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싸고 구글과 오라클이 10년 넘게 벌인 일명 ‘자바(JAVA) 전쟁’ 소송에서 결국 구글이 이겼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오라클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든 구글을 상대로 낸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에서 6대2로 구글에 최종 승소 판결했다.

오라클 자바 로고

이번 승리로 구글은 200억 달러(22조원)에서 300억 달러(33조원)까지 거론되던 손해배상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앞으로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자바의 선언코드나 실행코드 이용허락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판결로 인해 소프트웨어 분야 저작권 보호에 대한 울타리가 더욱 낮아 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그나마 누려오던 저작권 수입 가능성이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구글이 가져다 쓴 자바 코드에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이용(fair use) 이라고 본다. 따라서 구글의 행위는 저작권법 침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정 이용(fair use) :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저작물의 모든 이용형태에 있어서 무제한으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일정한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해 일반인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공정이용이라 한다. 공정이용에는 ▲재판절차에서의 복제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2011년에 개정된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경우에 포괄적·일반적 규정으로서 공정이용 제도를 도입하고 그 판단기준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다.

10년간의 ‘자바(JAVA) 전쟁’… 오라클 vs. 구글 ‘저작권 소송’

‘자바 전쟁’은 자바 플랫폼을 개발해 1996년 최초로 배포한 Sun Microsystems를 2009년에 인수한 오라클이 2010년 구글을 상대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37개 자바 API(application programmi interfaces)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구글은 자바 API 패키지들의 선언코드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안드로이드의 모바일 전화 운영 시스템을 만들면서 자바 API 패키지들의 선언 코드를 이용하고 실행코드는 스스로 작성했다.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는 168개의 API 패키지들이 포함되었는데, 그중 37개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됐다.

오라클은 “구글이 자바 API 코드 37종의 구조와 순서, 조직을 베끼는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안드로이드를 설계했다”고 주장했고 구글은 업계 관행이고 기술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맞섰다. 이에 오라클은 구글에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사용료 90억 달러(한화 10조원)를 요구했다.

이 사건의 저작권 관련 쟁점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인 API도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구글이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함에 있어 자바 API를 이용한 것이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자바 API도 ‘저작권 보호’ 대상... 연방대법원(2015년)

저작권법은 유형의 표현 매체에 고정된 독창적인 저작물을 보호하고, 입법 역사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어문저작물에 포함된다.

해당 자바 코드가 저작권 대상인지를 놓고 벌어진 공방에서 2012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은 자바 체계하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명시하는 선언코드는 동일할 수밖에 없으므로 자바의 API 패키지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미 연방대법원 전경

하지만 2014년 연방항소법원은 자바 API 패키지의 전체적인 구조는 창작적이고 독창적이므로 지방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저작물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2015년 6월, 연방대법원이 구글의 상고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자바 API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이 확정됐다.

이처럼 법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구축에 있어 자바 코드를 이용하면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함으로써 최소 수조원의 배상 위기에 몰렸다. 이에 구글은 저작권 침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정이용 항변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라이선스 계약’ 없는 API 패키지 적용이… ‘공정한 이용’일까(?)

구글과 오라클은 구글이 라이선스 계약 없이 해당 자바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의 범위에 포함되는지로 쟁점을 좁혀 재판을 다시 해왔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구글이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를 이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므로 오라클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오라클은 다시 항소하게 된다

항소법원은 구글의 자바 API 패키지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 이용의 목적 및 성격(purpose and character of the use) ▲저작물의 성질(nature of the copyrighted work) ▲이용된 부분의 양 및 실질(amount and substantiality of the portion used) ▲ 잠재적 시장에 대한 영향(effect upon potential market) 등 4가지 요소를 고려했다.

그 결과, 항소법원은 2018년 5월 지방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구글의 자바 API 패키지 이용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사진

이에 구글은 2019년 1월 API와 같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며 또다시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한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1월에 구글의 상고 신청을 허가했고, 최종 판결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주면서 10년이 넘는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최종 판결문에서 “이번 경우 구글은 이용자들이 새롭게 변형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가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재실행했다”면서 “따라서 구글이 썬 자바 API를 복제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