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업체인 A사에서 단체항공권 예약, 현지 호텔 예약 등 업무를 수행한 B씨는 퇴사 후에도 과거 A사 거래처에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영업을 계속했다. A사 근무당시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고객 이름, 회사명, 핸드폰번호, 이메일주소 등을 USB에 옮겨 나온 것이다. 이에 A사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고객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합리적 노력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특허청 영업비밀보호센터가 발간한 ‘영업비밀 핵심판례(2014~2019)’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 성립요건 중 하나인 “비밀관리성”에 대한 판단기준이 기존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 노력으로 개정된 후 이를 반영한 다양한 판례들이 존재한다.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경영상 정보를 말하며, 특히 ‘비밀관리성’을 충족해야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영업비밀 관련 소송에서 ‘비밀관리성’ 판단 시, 기업 규모와 자금력 및 경영여건에 따라 상대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자사의 주요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어떤 비밀관리조치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업비밀의 유형

‘합리적 노력’ 판단 기준은?… 영업비밀 보호 요건

위에서 예시로 든 A회사 사건에서도 원심 판결은 A사가 다년간 축적한 고객정보를 직원들 모두에게 공유하게 하였을 뿐, 특정인에게만 정보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고, 해당 고객정보에 비밀임을 표시하거나 직원들에게 이것이 비밀임을 고지한 바도 없었던 점이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고객정보 중 상당 부분은 B씨가 영업활동을 하면서 얻어 등록하거나 수정한 것이고, 등록이나 수정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도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볼 때 A사가 고객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영업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해당 정보에 대한 ▲물리적, 기술적 관리 ▲인적, 법적 관리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또한 해당 관리 조치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의 성질과 가치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위에서 예시로 든 A회사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①피해자 회사는 항공권 및 숙소를 제공하는 여행전문업체임 ②피해자 회사는 고객성명, 소속업체, 직위, 이메일주소 등 고객정보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합리적 구분) ③네이버주소록으로 작성된 정보는 법인 계정으로 관리하고, 구글 스프레드쉬트로 작성된 정보는 회사 직원들만 초대하는 방법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기술적 관리) ④네이버 계정과 구글 계정 모두 피해자 회사 대표가 관리(조직적 관리) ⑤ 피해자 회사는 직원 4명, 연매출 2억원의 소규모 회사임 ⑥피고인을 제외하면 피해자 회사 전원이 대표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 ⑦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고객정보의 중요성 및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음을 충분히 인식 ⑧ 피고인은 근속기간이 10년을 초과하여 상당한 신뢰관계가 구축 ⑨상시적인 접근이 허용되었지만, 고객정보가 다른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임 ⑩ 피고인이 퇴사한 이후에는 접근을 차단했음 등 10가지 사정을 고려해 A사가 고객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다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영업비밀 전문가들은 “영업비밀 보호의 핵심은 실질적인 비밀관리조치를 이행했는지 여부이므로 중소·중견기업은 회사 현실에 맞는 영업비밀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