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욱 아이피코드(IP-Code) 대표

현재 우리나라 법상으로는 커피와 관련한 사업을 하는 사람이 ‘Gabae.com’이라는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다. “가배”란 단어는 커피의 한자 표기로 성질표시로 직감되어 식별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부킹닷컴(Booking.com)’이 제기한 상표 등록을 둘러싼 소송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편집자>

등록될 수 없는… ‘Gabae.com’ 상표

코로나 시대에 어디 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직장에서는 회식도 없고, 놀러 다니는 것도 어렵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소위 집콕이라고 하는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우리가 즐겨 가는 카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수개월간 카페 착석이 금지됐고, 테이블 수도 절반씩 줄여야 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암(暗)이 있으면 명(明)이 있는 법. 2020년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은 17만6000톤(7억3000만달러)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020년 12월에는 스타벅스에서 원두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2%나 증가해서 품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요즘에도 스타벅스 매장에는 커피 원두의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홈카페족이 많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우리의 김가배씨(가배는 ‘커피’가 고종 때 수입되었을 때 쓰였던 명칭이자 ‘커피’의 한자 표기)는 생두를 수입해 이를 로스팅한 후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김가배씨의 제품이 유명하고, 광고와 홍보를 위해 매년 많은 돈을 들여 신문, 잡지, 인터넷 등 여러 매체에 광고를 하고 있다. 또한 김가배씨는 gabae.com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온라인 판매에도 적극적이다.

2018년 8월 16일 거절된 ‘咖啡’ 상표의 거절이유

gabae.com의 유명세 때문에 시중에 짝퉁이 등장하고 유사한 웹사이트도 나타나게 되자, 김가배씨는 ‘Gabae.com’이라는 상표를 등록하여 짝퉁제품에 대한 철퇴를 가하고 싶다. 김가배씨는 해당 상표를 출원하기 위해 변리사를 찾아 갔다.

그런데 변리사는 우리나라 상표법상 ‘Gabae.com’는 커피원두 수입 및 판매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등록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난감해진 김가배씨는 변리사에게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물어봤으나, 변리사는 현재 우리나라 법상으로 커피와 관련한 사업을 하는 사람이 ‘Gabae.com’이라는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김가배씨는 다른 상표로 바꾸고 싶지 않은데, 김가배씨의 ‘Gabae.com’ 상표는 등록될 수 없을까?

변리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미 다른 사람이 ‘咖啡’ 상표를 출원한 바 있었으나, “가배”란 단어는 커피의 한자 표기로 성질표시로 직감되어 식별력을 인정받지 못 해 거절되었다고 한다.

김가배씨는 이미 “gabae.com”의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고,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도메인 네임을 상표로는 등록받지 못 할 것이라는 것에 실망했다.

상표로 등록받을 수 없는… ‘보통명칭(generic term)’

우리나라 특허청에서는 2006년에도 “싼카드.com” 란 상표출원에 대해 등록을 거절한바 있다.

2006년 거절된 싼카드.com 상표출원

“싼카드.com” 상표는 지정서비스업과 관련하여 볼 때 “가격이 저렴한 카드” 등의 뜻이 있어 그 서비스업이 성질(제공 내용)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상표일 뿐만 아니라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상표인지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이 거절 이유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김가배씨의 경우와 유사한 판례가 미국에서 있었는데, 2020년 6월에 있었던 미국 특허청(USPTO) v. Booking.com 사건이다.

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v. Booking.com 대법원 판결문 첫 페이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보통명칭(generic term)에 대해서는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소비자가 누구의 상품인지를 알 수 있게 되어 소위 식별력(distinctiveness)을 취득한 경우에는 등록을 허용한다.

식별력 : 미국에서는 2차적 의미 이론(secondary meaning doctrine)이라고 하며, 기술적 표장(descriptive terms)은 해당 출원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정한다고 공중의 마음 속에(in the minds of the public) 인식되어야 등록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사후 식별력의 취득(acquired distinctiveness) 또는 “이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라고 칭한다.

또한 미국 상표법 제1052조와 Otokoyama Co. v. Wine of Japan Import, Inc., 175 F. 3d 266, 270 (CA2 1999) 판결에 따르면, “와인”과 같은 그 제품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인 보통명칭의 경우에는 “하나의 생산자의 제품과 다른 사람의 제품과 구별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해당 제품에 대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함으로, 특정인의 상표로 등록받을 수 없다고 한다.

“Booking.com”, 보통명칭이 아니다... 미국 법원

그러면 본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이 사건은 ‘Booking.com’의 상표의 등록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Booking.com’ 사건에서 미국연방대법원은, 일단 보통명칭.com(generic.com)이 보통명칭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Booking.com’ 로고

즉, ‘”보통명칭.com(generic.com)” 형식의 표장이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반적인 이름(generic name)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면, 이는 보통명칭이다.’라고 전제하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먼저, 어떤 조합에 의한 용어가 보통명칭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그 용어가 전체적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유형의 제품이나 서비스로서 인식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사실상 “Booking.com”이란 이름을 예약 서비스의 보통명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booking과는 달리 “Booking.com”은 소비자가 일반적인 서비스의 명칭이라고 인식하지 않으므로, 이는 보통명칭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두번째로, 미국 특허청의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특허청은 보통명칭과 “.com”과 같은 인터넷 도메인명칭의 접미사가 조합된 경우에는 보통명칭이라는 심사의 규칙이 확립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러한 주장은 특허청이 자의적으로 해 온 실무상의 원칙이고, 상표법이나 상표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허청에 의하면, “.com”을 보통의 용어에 추가하는 것은 출처표시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전제가 틀렸다고 보고, “특정의 인터넷 도메인 이름은 하나의 주체만 가질 수 있고, 따라서 “보통명칭.com(generic.com)”의 표장은 소비자에게 특정한 웹사이트와 연관지어 인식된다”는 것으로 보았다.

‘Booking.com’ 홍보 이미지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을 무시하는 비탄력적인 법적 규칙은 상표법의 근본 원칙(보통의 명칭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인식되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고, 이는 소비자가 현실에서 그 용어를 해당 업종의 명칭으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해당 업종의 사업자들 사이에서 구별할 수 있는 용어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판단한다)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특허청이 주장과는 달리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통명칭.com”과 같은 형식의 상표는 보통명칭을 다른 사람이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전제하에서, 해당 출원인이 그 도메인을 가지고 있고 그 이름으로 사업을 해 왔다면, 소비자가 출원인의 제품 또는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어 등록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등록으로 인해 제3자에게 어떤 손해나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란 것이다.

국내에는 상표등록 판례가 없는... “보통명칭.com”

그렇다면, 우리의 김가배씨도 “Gabae.com”의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상표법상 보통명칭의 상표는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 등록이 가능하다. 초코파이도 새우깡도 이러한 식별력을 취득함으로써 등록이 가능했다.

그런데 보통명칭의 경우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제1항제3호부터 제6호까지에 해당하는 상표(성질표시 표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한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한 표장)라도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에는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에 한정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괄호 안은 필자가 추가)”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보통명칭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김가배씨가 오랫동안 관련 사업을 하여 소비자들에게 특정인의 출처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도 등록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김가배씨에게 남은 것은 “Gabae.com”의 표장이 보통명칭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등록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본 미국의 Booking.com 판례와 마찬가지의 논리이다.

하지만 위에서 본 ‘咖啡’ 나 ‘싼카드.com’의 사례와 같은 우리나라 특허청의 태도를 보면, “Gabae.com”의 표장의 경우는 등록받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2019허2240 거절결정(상) 사건의 대상 상표

아직까지 법원의 경우에도 “보통명칭.com”, “보통명칭.co.kr”, “보통명칭.net” 등과 같은 형태의 상표에 대해 보통명칭이 아닌 특정의 출처로서 상표등록을 인정한 판례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특허법원이 2019년 판결한 2019허2240 거절결정(상)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허심판원에서는 “JW”가 간단하고 흔한 표장이고, “.org”는 식별력이 없다고 한 거절결정에 대해 역시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서비스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역시 거절결정을 유지했다.

2019허2240 거절결정(상) 판결의 첫 페이지

이에 특허법원은 “‘.ORG’는 비영리기관의 도메인 이름을 의미하기는 하나, 이 사건 출원상표의 지정상품의 공통된 성질이 별지에 기재된 바와 같이 종교단체의 도서, 잡지 등 출판물이거나 이러한 매체를 통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표장의 사용주체가 비영리 기관임을 암시할 뿐, 위와 같은 지정상품이나 서비스업의 성질을 직감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com”에 대해서도 영리기업을 암시할 뿐 지정상품에 대한 성질을 직감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출원상표가 등록되더라고 그 상표권의 효력은 ‘JW’ 부분, ‘.ORG’ 부분 및 검정색 사각형이 결합된 표장에만 미치고 각 구성부분에까지 미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하였으므로, 이 사건 출원상표가 등록되더라도 제3자에 대한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발생할 여지도 적어 보인다”고 하였다.

따라서, “Gabae.com” 상표의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만, ‘JW’는 간단하고 흔히있는 표장이 아니라고 하여 식별력을 인정했지만, “Gabae” 부분은 보통명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booking.com”, 호텔예약업 상표 등록은 인정… 한국 특허청

앞서 본 “booking.com”의 상표는 한국에서도 출원되었는데, 여행 서비스 및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지정 서비스로 하였다. 해당 출원은 국제등록출원상표 제1104711호이다.

이에 한국 특허청은 “booking”은 “예약”이라는 뜻으로 지정서비스업 전부와 관련된 성질표시이고, “.com”은 상업조직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도메인네임의 일부로서 다수인이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식별력이 없으며, 전체적으로도 “예약에 관한 인터넷 도메인네임” 또는 (인터넷에 의한 상업적)예약”의 의미를 직감시킨다고 하며 등록을 거절했다.

‘Booking.com’ 한국 홈페이지

이에 불복하여 거절결정 불복심판을 청구했고, 심판원 역시 성질표시의 표장이어서 등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더 나아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는지를 판단했는데, 그 결과는 호텔 예약업과 관련된 지정서비스업에 대하여 일반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 실제로 사용된 상표 그 자체와 그 상표가 사용된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호텔예약업에 대해 등록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Booking.com 상표가 호텔예약과는 동일하지 않은 여행관련 서비스업인 상품 구분 제39류에 대해서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성질과 내용이 서로 달라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등록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특허심판원의 심결 이후 2016년 7월에 “BOOKING.COM”은 제43류를 지정서비스로 하여 한국에 등록됐다. 이러한 판단은 “보통명칭.com”의 상표가 전체로 보통명칭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니고, 식별력 없는 상표이지만 사용에 의한 식별력은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통명칭.com 상표를 특정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인정되면 이는 보통명칭이 아니라고 한 미국의 판결과는 다르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의 태도처럼, “Gabae.com”을 전체적으로 보아 특정의 출처로서 소비자가 인식한다면 등록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통해 하루 빨리 우리나라 특허청과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은 이러한 종류의 상표에 대한 심사기준을 정립하여 출원인이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소모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제 및 제도를 정비하고, 출원인에게 명확한 지침을 내리길 소망한다. 김가배씨가 “Gabae.com”의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박병욱 아이피코드(IP-Code) 대표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재산대학원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일진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신규사업 검토 업무를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진그룹 퇴사 후 몇 개 특허사무소를 거쳐, 주식회사 에스앤에스텍 특허팀장으로 근무했다. 에스앤에스텍에서는 일본 회사와의 특허침해소송을 수행해 전부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동부하이텍에서 미국 및 한국 특허침해소송 업무를 지원했다. 2007년부터 10년 넘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회사인 주식회사 테스에서 지적재산팀장으로 근무하며 특허 관리 및 분쟁 대응,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지식재산 컨설팅 전문기업 아이피코드(IP-Code)를 설립, 운영중이다.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에서 기획조정위원, 중소기업분과 위원장, 학술분과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특허청에서는 손해배상제도 개선위원, 변리사제도 개선위원, 변리사 시험제도 개선위원, 민간제도 개선위원,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능력시험 출제 및 검수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지식재산학과 겸임교수, 한국발명진흥회 IP Campus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2016년 <지식재산능력시험 교재(박문각)>, 2017년 <우리회사 특허관리(클라우드북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