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Firstface 공동대표

특허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발명가와 권리범위를 우회·회피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경쟁자는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이다. 자신의 권리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려는 발명가로 하여금 특허를 받기 위해 공식적으로 포기한 땅을 다시 회복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제도가 “금반언의 원칙”이다.

‘청구범위’ 보다 협소한 권리범위.. 특허 등록

대부분의 발명가는 가능한 넓은 범위를 가진 청구항을 작성하고 이를 특허청에 청구한다. 과도한 권리범위의 특허를 부여하기를 꺼리는 심사관은 청구발명과 관련된 선행기술을 검색해 신규성 결여 또는 진보성 결여 등의 이유로 발명가의 청구항을 거절한다.

특허 출원 시의 청구범위와 등록 후 권리범위

물론 발명가가 심사관의 모든 거절 이유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 문제가 없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발명가는 특허청 심사관의 거절 이유 중 일부는 극복하지만 출원 시의 청구범위로는 나머지 거절 이유를 극복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발명가는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청구항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 영토를 ‘포기’하며 자신의 청구범위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발명가는 그림(오른쪽)과 같이 자신이 특허 출원 시 요구했던 청구범위 보다는 협소한 권리범위를 지닌 특허를 등록한다.

특허 등록 후 권리범위 확장을 방지하는… ‘금반언의 원칙'(Estoppel)

발명가만큼 영민한 경쟁자 역시 발명가 특허의 권리범위를 우회·회피해 제품을 제조·판매하기를 원한다. 특히 경쟁자는 발명가가 최초 출원한 출원 특허의 청구항 범위와 등록특허의 청구항 범위를 비교한 후 발명가가 특허를 받기 위해 ‘포기’한 영토도 확인한 후 권리범위를 회피해 제품을 제조·판매한다.

경쟁자의 우회·회피와 발명가가 주장하는 확장된 권리범위

경쟁자의 우회·회피를 확인한 발명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운명론자 발명가는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경쟁자에 대한 침해소송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수익 창출을 원하는 적극적 발명가는 그림(오른쪽)과 같이 자신의 영토에 경쟁자의 제품을 재포획하며 특허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권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그 결과, 그림(오른쪽)의 적색 화살표와 같이 발명가가 주장하는 확장된 권리범위는 발명가 자신이 특허 심사 중 선행기술을 극복하고 특허를 받기 위해 포기했던 땅을 포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발명가의 등록 후 권리범위 확장을 방지하는 제도가 바로 영어로는 ‘estoppel’이라고 불리는 “금
반언의 원칙”
이다.

금반언의 원칙 :발명가(또는 출원인, 특허권자 등)가 특허심사 과정 중 특허를 받기 위해 특허청에 청구발명이나 청구범위 등을 제한하는 언행으로 특허를 받은 후, 추후 특허침해소송에서는 자신의 청구범위를 확충하기 위해 이전의 언행과 어긋나는 주장의 개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원칙이다.

발명가가 출원 중 포기한 청구범위…. 공공영역에 귀속

금반언의 원칙 역시 공공영역에 포함된 지식과 기술을 보존하는 역할을 통해 공중을 보호한다. 우선 발명가가 특허를 출원하며 일정 범위를 청구했으나, 특허청 심사관의 거절 이유를 극복하고 특허 등록을 위해 포기한 범위는 자연히 공공영역으로 귀속된다.

또한 발명가와 심사관 사이의 모든 기록은 공중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공중은 발명가가 최초로 청구한 범위로부터 특허가 등록되며 발명가가 확보한 범위를 빼면, 발명가가 출원 중 포기함으로써 공공영역에 귀속된 범위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공중은 이러한 기록에 의존해 발명가 특허의 권리범위를 우회·회피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발명가가 자신이 출원특허 심사 도중 신규성 요건 또는 진보성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포기한 영역을 특허침해소송 시 재확보할 수 있도록 허락할 경우, 공공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한 발명가와 심사관 사이의 심사 기록에 의존해 발명가가 포기한 기술을 실시하던 공중은 상기 기술을 다시 발명가가 사유재산으로 확보하게 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금반언의 원칙”이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Firstface 공동대표

Baby-boom 세대의 절정인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유명한 발명가가 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한국과학원(현 KAIST의 전신)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미국 Johns Hopkins 대학교와 Duke 대학교에서 의공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모교인 Duke 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던 저자는 특허 2건을 출원하며 ‘바가지’를 톡톡히 쓰고 말았다. 이에 저자는 자신이 직접 특허를 쓰기 위해 만 38세에 다시 Duke 대학교 Law School에 진학하여 법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미국 Boston, Silicon Valley의 유수 특허 law firm에서 특허변호사로 근무했다.

2006년 10월 저자는 21년 반의 미국 생활을 접고 영구 귀국했으며, 저자의 40년 지기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홍국선 교수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 본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2008년 4월 저자는 자본금 5조 원의 세계 최대 특허관리업체(특허괴물?)인 Intellectual Ventures가 서울에 설립한 “Intellectual Ventures Korea” 초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2009년 10월부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하며 미국특허제도 및 특허 사업화 등을 강의했다.

2015년 9월 저자는 software 전문 스타트업인 ‘Firstface’에 공동대표로 합류했으며, 2016년부터는 인천 송도의 한국뉴욕주립대학교(SUNY Korea)에서 정교수로 근무하며 발명, 창업 및 기술 사업화 등에 대한 강의는 물론 이의 실질적 구현에도 계속 정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