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DB 업체인 윕스(대표 이형칠)가 변리사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이 회사가 수행한 등록가능성 조사나 무효·침해자료 조사 등이 변리사법 제2조 감정 업무에 해당해 무자격 변리 행위라는 이유다.

대한변리사회(회장 홍장원)는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변리 업무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국내 최대 특허DB 업체인 ‘윕스’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동시에, 무자격 불법 변리 업무로 의심되는 업체 10여곳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이에 지식재산(IP) 업계는 지난 수년간 변리사의 배타적 업무 영역을 둘러싼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리사 업무의 명확한 구분을 통해 변리업과 IP서비스산업이 경쟁 구도가 아닌 보완 관계로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재산권 ‘등록가능성’, ‘무효·침해자료’ 조사가… 변리사법 위반(?)

이번에 검찰에 고발된 윕스는 국내 최대 특허DB 업체로 선행기술조사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변리사회는 윕스가 선행기술조사업무 범위를 벗어나 ‘지식재산 토탈서비스’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등록가능성 조사 ▲무효자료 조사 ▲침해자료 조사 등 불법으로 특허 등 산업재산권 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윕스가 제공하는 디자인 조사보고서(샘플)

고발장에는 윕스가 올해 디자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감정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보다 앞선 2018년에는 특허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에 진보성 흠결 등의 무효사유가 있는지에 대한 감정 업무 등도 수행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윕스가 수행한 등록가능성 조사나 무효·침해자료 조사 등은 변리사법 제2조의 감정 업무에 해당하며, 변리사 자격이 없는 윕스가 이들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변리사법 등 위반이라는 것이 변리사회측 설명이다.

그러나 윕스 등 국내 IP서비스업체가 그동안 수행해온 선행기술조사, 기술동향 분석, 번역 및 상담, 컨설팅 등 지원서비스가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 행위로 변리사의 배타적 업무 영역에 포함되는 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불법 변리행위 의심업체 10여곳에… 경고장 발송

변리사회는 또 ‘비즈****’ 등 무자격 불법 변리행위 의심업체 10여곳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발송했다. 이들 업체들은 ‘특허투자 전문기업’이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면서 특허 등 IP 출원 대리 업무 등을 불법으로 수행한 것으로 변리사회는 보고 있다.

경고장에 따르면 업체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고객(기업)들과 공동 발명자로 등록하고, 실제는 고객 명의로 특허 출원대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대한변리사회 회원 현황 (2020.07.31. 기준)

변리사회는 의심업체들에 경고장을 발송하면서 이러한 영업행위가 변리사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며, 즉시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끊이지 않는… 불법 상표 출원 대리

이 밖에도 변리사회는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상표 출원 대리를 한 김 모씨에 대한 추가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 부실상표출원 근절 캠페인 포스터

김 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표, 디자인 등 1만 2400여건의 불법 대리업무를 해 징역 2년, 추징금 26억 6700여 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 7월 같은 수법으로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구속돼 현재 수원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23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동종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경험을 이용해 더 지능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김 모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하고 추징금 32억 1000여만원 명령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무자격자 불법 변리행위 근절 법안… 잇따라 발의

국회에서도 무자격자의 불법 변리행위 근절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돼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6일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변리행위로 인한 중소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막고자 ‘변리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 대가를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산업재산권에 관한 감정이나 해외출원 등을 위한 자문ㆍ알선을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조항’ 마련을 주요 골자로 하는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변리사법 제21조는 무자격변리 행위의 범위가 산업재산권 대리에 한정돼 있다. 업무와 관련한 처벌도 마찬가지다. 대리 이외에 감정, 알선, 자문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렵다. 때문에 특허 및 상표 등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과 상담, 감정 등을 통해 실질적인 대리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명의대여를 통할 경우 법적 처벌이 힘든 실정이다. 명의대여 여부를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변리사의 명의를 사용하는 행위, 자격증이나 등록증을 대여받는 행위 또는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난 11월 19일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현행법에서 규정된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수정 의결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신정훈 의원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중소기업이 공인자격이 없는 컨설팅업체 등에 산업재산권에 관한 자문ㆍ감정, 해외에서의 출원을 위한 자문ㆍ알선 등을 의뢰하고 이들로부터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 받아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재산권의 감정 등은 권리행사와 침해 분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법률적 판단이므로 이를 무자격자가 수행하는 것은 감정의 정확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