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증거수집제도 비교 *출처: 특허침해소송에서의 증거수집절차 개선을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방안 연구, 특허청, 2020 참조

정부가 특허소송에 증거수집을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가장 유력한 ‘한국형’ 모델로 제시된  ‘독일식 전문가 사실조사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발의된 ‘특허법 개정안’을 보면, 증거수집을 위한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고려해 ‘미국식’ 디스커버리가 아니라, 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중립적인 전문가가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독일식’ 전문가 사실조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회가 발행한 ‘특허소송 관련 증거수집제도에 관한 미국·독일·일본 입법례’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미국식’ 디스커버리와 달리, ‘독일식’ 증거수집제도는 판사가 지정하는 제3의 전문가가 필요한 증거를 조사함으로써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짧은 시간에 침해 입증을 위한 증거 조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특허소송의 경우 증거수집제도 등을 도입해, 전문가 주도의 증거조사 활동을 통해 피해자의 이익을 확보하고 침해자의 증거 멸실 등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허소송이 미국으로 몰리는 이유?.. 강력한 증거개시 제도

국내 특허법은 당사자가 신청한 경우 법원의 명령을 통해 침해의 증명 또는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으나, 자료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특허 침해행위가 침해자의 사유지 등 특허권자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어 침해 증거를 확보하기 곤란하거나, 침해 물품을 입수했더라도 제조방법 등의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특허 침해에 대한 증명이 어려워 특허 침해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법원에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공개와 열람 제한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 간 특허소송이 발생한 경우에도 증거개시가 가능한 미국 등 해외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증거개시 : 재판에 앞서 재판당사자가 소송 관련문서 등을 확보하고 이를 상호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는 제도로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개시) 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사전에 제출되지 않은 증거는 재판에서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증거를 조사 한 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분쟁 발생이 예측되는 경우에는 증거보존 의무가 발생하며, 소송 제기 전·후에 당사자 간 증거를 교환하는 당사자 중심의 증거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넓은 범위의 증거 수집이 가능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용이하지만, 많은 소송비용과 전문 인력 투입에 대한 부담이 크다.

판사가 지정하는 전문가 증거조사제도… 독일, 일본 법원

국회가 발행한 ‘특허소송 관련 증거수집제도에 관한 미국·독일·일본 입법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판사가 지정하는 전문가 증거조사를 주로 소송제기 전·후에는 가처분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으며, 피고의 의견을 별도로 청취하지는 않고 있어 증거의 은폐나 인멸을 방지하는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청인과 대리인만 조사현장에 입회할 수 있으며, 조사 보고서 초안은 열람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증거조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의 수색명령을 통해 강제 집행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도 독일식 전문가 증거조사제도를 도입해 10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직접 증거조사 후 보고서를 제출하고, 제출된 보고서를 신청인에게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독일 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일본은 소송 제기 후에 전문가 증거조사제도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 증거조사를 거부하는 경우신청 인의 주장을 진실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은 독일과 다르다.

시간과 비용 부담을 최소화.…. 한국형 디스커버리

현재 발의된 ‘특허법 개정안’을 보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증거수집을 위한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고려해 ‘미국식’ 디스커버리가 아닌 ‘독일식’ 전문가 사실조사제도에 가깝다.

전문가 사실조사는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민사구제로, 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중립적인 전문가가 조사한다. 따라서 법원 영장에 의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인 압수ㆍ수색과는 다르며, 조사 신청인(원고)은 사실조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또한 피조사자에게 전문가 조사결과보고서에 대한 우선 열람권을 부여하고, 조사내용 중 영업비밀의 삭제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조사를 실시한 전문가에게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고, 누설 시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소송과정에서도 상대방 대리인이 영업비밀을 열람한 경우, 해당 대리인은 그 의뢰인에게도 비밀을 유지하도록 명령을 부과하고, 만약 위반 시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