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Firstface 공동대표

특허는 발명가로 하여금 혁신을 이루도록 장려함으로써 공중(public)이 새롭고 유용한 제품과 sevrice 혜택을 받도록 고안된 제도다. 따라서 발명가가 보유한 금지권의 상당한 부분은 특허제도 자체의 목적에 의해 ‘선천적’으로 제한된다. 실제로 특허제도는 발명가에게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제공하며 공중의 이익과의 견제와 균형을 추구한다.

‘존속기간’, ‘개량 발명’ 특허 등… 특허권의 ‘취약성’

특허권자의 권리는 통상 사유재산 소유자 권리의 반 또는 그 이하 정도에 해당할 뿐이다. 그 이유는 이 세상의 모든 발명은 극히 소수의 원천 발명과 대다수의 개량 발명으로 구성되는 바, 개량 발명에 대한 개량특허의 소유권자는 자신이 보유한 개량특허를 실시하는 순간 원천 발명에 대한 원천특허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특허권은 절대로 사용권과 금지권을 동반하는 “배타적 독점권”이 아니며, 특허권은 금지권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허권의 또 다른 취약성은 존속기간에서도 알 수 있다. 사유재산의 소유자는 자신이 재산을 소유하는 한 상기 재산의 소유, 관리, 사용, 처분 등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사용권 및 금지권을 보유한다.

이에 반해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에 부여된 금지권을 특허 출원 후 20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특허의 존속기간인 출원 후 20년은 같은 지식재산인 저작권의 존속기간인 창작자 사후 70년과 비교하더라도 극히 짧은 기간임을 알 수 있다.

특허권자에게 부여된 금지권도 경우에 따라 그 일부를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 특허제도는 발명가들 사이의 경쟁은 물론 특허 사이의 경쟁도 장려한다. 따라서 후발명가라도 선행특허가 개시하지 않은 신규 발명을 발견할 경우 이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일예로 원천발명가의 원천특허의 권리 범위 내에서 개량발명가가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춘 개량 발명을 착상하고 특허를 출원했을 경우 개량발명가 역시 독립적인 특허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개량발명가의 개량특허는 실시 즉시 원천발명가의 원천특허를 침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개량 발명가가 원천특허의 범위에 속한 개량 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게 되면 원천발명가 역시 개량발명가의 개량특허를 실시할 수 없다.

이러한 법체계는 토지, 주택, 전자제품과 같이 순수한 독점적 배타권을 지닌 사유재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불공정 행위 금지’, ‘금반언의 원칙’ 등… 특허권에 대한 제한

이처럼 특허제도는 원천발명가를 중시하지만 이를 개량한 개량발명가에게도 어느 정도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원천발명을 착상한 원천발명가의 권리도 제한한다.

이 것으로 끝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특허제도는 특허소진론, 일발명 일특허 원칙, 부활 금지 원칙, 이중
특허 금지 원칙, 불공정 행위 (inequitable conduct)금지 원칙, 금반언의 원칙, 재탈환 규칙 등을 통해
특허권자의 금지권에 더욱 세부적으로 제한을 가한다.

불공정 행위 (inequitable conduct) 금지 원칙 : 특허청 심사관을 상대로 발명가가 의도적으로 특허성에 중요한 사실관계를 오도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제도이다. 특히 미국 법원은 이러한 불공정 행위 금지 원칙을 무척 엄격히 적용해 왔으며, 판례에 의하면 발명가(즉 출원인)가 ‘의도적’으로 미국특허청에 중요한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오도했으며, 이러한 행위가 청구항의 특허성 판단에 중요할 경우에 한해 “불공정 행위”가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금반언의 원칙(Estoppel) :발명가(또는 출원인, 특허권자 등)가 특허심사 과정 중 특허를 받기 위해 특허청에 청구발명이나 청구범위 등을 제한하는 언행으로 특허를 받은 후, 추후 특허침해소송에서는 자신의 청구범위를 확충하기 위해 이전의 언행과 어긋나는 주장의 개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원칙이다.

결국 특허제도는 공공영역에 속한 지식과 기술을 보존하고, 공공영역을 확충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특허제도는 특허권자가 보유한 유일한 권리인 금지권에 대해서도 상하전후 좌우로 제약을 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학자들은 특허권이란 배타적 독점권을 의미하므로 특허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독점에 근거한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므로, 특허권을 면밀히 감시해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결국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균형감을 잃은 주장에 불과하며, 특허제도의 세부 운용 장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더 많은 양질의 ‘혁신 창출’… 특허제도의 필요성

그렇다면 특허제도는 꼭 필요한가? 특허제도 없이는 혁신을 달성할 수 없을까? 물론 특허제도 없이도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제도를 운용할 경우에는 특허제도가 없는 경우보다 더 많은 양질의 혁신이 창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특허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발명가는 자신이 달성한 혁신에 대한 금지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되며, 공중은 금지권이 없는 발명가의 혁신에 무임승차(free ride)할 것이고, 이에 따라 발명가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무도 더 이상 혁신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게 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중이 떠맡게 된다. 따라서 공중이 혁신의 혜택을 얻기 위해 발명가에게 혁신에 대한 제한된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가 특허제도인 셈이다.

결국 특허제도는 금지권이라는 당근을 활용해 발명가가 의욕적으로 혁신을 달성하도록 유도하되, 채찍을 이용해 발명가의 금지권에 의한 공중의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운영된다. 왜냐하면 특허제도는 발명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도 아니고, 제조업체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는 더더욱 아니며, 공중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Firstface 공동대표

Baby-boom 세대의 절정인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유명한 발명가가 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한국과학원(현 KAIST의 전신)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미국 Johns Hopkins 대학교와 Duke 대학교에서 의공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모교인 Duke 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던 저자는 특허 2건을 출원하며 ‘바가지’를 톡톡히 쓰고 말았다. 이에 저자는 자신이 직접 특허를 쓰기 위해 만 38세에 다시 Duke 대학교 Law School에 진학하여 법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미국 Boston, Silicon Valley의 유수 특허 law firm에서 특허변호사로 근무했다.

2006년 10월 저자는 21년 반의 미국 생활을 접고 영구 귀국했으며, 저자의 40년 지기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홍국선 교수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 본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2008년 4월 저자는 자본금 5조 원의 세계 최대 특허관리업체(특허괴물?)인 Intellectual Ventures가 서울에 설립한 “Intellectual Ventures Korea” 초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2009년 10월부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하며 미국특허제도 및 특허 사업화 등을 강의했다.

2015년 9월 저자는 software 전문 스타트업인 ‘Firstface’에 공동대표로 합류했으며, 2016년부터는 인천 송도의 한국뉴욕주립대학교(SUNY Korea)에서 정교수로 근무하며 발명, 창업 및 기술 사업화 등에 대한 강의는 물론 이의 실질적 구현에도 계속 정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