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로 일하는 A씨는 해외 상품 구매를 대행하는 쇼핑몰 업체 B사에 입사해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웹사이트 관리자 및 사용자 모드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집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해 작업을 한 후 집에 있는 컴퓨터에서 소스 파일 등 데이터를 저장했다. 이후 A씨는 B사가 임금을 지체하자 퇴사해 다른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자기 컴퓨터에 보관되어 있던 소스 파일을 수정‧보완해 쇼핑몰 웹사이트를 개발, 구매 대행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B씨는 A사의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했음을 이유로 검찰에 의해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를 받았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재택근무자는 집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하다 보면 개인 컴퓨터에 회사 자료를 보관할 수 있다. 또 괜히 보관해 두면 나중에 사적으로 이용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적으로 활용할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발간한 ‘실패로 배우는 지식재산 경영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자도 자기 컴퓨터에 회사의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이용할 권한은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범죄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개인 컴퓨터에 보관된 회사 자료를 ‘자기 사업’에 혹은 ‘제3자’를 위해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된 것은 아니다는 의미다.

‘실패로 배우는 지식재산 경영전략’ 보고서 : 2019년 ‘지식재산 관련 실패사례 수기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지식재산 분야의 전형적인 실패사례 12건을 중심으로, 무엇인가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소극적 실패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과하게 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적극적인 실패로 나누어 설명한다. 지식재산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가 조언과 지식재산 관련 제도·법령 해설도 함께 수록했다.

‘회사의 재산은 회사의 재산’이라는… 상식에 기초

검찰이 영업비밀침해죄로 기소하자 재택근무자 A씨는 해당 소스 파일이 인터넷에서 공개된 것이며, 2~3일이면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정도의 소스 파일은 법률에 의해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만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은 영업비밀을 비교적 넓게 해석한다. ‘회사의 재산은 회사의 재산’이라는 상식에 기초한다.

영업비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경영상 정보를 말하며, 특히 ‘비밀관리성’을 충족해야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실제로 A씨 사례에서도 법원은 ▲어느 정도 공개됐다 하더라도, 공개된 소스 파일들을 이용 목적에 맞게 수정·조합하는 것이 기술력의 중요한 부분이고 ▲소스 파일들은 B사 직원들의 아이디어 및 영업 회의를 거치는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기울였으며 ▲웹사이트 관리자 모드를 구성하는 소스 파일들 자체는 인터넷상에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등을 이유로 재택근무자 A씨가 무단으로 사용한 소스 파일은 B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영업비밀의 유형

따라서 전문가들은 “재택근무자들은 개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회사 자료는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고 관련 업무가 종료되면 가급적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보안서약서 작성 & 비밀유지 교육… 회사의 비밀관리성

B 회사는 재택근무자 A씨에게 ▲회사 재직 중에 습득한 경영정보와 기술정보는 회사만이 소유, 사용할 권리가 있고 ▲비밀유지의무를 지켜야 하며 ▲회사 경영상 비밀을 요하는 자료는 회사에 반납한다는 등의 보안서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은 영업비밀 관련 소송에서 ‘비밀관리성’ 판단 시, 기업 규모와 자금력 및 경영여건에 따라 상대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B 회사의 경우처럼, 근무자들에 대해 보안서약서를 서명하도록 한 경우, 회사의 비밀관리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회사는 미래에 발생할 소송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 영업비밀(중요성과 무관하게 모든 비공개 회사 내부 자료)은 회사의 중요한 재산이며 ▲회사 영업비밀을 함부로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보관하더라도 가급적 신속히 삭제하되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면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재택근무자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한편, 2016년도 우리 기업의 국내외 영업비밀 피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출을 경험한 86개 기업 중 70개 기업(81.4%)이 내부인, 33개 기업(38.4%)이 외부인이라고 응답했다. 또 내부인 유형은 기업의 72.9%가 퇴직자, 32.9%가 평사원, 11.4%가 임원으로 응답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