (Regents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v. Eli Lilly and Company, 119 F.3d 1559 (Fed. Cir. 1997)).

[우리나라의 경우]
선행문헌의 실시가능 개시요건(Enable requirement)은 일반원칙으로 우리나라 대법원도 “공연(公然)히 실시된 발명은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실시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그 기술의 내용까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공용에 의하여 신규성이 부인되기 위해서는 ‘당해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그 기술사상을 보충, 또는 부가하여 다시 발전시킴 없이 그 실시된 바에 의하여 직접 쉽게 반복하여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개될 것’이 요구된다”고 함으로써 실시가능요건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6. 1. 23. 선고 94후1688 판결 참고).
그러나 선행기술이 간행물인 경우 특허발명을 실시 가능할 정도로 개시하지 않았다거나 특허발명이 선행문헌이 실시 가능하게 개시한 범위 내에 있지 않다는 등 실시 가능 개시 (enabling disclosing) 요건을 선행기술 적격의 판단 근거로 인용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행기술적격과 관련하여 실시가능요건의 흠결에 대한 다툼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으나, 대체로 간행물에 대응이 구성이 개시되어 있다면 실시가능요건은 추정된다는 입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두 발명 사이에 ‘구성’의 차이가 일부 있더라도 ‘효과’의 점에서 차이가 없다면 동일하다고 판단하는 “실질동일 법리”를 이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질동일 판단에 대한 비판은 본 블로그의 1편과 “인용발명을 특정하는 과정에서 사후고찰의 편견을 피하기 위한 판단 절차와 기준에 대한 개선안―미국 심사기준(MPEP) 및 판례와 비교하여―”, 지식재산연구지식재산연구 제15권 제2호 2020.06 참조)
나아가 우리나라는 “미완성 발명”이란 개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가급적 미완성 발명이라고 보지 말라고 가이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완성발명이라는 개념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후3312 판결, 대법원 1993. 9. 10. 선고 92후1806 판결 등 및 김병필, “청구범위해석에 있어서 ‘상세한 설명의 참작’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 분석 및 외국 사례와의 비교 검토”, 지식재산연구, 9권 2호(2014), 44면 참조).
우리나라도 미완성 발명이라도 대상발명의 구성이 모두 개시되어 있다면 선행기술의 지위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때 특허발명을 실시 가능하게 개시하고 있는지, 실시 가능하게 개시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심리는 부족하고 오히려 ‘선행기술이 미완성 발명이거나 표현이 불충분하거나 또는 일부 내용에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기술상식이나 경험칙에 의하여 쉽게 (극히 용이하게) 기술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진보성 판단의 대비 자료로 인용할 수 있다고만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후 1957 판결;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후2307 판결; 특허법원 2006. 4. 7. 선고 2005허2182 판결; 특허법원 2019. 5. 30. 선고 2018허8210 판결).
즉 우리나라는 선행기술의 특정에 있어서 실시가능한 만큼 개시된 것인지에 대한 심리 기준(실시가능개시요건)이 확립되지 않아 단지 개시여부에 대한 인식 (용이파악기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실시가능개시요건은 특허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반원칙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직 이 쟁점에 대해 대법원의 태도가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