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유출 문제를 놓고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여온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LG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SK와의 배상금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지 1년 만에 LG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LG와 SK의 이번 소송은 국내에 지식재산권 (IP) 보호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가해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ITC가 진행하는 IP분쟁 절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 영업비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뜻한다. 국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금지·예방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영업비밀이 담긴 노트, 연구노트 등 영업비밀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대한 폐기청구권 ▲신용회복청구권 등을 인정하고 있으며, 침해자 및 배후의 법인 등에 대한 형사처벌까지도 규정하고 있다.

영업비밀 성립요건

LG 완승으로 끝난…. 세기의 ‘배터리 소송’

미국 ITC는 SK이노베이션의 LG측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다만 SK의 공급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은 각각 이날부터 4년, 2년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하면서 자국 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유예기간 내 다른 대체 업체를 찾도록 배려한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 미국 내 산업에 손해를 끼치거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입금지 신청을 받아 결정을 행하는 준사법기관이자 독립위원회로 1916년 9월 8일 설립됐다. ITC는 1930년 제정된 관세법 제337조에 따라, 특허를 비롯한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입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수입배제명령이나 정지명령과 같은 국경조치를 할 수 있어 수입에 관계되는 이해 당사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며, ITC 조사를 통해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최근 특허분쟁에서 자주 활용된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짧아 SK 입장에선 서둘러 LG와 합의해 수입금지명령을 풀지 않는 이상 이들 기존 고객과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음은 물론, 미국 내 신규 고객 확보도 어렵게 된다.

또한 영업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추가 수주를 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경과 ※ SK가 LG를 상대로 제기한 3차 사건은 2021. 11. 30,에 LG가 SK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사건은 2021.7.19. 최종 판정이 나올 예정 출처: 한국지식재산연구원 IP포커스 리포트

미 조지아주지사,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가능성은 낮아

SK측이 수입금지 조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0일 내에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ITC 수입금지 결정 때문에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그는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26억 달러 규모의 SK이노베이션 공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공장은 폭스바겐과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곳이다.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 : ITC가 피신청인의 수입행위를 금지하는 최종판정을 한 경우, 이 판정은 대통령의 승인을 위한 60일 간의 검토 기간을 거치게 되며, 대통령은 수입금지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에 의해 수입금지명령이 거부된 사례는 2013년 삼성 대 애플 사건을 포함해 총 6건에 불과하다. ITC의 최종판정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판정이 최종으로 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방항소법원(CAFC)에 ITC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에 대해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부여함에 따라 자국 기업 보호나 일자리 문제 등 공익(Public)을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한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간 소송인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강조해온 만큼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도 없다.

LG측은 행정부의 규제를 위한 ITC 조사와 별개로 사법부 판단과 배상을 위해 델라웨어주 연방지법에 소송을 제기, 양사는 법원 송사도 진행 중이다.

LG·SK 합의 급물살 탈 듯… 수천~ 수조원대

이번 ITC 결정으로 지지부진하던 양사의 배상금 합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LG측은 2조5천억∼3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LG는 이번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배상금이 결정될 델라웨어 지방법원 판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배상금이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오랫동안 축적해온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업계 최초로 파우치형 배터리 ‘롱셀(Long Cell)’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SK 입장에선 합의금이 조지아주 공장 투자금(3조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배상금을 물게 된다면 미국 내 또는 배터리 사업 자체를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배상금 합의가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