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소재로 한 테마방으로 구성된 어린이 체험전 ‘밀가루놀이 가루야 가루야’를 기획한 A업체는지난 2005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체험전을 열어 꾸준한 수익을 냈고 인지도도 얻었다. 그런데 경쟁업체인 B사가 밀가루를 소재로 한 비슷한 테마로 체험전을 시작했고, 본격 사업을 벌였다. 이에 A업체는 B사가 비슷한 체험전을 따라해 자사의 행사 수익이 크게 줄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A업체의 체험전 기획안에 대한 저작권 주장을 인정하고 B업체에 피해 배상금은 물론 지연손해금 이자, 소송비용 중 일부를 지급할 것을 최종 판결했다.

기존 행사나 전시회와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는 놀이·체험전 기획안은 저작물성을 인정받아 업무상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저작권 판례집 16호’에 따르면 ‘밀가루 체험놀이 공연 사건’에서 대법원은 A업체의 기획안과 체험전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고, 피고들의 체험전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어 피고들의 체험전이 복제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저작권 판례집 16호’ : 저작권법 해석과 관련된 판례를 중심으로 수록했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사건의 쟁점을 중심으로 제목을 붙이고,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판결문의 형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 말고는 소송판결 원문을 가능한 가감·수정 없이 그대로 담았다.

제작 의도에 따라 전시공간이 선택 · 배열창작성을 인정

밀가루 체험전은 어린이들의 밀가루 체험놀이 참여를 위한 ▲각각의 테마별 공간과 소품의 형태 및 배치 ▲ 무대장치의 구성과 배경 ▲체험진행 배우들의 실연 ▲진행방법 및 진행규칙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밀가루놀이 가루야 가루야’ 홍보 포스터

이러한 요소들은체험전 기획안에 나타난 각각의 테마와 이야기의 흐름을 3차원의 공간에서 실체적으로 구현하여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 공간(S, T, U, V, W)을 순차적으로 지나며 밀가루가 변화하는 다채로운 모습을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하려는 의도이다.

이 같은 체험전 제작 의도에 따라 전시공간이 선택 · 배열되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어 기존의 체험전이나 밀가루 놀이와는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체험전 기획안은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2차적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독창적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IR 소개자료... 저작권 인정 어려워

#온라인 영어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B업체 회사 소개 자료에는▲온라인과 영어학습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높은 수준 ▲해외 여행문화 보편화와 글로벌 서비스·비즈니스 증가 ▲스마트기기 사용량 급증으로 콘텐츠 소비의 주요 수단이 모바일로 이동 중 등 1년여 전에 교육서비스 업체인 A사가 배포한 기업설명회(IR) 자료와 일부 표현이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A사는 자신들이 만든 IR자료를 B업체가 모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IR자료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일반적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인 만큼, 도용한 부분의 ‘독창적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법적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 필요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에 해당하는 저작물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이다. 기능적 저작물은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 편의성 등에 의해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법원도 해당 IR자료는어문저작물과 편집저작물에 비추어 보더라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는 판단이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