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관여한 발명이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 등 현행 특허법상 실질적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AI가 딥 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통해 대량의 정보를 인식, 분석하고 학습함으로써 인간의 추가적인 개입 없이도 창작이 가능해짐에 따라 AI 발명이 현행 특허법상 특허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간한 ‘인공지능(AI) 창작에 대한 특허법적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식재산(IP) 분야에서 AI는 주로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어, AI 기술 발전이 ‘특허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는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인공지능이 미술, 음악 등 예술적 창작활동뿐만 아니라 기술적 창작의 영역까지 점차 확대되면서 AI가 관여한 발명으로 인해 특허의 실질적 요건 적용에 어떤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정화 박사는 “현재 세계 각국이 AI를 발명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 현시점에서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요건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일 수 있다”라면서도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주체적으로 관여한 특허출원에 대비해 세부적인 특허요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발명과 현행 특허법상 특허요건

음악, 미술, 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AI 창작

인공지능(AI) 기술이 한정된 영역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신문기사 작성, 음악창작, 미술, 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인간의 창작물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준이 고도화되고 있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약 5억원에 낙찰된 AI가 그린 인상파풍 그림

실제로 AI가 그린 인상파풍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약 5억원에 낙찰됐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청년 3명이 14~20세기 초상화 1만5000점에 관한 자료를 AI에 입력해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이 작품의 오른쪽 아래에는 화가의 낙관 대신 ‘min G max D Ex[log(D(x))] + Ez[log(1-D(G(z)))]’라는 수학식이 적혀 있다. 그림 제작에 쓰인 알고리즘이다.

AI작곡가 이봄과 양송희 클라리네티스트의 예술의 전당 공연 팜플렛

국내에서도 AI 작곡가인 ‘이봄(Evom)’이 작곡한 곡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사례도 있다. 2018년 클라리넷 연주자인 양송희씨가 연주회에서 이봄이 작곡한 오케스트라곡을 연주했다.

이봄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최초의 AI 작곡가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만 110여 개에 달하고, 만들어낸 곡만 10만 개를 훌쩍 넘는다. 대부분 각기 다른 멜로디로 만들어진 곡들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문학의 경우, 일본에서 ‘제로’라는 AI가 19세기 일본의 학자 및 작가(후쿠자와 유키치 및 니토베 이나조)의 저서와 자료를 토대로 딥러닝으로 학습한 후, ‘현인강림(賢人降臨)’이라는 소설을 작성해 출간했다.

국내에서는 KT가 2018년 인공지능 소설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AI 알고리즘 개발 역량을 보유한 개인, 스타트업 등 31개팀이 참가했다.

특허 발명까지 수행하는 AI… 등록 vs. 거절

AI는 예술적 영역의 창작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진화, 분자생물학, 신경학 등 인지과정에서 파생된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거나, 고도화된 발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994년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개발한 ‘The Creativity Machine’은 인간의 개입없이 자동으로 소프트웨어를 생성한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다른 네트워크를 결합함으로써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다. 그 결과, 스프레드 시트 내에서 자가학습할 수 있도록 인공 신경망을 자체 구성하는 ‘신경망 기반 프로토 타이핑 시스템 및 방법’ 특허를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 등록했다.

미국의 AI 플랫폼인 AllTheClaims.com과 AllPriorArt.com은 특허 데이터베이스에서 특허출원서를 파싱(Parsing)해 임의로 재조립한 후 새로운 특허 청구항과 상세한 설명을 자율적으로 생성한다. 프랑스 Cloem사가 개발한 AI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적용해 변형된 특허 청구항을 만들어준다.

지난 2018년, 영국 Surrey 대학의 라이언 애봇(Ryan Abbott)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다부스(DABUS)’를 발명자로 미국, 영국, 유럽과 국제특허(PCT)까지 출원했다. 그러나 해당 특허청은 출원인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발명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 특허 출원에 대해 거절 결정을 내렸다.

‘AI 발명’, 현행 특허법으로 보호할 수 있나?

AI 기술은 앞으로 인간의 개입없이 발명과 특허 과정 전체를 자율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AI 발명을 현행 특허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지, 그렇지 않다면 별도의 보호방식을 취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모델 발명을 시작으로 AI 관련 특허까지 특허대상의 확장은 다양한 논의를 불러오고 있다.

주요국에서의 특허대상의 변화 연혁

AI 생성발명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은 AI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생성되는 발명을 특허대상에 포함할 경우, ▲투기적 특허출원의 가능성 ▲특허심사 업무의 증대 ▲저품질 특허의 양산 가능성 등이 존재해 특허시장의 경쟁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반대로, AI 생성발명을 특허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발명도구의 혁신으로부터 제품 연구·개발 도구의 혁신이 장려되는 것은 특허제도의 본래의 기능에 해당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AI가 스스로 생성하거나, AI의 기술을 빌려 완성한 것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AI 생성발명이 특허법으로 보호받지 못할 경우, ▲영업비밀 등의 방식으로 보호 대상이 증가하거나 ▲상업적 개발을 실시하는 주체가 감소하고 ▲반복적인 연구개발로 사회적 거래비용이 상승해 ▲최종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허법의 목적과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할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에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IP분야에서 AI와 관련해 논의하거나 해결이 필요한 핵심 주제로 ①특허, ② 저작권, ③ 데이터, ④ 디자인, ⑤기술격차 및 역량개발, ⑥ IP 관리결정 등 6대 정책이슈를 제시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정화 박사는 “AI 창작과 관련한 사항은 민법이나 기타 법령의 정비가 선행된 이후에 특허 관련 법제의 개선를 고려할 수 있다”라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특허 관련 법제도의 개정을 논하기 보다는 국제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