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Firstface 공동대표

발명 및 특허 소유권과 관련해 직무발명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종업원 발명가는 물론이고 사용자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직무발명의 보상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직무발명’ or ‘개인발명’… 판단요건은?

직무발명 제도는 종업원 발명가의 권리와 의무,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되, 종업원 발명가의 불공정 행위는 물론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종업원 발명가에게 불리한 고용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가진다.

발명진흥법은 ▲종업원의 직무에 관한 발명이 ▲성질상 사용자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의 현재·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경우, 이를 직무발명이라고 규정한다. 즉 직무발명은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교집합에 해당한다.

또한 발명진흥법은 직무발명이 아닌 종업원의 발명을 개인발명이라고 규정한다. 바꾸어 말하면 종업원의 발명은 직무발명 아니면 개인발명, 둘 중 하나인 것이다.

종업원의 발명이 직무발명인지 개인발명인지에 대한 국내 판례는 흔치 않지만 미국에는 이에 대한 판례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특히 미국 판례는 발명가가 착상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며 직무발명 여부를 판단하는 각종 판단 요건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개인발명’으로 지키는 방법… Applera vs. Illumina 판례

Applera vs. Illumina 소송은 직무발명 판단에 대한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2010년 판례이다. 해당 case는 준비된 종업원이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자신의 발명을 개인발명으로 지키는 과정과 전략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물론 사용자에게는 정반대의 판례로서, 종업원의 치밀한 전략에 의해 자신이 직무발명으로 양도받을 수도 있었던 발명을 종업원에게 빼앗기는 과정을 보여주는 뼈아픈 예이다.

Dr. Macevicz의 U.S. Pat. No. 5,750,341의 도면

Dr. Stephen Macevicz(이후 “Dr. M”으로 약칭)는 biophysics 박사학위를 소지한 미국 특허변호사이
다. 그는 DNAX Research Institute에 근무하다, 1992년 DNAX를 사직한 후 Applera의 사내 특허변호사로 취직했다. Applera는 총 5,000여명의 종업원, 15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한 California주 소재 대기업이다.

Applera의 사내 특허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Dr. M은 1994년 자신이 이전에 대리했던 Dr. Brenner의 발명과 유사한 발명으로서 oligonucleotide 탐침자를 반복적으로 결찰 및 분할하여 DNA 염기 서열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한 신규 발명을 착상했다. 그는 이를 특허출원하여 추후 U.S. Pat.No. 5,750,341(‘341 특허)3) 및 이의 분할출원에 해당하는 U.S. Pat. No. 5,969,119(’119 특허) 4)를 등록했다.

하지만 Dr. M은 상기 발명을 착상한 사실을 Applera에 통지하지 않았음은 물론 ‘341 특허 및 ’119 특허에 대해서도 Applera에 통지하지 않았다. 단 Dr. M은 상기 발명을 착상하며 Applera의 기기나 시설을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발명에 대한 착상 과정을 Applera가 제공하는 발명가 note 대신 자신이 문방구에서 직접 구입한 note에 기재하였으며, 상기 발명에 대한 특허출원서 역시 Applera의 사무실 computer를 사용하는 대신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computer를 사용해 준비했다.

이후 Dr. M의 특허에 위협을 느낀 Applera는 2008년 California주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Dr. M과 그의 특허를 모두 매입한 Solexa 및 Illumina를 상대로 ‘341 특허 및 ’119 특허의 소유권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Dr. M 의 발명은 자신이 Applera를 위해 수행한 직무로부터 기인하지 않았으므로 Dr. M의 발명은 개인발명이며, ‘341 특허 및 ’119 특허의 소유권자는 Dr. M이라고 판결했다.

‘사용자’ & ‘종업원’ 발명가 권리 보호.. 직무발병제도

Applera case의 교훈은 다양하다. 우선 직무발명 제도는 사용자의 투자에 대한 대가를 보장하는 동시에 종업원 발명가의 권리도 보호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직무발명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의 정서·문화에 따라 직무발명 제도는 종업원 발명가의 혁신을 장려할 수도 있는 반면 이러한 혁신을 억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Applera case의 또 다른 교훈은 “Fortune favors the prepared mind,” 즉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속담이다. Dr. M은 과학자이자 특허변호사로서, 발명을 착상하는 방법은 물론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모두 숙지한 특허 전문가였다.

Dr. M이 자신의 발명을 특허출원하며 Applera의 기자재를 사용하지 않았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가 Applera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lab note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자신이 직접 문구점에서 구입한 lab note에 자신의 idea와 발명을 정리했다는 사실은 Dr. M의 주도면밀함을 반영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직무발명 보상에 대한 법적 의무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직무발명의 고리 역시 발명의 착상 시점에 근거해 확연히 구분한다.

우리나라가 지식기반시대를 맞아 창조경제를 이룩하려면 국내의 경직된 직무발명 제도와 영업비밀 유출 관련 법령 및 판단 기준도 시대에 맞게 정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Firstface 공동대표

Baby-boom 세대의 절정인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유명한 발명가가 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한국과학원(현 KAIST의 전신)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미국 Johns Hopkins 대학교와 Duke 대학교에서 의공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모교인 Duke 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던 저자는 특허 2건을 출원하며 ‘바가지’를 톡톡히 쓰고 말았다. 이에 저자는 자신이 직접 특허를 쓰기 위해 만 38세에 다시 Duke 대학교 Law School에 진학하여 법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미국 Boston, Silicon Valley의 유수 특허 law firm에서 특허변호사로 근무했다.

2006년 10월 저자는 21년 반의 미국 생활을 접고 영구 귀국했으며, 저자의 40년 지기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홍국선 교수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 본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2008년 4월 저자는 자본금 5조 원의 세계 최대 특허관리업체(특허괴물?)인 Intellectual Ventures가 서울에 설립한 “Intellectual Ventures Korea” 초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2009년 10월부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하며 미국특허제도 및 특허 사업화 등을 강의했다.

2015년 9월 저자는 software 전문 스타트업인 ‘Firstface’에 공동대표로 합류했으며, 2016년부터는 인천 송도의 한국뉴욕주립대학교(SUNY Korea)에서 정교수로 근무하며 발명, 창업 및 기술 사업화 등에 대한 강의는 물론 이의 실질적 구현에도 계속 정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