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들이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ITC가 진행하는 IP분쟁 절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美국제무역위원회(ITC) 로고

실제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유출 문제를 놓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국제무역위원회(ITC)의 1차 판단이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으로 확정되면, SK 배터리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 미국 내 산업에 손해를 끼치거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입금지 신청을 받아 결정을 행하는 준사법기관이자 독립위원회로 1916년 9월 8일 설립됐다. ITC는 1930년 제정된 관세법 제337조에 따라, 특허를 비롯한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입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수입배제명령이나 정지명령과 같은 국경조치를 할 수 있어 수입에 관계되는 이해 당사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며, ITC 조사를 통해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최근 특허분쟁에서 자주 활용된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침해 구제를 위해 미국 ITC 등을 선택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IP 분쟁시 지식재산권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간한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의 시사점’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디스커버리 도입과 관련해 찬반에 대한 견해가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무작정 늦춘다면 ‘증거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증거제출 전략에 의한 재판’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 ITC, 조사 개시에서 결정까지… 16개월 이내

지난해 특허관리전문업체(NPE) 네오드론(Neodron)은 모바일 단말기 및 PC 등에 사용되는 ‘정전식 터치기술(Capacitive Touch-Controlled)’ 관련 특허 침해 혐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ITC에 제소했다. 삼성과 LG가 자신들이 등록한 4건의 특허를 침해, ‘미국 관세법 (Tariff Act of 1930) section 337’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ITC Section 337 조사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관세법 337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불공정 무역 및 경쟁 행위를 조사해 제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러한 불공정 무역 및 경쟁 행위에는 미국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침해가 포함된다.

지식재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IP 분쟁에서 특허권자들이 ITC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조사 개시로부터 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은 특징 때문이다. 권리자 구제에 필요한 기간이 짧다는 점은 침해행위에 대한 빠른 금지명령을 원하는 특허권자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ITC 조사 절차 출처 : 사법정책연구원, 미국 특허쟁송실무에 관한 연구(2016)

일반적으로 특허권자가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을 받기까지 길게는 3년에 이르는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ITC는 조사 개시 후 16개월 이내에 최종결정이 내려진다. 예비결정이 나오는 기간은 이보다 4개월 더 짧다.

ITC는 위반행위에 대해 ▲일반적 수입금지명령(General exclusion order) ▲제한적 수입금지명령(Limited exclusion order) ▲중지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을 내릴 수 있다. 특허권자는 공탁금을 납부하고 임시 구제(Temporary relief)도 신청할 수도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 이상헌 변리사는 “ITC Section 337 조사의 대다수가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IP) 침해에 관한 사건들”이라며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간의 분쟁 해결을 위해서도 ITC Section 337 조사를 활용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 민사소송법 ‘증거조사‘와 동일한… ITC ‘디스커버리’ 제도

ITC가 진행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기본적으로 미국 민사소송법(Federal Rule of Civil Procedure)의 증거조사제도와 동일하다.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질의서(Interrogatories)와 문서제출신청(Request for Production)을 보낼 수 있으며, 질의서를 받은 당사자는 지정한 기간 이내에 상대방 질문 및 문서 제출 요구에 답변하고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인신문(Deposition)절차는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발견된 자료를 검증하는 절차로서 이 절차를 통해 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증거가 훼손되거나, 훼멸, 위조 및 변조 등이 일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건에서도 ITC의 디스커버리 과정을 통해 SK의 이메일 등 증거 삭제가 지시에 따라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사건의 실체에 근접할 수 있었고,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 등에 대한 판단도 용이하게 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조사절차에서 증거가 충분히 개시된 뒤에는 구술심리(hearing)가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최종 결정일로부터 약 6개월 전, 예비결정일로부터 약 2개월 전에 공개로 진행된다.

예비 & 최종 판정…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ITC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는 사건 조사와 심리를 진행한 뒤, 제337조의 불공정 무역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한 예비판정(Initial determination)을 위원회에 제출한다. 예비판정이 내려진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위원회의 검토(review) 결정이 없으면 예비판정은 그대로 위원회의 최종판정(Final determination)이 된다.

ITC가 피신청인의 수입행위를 금지하는 최종판정을 한 경우, 이 판정은 대통령의 승인을 위한 60일 간의 검토 기간을 거치게 되며, 대통령은 수입금지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에 의해 수입금지명령이 거부된 사례는 2013년 삼성 대 애플 사건을 포함해 총 6건에 불과하다.

ITC의 최종판정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판정이 최종으로 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방항소법원(CAFC)에 ITC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처럼 법원 소송에 비해 신속한 절차 진행과 강력한 구제 조치 및 관할의 유연성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미국 ITC를 이용한 특허분쟁 해결과 section 337 조사 활용 사례는 더욱 늘어 날 전망이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