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배상제도, 손해액 산정방식 개선 등 특허침해 배상액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성공하려면, 특허침해 소송에서 침해 및 손해액 증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한국형 디스커버리(K―discovery)’ 도입 등 증거수집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

세종대학교 법학부 최승재 교수는 ‘지식재산과 혁신’ 제2호에 ‘손해액 산정방식에 관한 최근 특허법 개정의 의의’라는 기고를 통해 “증거조사재도의 개선 없이는 특허법 제128조 등을 개정한 일련의 노력들은 매우 제한적인 효과만을 거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손해배상액을 무작정 늘이려는 입법을 계속할 경우 발생하게 될 문제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허법 제128조 : 고의 침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액을 높이는 3배 배상제도(2019 넌 7월 시행)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2018년 12월 7일 개정된 특허법 제128조는 제8 항에서 3배 배상을 규정하고 제9항은 3배 배상에서의 1-3배 승수(실손해에 어느 정도의 배수를 곱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고려요소들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미국 외에도 일본, 독일, 영국 등에서도 증거조사제도 개선을 통한 특허권자 보호를 위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라며 “이들 국가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우리 지형에 맞고 세계적으로도 참고할 만한 ‘한국형 디스커버리(K―discovery)’ 제도를 설계하고 도입·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3배 손해배상’ + ‘손해액 산정방식’ 개선… 지식재산 보호 강화

고의 침해자에 대한 3배 손해배상제도는 지난 2019넌 7월에 시행되었고, 특허권 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침해부분에 대한 합리적 실시료 배상제도는 2020.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승재 교수는 “여기서 유의할 점은 3배 배상이 3배를 배상하는 제도가 아니라 3배까지, 3배의 범위에서 1 내지 3 사이에서 승수(乘數, multiplier)를 정해 배상하는 제도라는 사실”이라며, “우리 특허법은 징벌을 목적으로 가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효적으로 배상이 이루어져서 특허권자의 손해를 전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3배 배상제도 이후, 한발 더 나아가 특허권자가 기존 손해액과 함께 생산가능 수량 이외의 부분에서도 침해자로부터 합리적인 실시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리자 보호가 강화됐다. 손해액의 범위를 권리자의 생산능력을 초과한 부분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특허허침해 손해액 산정방식이 개선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특허허침해 손해액 산정방식 개선과 특허권 침해에 대한 3배 배상제도가 결합되어 시너 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특허침해로 인한 1배 손해배상액이 현실화되면 침해자의 고의로 인한 3배 배상액도 자연스럽게 증액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최교수는 “특허권자 생산능력 초과분도 손해배상액으로 포섭하는 개정 특허법이 시행되는 2020년 12월이 우리나라 지식재산 보호 제도가 개선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K―discovery)’ 도입… 증거조사제도 개선

정부는 현재 한국형 디스커버리(K―discovery) 도입을 준비중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의 주요 내용은 ▲자료목록 제출 신청제도 ▲자료소지 여부 확인절차 ▲자료훼손에 대한 제재방안 ▲생산시설 등 침해 현장에서 중립적인 전문가가 조사하는 방안 등이다.

디스커버리 제도: 소송당사자 또는 당사자가 될 자가 소송에 관계되는 정보를 획득하고 보전하기 위해 서로 각종 정보와 문서 등을 교환하는 절차이다. 간단한게 말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소송에 관련된 사실관계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이 자료를 분쟁 당사자의 변호인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즉, 법원 앞에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할 수 있게 한다. 디스커버리를 통해 제출된 자료는 당사자는 볼 수 없고(보호범위에 따라 다름), 변호인들만 볼 수 있으며, 변호인은 자신들이 본 자료를 자신의 클라이언트에게 얘기할 수 없다. 이는 변호사법에 위반된다.

최 교수는 “증거조사제도의 개선은 ‘디스커버리’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이라며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특허소송의 글로벌한 성격을 감안해 세계 각국의 동향에 뒤처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허 분야 징벌배상제도와 손해액 산정방식 개선을 상표, 디자인 등 지재권 분야 전반으로 확산할 필요성이 없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하나의 제품에서 디자인권과 특허권이 동시에 침해당한 경우 특허권만 3배 배상이 적용되는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특허법과 관련 법령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최승재 교수는 “특허법 128조 개정에 나아가서 향후 증거조사제도 개선은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회룡점정(畵龍點晴)이 될 것”이라며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징벌배상제도와 손해액 산정방식 개선을 지재권 전반으로 차질 없이 확산하는 등 지식재산 보호가 한층 더 선진화되어 혁신이 촉발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

특허청이 지식재산 분야의 판례, 국내ㆍ외 정책 동향 및 주요 이슈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은 학술지 ‘지식재산과 혁신 제2호’를 발간했다. 지식재산 관련 제도와 이슈 등을 폭넓게 다뤄 각계․각층의 전문가,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민간의 관심 및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지식재산과 혁신’ 학술지에 게재된 주요 내용을 기획 시리즈로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