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욱 아이피코드(IP-Code) 대표

지난해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美 연방 대법관이 작성한 마지막 특허 판결은 ‘Thryv, Inc. v. Click-To-Call Technologies, LP’ 사건이다. 이 판결은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당사자계무효심판(IPR)을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美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Ginsburg)’

지난해 9월, 미국 대법원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대통령인 트럼프에 의해 극보수 대법관이 임명될 것을 우려하여 건강이 매우 안 좋음에도 대법관 자리를 사임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분인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돌아가신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사진; 맨 왼쪽 아래가 긴즈버그 대법관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은 9명으로, 우리나라의 대법관과는 달리 종신직이어서 스스로 사임하거나 사망하지 않으면 계속 대법관으로서 재직하게 된다. 대법관에 공석이 생기면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고 상원의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한 임명절차 때문에 트럼프가 지명 및 임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긴즈버그는 사임하지 않았던 것이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 긴즈버그 대법관은 1993년 당시 대통령이렀던 빌 클린턴에 의해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임명 이후 “정부는 여성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며 임신중단권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버지니아의 웨스트포인트에 남학생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지속적으로 남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일을 해 왔다. 그녀 자신이 하버드와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로펌에 취직이 여의치 않자 로스쿨 교수가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자에 대한 차별을 몸으로 체험한 부조리를 깨 나간 것이다. 이러한 긴즈버그 대법관의 생애는 지난 2018년 줄리 코헨(Julie Cohen)과 베시 웨스트(Betsy West)가 2018년 감독하고 제작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RBG)>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늦은 2019년에 개봉한 바 있다.

Thryv’ Vs. ‘Click-To-Call Technologies’… 특허 침해 맞소송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긴즈버그 대법관이 작성한 특허 판결이 지난해 4월에 있었다. Thryv, Inc. v. Click-To-Call Technologies, LP 사건으로, 우리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판결로 일종의 행정조직인 미국 특허청 산하 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이하 “PTAB”이라 함)이 특허의 무효를 다투는 당사자계 재심사(Inter Partes Review; 이하 “IPR”이라고 함)를 개시(institute)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면, 이 결정에 대해서는 다시 법원에서 다툴 수 없게 되었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 미국특허청 산하기관으로 심사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당사자계 재심사(Inter Partes Review), 등록 후 무효심판(PGR), 영업방법발명에 대한 한시적 무효심판(CBMR), 파생절차(derivation proceeding) 등을 수행한다.

해당 특허 사건과 관련된 배경을 살펴보면, 먼저 2001년 Inforocket.com이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미국 특허 5,818,836(이하 “836 특허”라 함)의 특허권자이고, 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Keen, Inc.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에 Keen은 자신의 다른 특허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Inforocket에 맞소송을 하게 된다. 이후 Inforocket과 Keen은 합병하게 되고, 위의 소송을 모두 취하하는 한편, 합병 이후 Keen은 사명을 Ingenio로 변경한다.

1년이 넘은 ‘IPR 개시’ 결정… 특허심판원(PTAB)

이제 때는 2011년, 본 소송의 원고인 Click-To-Call Technologies(이하 “CTC”라 함)는 스테판 듀발(본 특허의 특허권자이자 발명자)로부터 836 특허를 인수하고, 그 이듬 해 여러 회사를 상대로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에 피고로 Ingenio가 포함된다. 이 소송의 피고인 Ingenio는 PTAB에 836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IPR을 청구함에 따라 소송이 중지(stay)되고, IPR의 절차 도중 Ingenio는 Dex Media에 합병된다.

IPR(당사자계무효심판, Inter Partes Review) : 미국발명법(AIA)이 기존 당사자계 재심사제도를 대체해 도입한 제도. 이해당사자는 특허 등록일로부터 9개월 또는 PGR(Post-Grant Review) 절차 종료일 이후에, 특허·간행물에 기재한 무효사유를 이유로 신청할 수 있으며, 무효의 합리적 가능성(reasonable likelihood)이 있는 경우에는 특허심판원(PTAB)이 절차를 개시한 후 무효 여부를 판단한다. PTAB 결정 이후에는 IPR에서 ‘제기했거나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었던’ 증거로는 모든 심판·소송에서 다툴 수 없다.

그런데 Ingenio의 IPR 청구는 2013년이었는데, 그 시기가 문제가 되었다. 소송의 원고이자 특허권자인 CTC는 미국 특허법 제315(b)에 의해 규정된 기간의 제한에 위반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PTAB은 Ingenio가 836 특허를 무효로 다투는 것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하며 CTC의 주장을 배척한다.

특허법 제315(b) : IPR은 청구가 청구인, 청구인의 이해당사자(real party in interest), 청구인의 관여자(privy)가 특허침해의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1년이 지난 경우에는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may not institute). 이러한 기간의 제한은 서브섹션(c)에 의한 병합 청구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b) Patent Owner’s Action.— An inter partes review may not be instituted if the petition requesting the proceeding is filed more than 1 year after the date on which the petitioner, real party in interest, or privy of the petitioner is served with a complaint alleging infringement of the patent. The time limitation set forth in the preceding sentence shall not apply to a request for joinder under subsection (c)

2014년 PTAB은 최종 결정을 하였고, Ingenio가 주장한 13개의 청구항이 특허받을 수 없다고 무효로 결정하게 된다.

IPR ‘기간의 제한’은 절대적인가?.. 미국 특허법 제315(b)

특허무효로 결정되자, CTC는 PTAB이 IPR을 개시한 결정을 무효로 해 달라고 주장하면서 CAFC로 항소하였고, 2015년 연방항소법원은 CTC의 항소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하면서 기각한다. 이에 불복을 결정한 CTC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을 하고, 2016년 6월 27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CAFC의 각하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환송에 따라 연방항소법원(CAFC)는 CTC의 청구를 다시 기각한다.

사명 변경에 따른 당사자의 통지

기각당한 CTC는 전원합의체(en banc) 판결을 청구하였고, 이를 CAFC는 허가하고, 2018년 1월 8일 연방항소법원은 의회가 IPR의 결정에 대한 사법적인 재검토를 못 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하며 일부 쟁점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19일 CAFC는 CTC의 항소에 대해 기각하며, PTAB의 최종 결정을 파기하였고, 다시 IPR을 각하하기 위한 심리를 하도록 환송하게 된다.

2019년 1월 11일 Dex Media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을 하며, 연방항소법원이 미국 특허법 제315(b)에 규정된 기간의 제한에 대한 쟁점을 나누어 판단한 것을 다투었고, 대법원은 2019년 6월 24일 Dex Media의 상고를 허가한다.

한편, 2019년 7월 15일 Dex Media는 Thryv로 사명을 변경하기에 이른다.

PTAB가 ‘IPR을 개시‘한 결정은… 항소할 수 없다.

Thryv는, IPR을 개시하겠다는 PTAB의 결정에 대해 특허법 제315(b)에 의한 기간의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특허법 제314(d)에 의한 항소가 허용되는지 여부를 대법원이 판단해 달라고 하였다.

Thryv의 상고허가 신청서

미국 특허법 제314조(d) : 본 섹션에 따라 특허청장의 IPR 개시 여부에 대한 결정은 최종적이며,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
(d) No Appeal.— The determination by the Director whether to institute an inter partes review under this section shall be final and nonappealable.

대법원은 2019년 6월 24일 상고를 허가하고, 12월 9일에 구두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참고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모든 상고에 대해 심리 및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판결을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하금심의 판결이 엇갈려 이를 대법원이 정리하고자 할 때 등에만 상고를 허가한다.

실제 상고허가되는 비율을 5% 내외에 불과하여 연간 100건 이하의 사건에 대해서만 상고를 허가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결과는 7대 2로 CAFC의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핵심적으로는 관할권 위반에 해당하므로, 항소를 기각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즉, PTAB에서 IPR을 개시한 결정은 항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CAFC에서 이를 재검토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2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dessent opinion)을 내기는 했다.

1년의 기간 제한과 ‘상관없는‘… IPR 개시

판결문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은 “미국 특허법 제314(d)조에서 행정조직이 IPR 개시 여부를 결정한 것에 대해 사법적인 재검토를 못 하도록 한 것은 CTC의 항소를 제한하는 것인가? 우리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대법원 판결문의 첫 페이지

315(b)조 기간의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IPR을 개시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따라서 314(d)에 의해 항소할 수 없는(nonappealable) 결정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해 Cuozzo Speed Technologies v. Lee (2016)의 판결과 유사한 부분이 있으며, 여기에서 법원은 IPR을 개시한 특허청의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고 하였다.

결국, 사법적인 재검토를 제한하는 법조문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행정조직의 결정에 대해 법원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추정(general presumption)에 우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긴즈버그는 AIA는 잘 못 등록된 특허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고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고 하면서, PTAB의 개시결정에 대한 항소가 허용되는 것은 의회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CAFC가 PTAB의 IPR 개시 결정에 대해 재검토하여 한 판결은 관할권이 없는 법원이 한 것이어서 마땅히 기각되어야 할 사안에 대해 판단한 것이므로, CAFC의 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기각하도록 환송한 것이다.

이는 다분히 반특허(anti-patent)적인 판결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미국 특허법 제315(b)조에서 소장의 송달로부터 1년이 경과하게 되면 IPR을 개시하지 않을 수 있다(may not institute)는 법조문을 반대로 해석하면, PTAB이 1년의 기간 제한과 상관없이 IPR을 개시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실한 특허에 대해 1년의 기간 제한이 있다고 그대로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의회와 법 정신에 기초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불리해 질 가능성이 높고,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는 IPR의 청구인(침해소송의 피고)의 경우에는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IPR을 개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가 PTAB의 전속적인 권한으로 부여한 것이며, 이를 법원이 재검토하여 뒤집을 수 없는 것이고, Thryv는 CAFC로 항소하고, 다시 CAFC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구하고,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는 동안 시간과 막대한 변호사 비용만 지출한 꼴이 되었다.

1년 기간이 ‘경과해도’... IPR 청구는 가능하다.

미국 소송의 피고가 되는 경우가 많은 한국 기업의 경우에 미국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IPR을 청구하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이 되었다.

미국 특허법 제315(b)조에 따라 소장을 받은 때로부터 1년의 기간 내에 IPR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1년의 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IPR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1년의 기간이 지난 후일지라도 타당한 이유와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되어야 할 근거를 잘 제시한다면 PTAB에서 IPR을 받아들여 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음을 알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도 IPR의 피청구인으로서 PTAB이 IPR을 개시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 쓸데없이 이에 대해 다투고 항소하여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박병욱 아이피코드(IP-Code) 대표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재산대학원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일진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신규사업 검토 업무를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진그룹 퇴사 후 몇 개 특허사무소를 거쳐, 주식회사 에스앤에스텍 특허팀장으로 근무했다. 에스앤에스텍에서는 일본 회사와의 특허침해소송을 수행해 전부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동부하이텍에서 미국 및 한국 특허침해소송 업무를 지원했다. 2007년부터 10년 넘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회사인 주식회사 테스에서 지적재산팀장으로 근무하며 특허 관리 및 분쟁 대응,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지식재산 컨설팅 전문기업 아이피코드(IP-Code)를 설립, 운영중이다.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에서 기획조정위원, 중소기업분과 위원장, 학술분과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특허청에서는 손해배상제도 개선위원, 변리사제도 개선위원, 변리사 시험제도 개선위원, 민간제도 개선위원,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능력시험 출제 및 검수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지식재산학과 겸임교수, 한국발명진흥회 IP Campus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2016년 <지식재산능력시험 교재(박문각)>, 2017년 <우리회사 특허관리(클라우드북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