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원조 음식점의 상표를 전혀 관련 없는 제3자가 먼저 상표를 출원하면, 원조식당은 상표권을 빼앗기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무조건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를 등록받는 것은 아니다.

현행 상표법에 의하면,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인식된 상표를 타인이 먼저 출원하였다고 하더라도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수요자 기만) 및 제13호(부정목적 출원) 등에 의하여 등록받지 못할 수 있다.

소상공인 등을 위한 ‘성명ㆍ상호 등의 선사용권’… 상표법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상표 등 지식재산권의 확보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기업과 달리,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은 자금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사업 개시 후에도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해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만약,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호 등을 제3자가 무단으로 출원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상표가 등록되기 전에는 정보제공 및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상표등록 후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가로채기․모방출원에 대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상표법에서는 ‘소상공인 등을 위한 성명ㆍ상호 등의 선사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이 먼저 사용하고 있는 상호 등을 타인이 먼저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상표권을 등록받았다 하더라도 그 등록의 무효를 선언 받기 위한 심판청구 여부와 상관없이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다면 간판을 내리지 않고 계속 영업에 사용할 수 있다.

‘소상공인 등을 위한 성명ㆍ상호 등의 선사용권’ : 상표법 제99조는 “①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자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자는 해당 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1.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사용하고 있을 것. ② 자기의 성명·상호 등 인격의 동일성을 표시하는 수단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표로 사용하는 자로서, 제1항제1호의 요건을 갖춘 자는 해당 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소상공인 등의 상호 보호를 위해 선사용 상호를 계속 사용할 권리를 부여한다.

특히 성명·상호·메뉴명 등이 자신의 영업에 관하여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에 이르고 널리 알려진 경우라면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므로 법원에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특허청 행정조사를 통한 구제도 가능하다.

특허청 문삼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인식되는 경우 제3자의 모방출원은 등록되지 않을 수 있고, 먼저 사용하고 있다면 선사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이는 소극적인 보호에 불과하다”라며 “개인사업자 등 소상공인은 사업 구상 단계부터 미리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을 받아두어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표 관련 정보사이트: 상표·디자인·특허 출원 경험이 없는 일반인을 돕기 위해 지식재산권 출원·등록 절차를 쉽게 설명하는 사이트(www.kipo.go.kr/easy)와 특허청이 제공하는 국내외 특허, 상표, 디자인 정보검색 사이트(www.kipris.or.kr)가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강화되는 상표심사

과거에도 ‘펭수’와 유튜브 채널 ‘보겸TV’ 등 유명 상표를 놓고 불거진 상표 분쟁 사례로 인해 제3자가 무단으로 출원한 상표권 등록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유사한 심사사례에 비추어 볼 때, 상표 사용자 또는 캐릭터 창작자 이외의 제3자가 상표등록을 받기는 어렵다.

실제로 특허청은 펭수, 보겸TV 등 문제가 된 상표 분쟁은 상표 사용자의 정당한 출원이 아니고 상표 선점을 통해 타인의 신용에 편승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는 출원이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상표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4시! 특허청입니다 > ‘펭수, 보겸TV편’ 화면: 작년 12월 26일 게재 후 조회 수 20만을 넘었다.

현행 상표법에 의하면 상표 사용자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가 널리 알려져 있는 아이돌 그룹․인기 유튜브․캐릭터 등의 명칭을 상표로 출원하면 상표법 제34조제1항제6호(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제9호(주지상표), 제11호(저명상표), 제12호(수요자 기만), 제13호(부정한 목적)를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아이돌 그룹 명칭인 ‘소녀시대’, ‘동방신기’ 및 ‘2NE1’를 무단으로 출원한 상표들에 대해 저명한 타인의 성명, 명칭을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또 유명 캐릭터 명칭인 ‘뽀로로’와 방송프로그램 명칭인 ‘무한도전-토토가’ 등에 대해서도 상표 사용자와 무관한 사람이 출원한 경우 상표등록을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 유명한 타인의 명칭 및 캐릭터로 구성된 상표의 등록 거절 사례>

출원상표출원시기거절 조문거절 내용
2NE12009년법 제34조제1항제6호저명한 타인의 성명ㆍ명칭 등
동방신기2005년
소녀시대2011년
토토가2015년법 제34조제1항제12호수요자 기만 우려
뽀로로2011년법 제34조제1항제13호부정한 목적
꼬꼬면2011년

특허청은 무임승차, 가로채기 상표 출원 등에 대한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상표 선점 가능성이 높은 용어 등에 대해 심사관이 사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상표 트렌드 분석 사업을 통해 상표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상표 트렌드 분석사업 : 사회적 이슈가 되는 용어, 상품, 캐릭터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속하게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사회적 분쟁의 소지가 있는 용어를 선별하여 상표 출원현황과 상호 비교․분석해 심사착수 이전에 심사지침 마련

상표 트렌드 분석을 통해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기가 곤란한 유행어, 신조어, 약어 및 캐릭터 명칭 등에 대해 사전에 식별력이나 유사판단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면 상표심사의 정확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경일     kips12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