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변리사

특허가 등록되면 특허의 가치는 청구항에 의해 결정된다. 조금더 정확히 설명하면 특허가 출원된 시점에서 특허출원서에 포함된 기술을 설명하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청구항에 의해 그 권리가 결정된다. 즉, 특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 안에 설명되어 있는 기술도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특허 자체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말로 그럴까?

이진혁 변리사

특허 문헌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팩트다. 그러나 마켓의 변화에 따라 특허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특허는 배타권이다. 남이 내가 확보한 특허를 따라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특허를 받았다고 해서 그 특허의 내용에 따라 내가 제품 또는 서비스를 비즈니스 했을 때, 남들의 특허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절대 아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남이 못하게 하느냐? vs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특허는 전자의 개념이다. 이 개념은 특허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냉방기기 vs. 에어컨 특허”… 누가 더 가치있는 특허일까?

여러분이 냉방기기와 관련된 굉장히 기본적인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리고 필자는 냉방기기 중에서 에어컨에 관한 굉장히 기본적인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냉방기기와 에어컨 각각이 원천성 특허가 있다고 가정하면, 특허 자체적으로는 어떤 특허가 더 가치가 높을까? 당연히 냉방기기에 대한 특허이다.

여러분은 이 특허를 가지고 있음으로해서 타인이 선풍기, 에어컨, 기타 다른 냉방기기를 제조 및 판매하는 것에 대해 특허적으로 침해를 물을 수 있다. 필자의 특허적 권리는 에어컨에 한정된다. 따라서 타인이 에어컨을 제조 및 판매할 경우 특허적으로 침해를 물을 수 있다.

여러분과 필자는 냉방기기와 관련된 특허를 가지고 선풍기, 에어컨, 기타 냉방기기를 생산하는 경쟁자이다. 여러분은 여러 냉방기기 중 에어컨에 관하여서는 필자로부터 특허권의 실시 허락을 받아야 합법적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에어컨 관련한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필자는 여러분으로부터 선풍기, 에어컨, 기타 냉방기기에 관한 실시허락을 모두 얻어야만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여러분의 특허가 필자의 특허보다 가치가 높고, 필자로부터 더 높은 로열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쌍방간에 크로스 라이센스를 한다고 가정하면, 여러분이 필자로부터 돈을 받게 될 것이다.

“냉방기기 vs. 에어컨 특허”… 시장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특허 가치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시장의 니즈는 여러 냉방기기 중 에어컨으로만 집중된다고 가정해 보자. 소비자들이 다른 냉방기기는 찾지 않고 에어컨만 찾는거다. 아예 에어컨이 냉방기기 시장을 평정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여전히 여러분과 필자는 선풍기, 에어컨, 기타 냉방기기를 제조 및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는 에어컨만 찾기 시작했다. 선풍기나, 기타 냉방기기는 팔리지를 않기 때문에 우리의 비즈니스는 에어컨으로만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선풍기나 기타 냉방기기를 제조 및 판매하려는 노력은 이제 회사의 손실로 다가온다.

이러한 상태에서 여러분과 필자가 서로의 특허권에 대해 허락을 얻는다고 해보자. 여러분의 특허는 여전히 냉방기기 전체에 대한 넓은 권리를 확보하고 있고, 필자는 에어컨에 관한 권리만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경우에도 과거처럼 필자가 여러분에게 돈을 주는 크로스 라이센스를 하게 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인지하셨겠지만, 여러분의 냉방기기 전체를 아우르는 특허의 권리는 문헌적으로는 여전히 매우 넓은 권리를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시장에서 에어컨만 찾는 니즈로 인해(선풍기와 기타 냉방기기는 더 이상 남들이 제조 및 판매하지 않음)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필자의 에어컨 특허는 에어컨에 대해서만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다른 대체제들이 사라짐으로 해서 그 가치가 올라갔다.

이런 상태에서 여러분과 제가 에어컨 비즈니스를 계속 영위하기 위해 서로의 특허권으로부터 라이센스를 얻고자 한다면 이 때는 서로 동등한 가치에서 무상의 크로스 라이센스를 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특허는 그대로 존속하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금액적 가치 및 밸류에이션 따져야… 특허 비즈니스 전제조건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점은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남들이(시장이) 관심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허는 특허의 본연적 가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특허를 하려는 목적 자체가, 난 출원이 필요해, 난 권리랑 상관없이 등록증이 가지고 싶어, 정부과제 지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해, 남들에게 내가 이런 기술을 특허출원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등등이라면 이는 그 자체가 특허를 갖기 위한 목적으로서 합리화되며 이럴 경우에 특허의 본연적 가치를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허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고(위에서 열거한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런 목적에 의한 특허존재 이유는 있음), 항상 시장의 니즈 및 변화에 따라 가치가 달리진다.

따라서 특허 라이센스, 매입과 매각, 기술 이전 및 사업화, 분쟁 등을 진행할 때는 항상 시장 수요와 변화를 기초로 금액적 가치 및 밸류에이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진혁 변리사 jhlee@ipspat.com

이진혁 변리사는 한양대 재료공학과 재학중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7년 졸업후 로펌에서 LG 및 삼성 특허대리인을 하며 기초적인 변리업무를 습득했다. 3년 정도 로펌에서 근무하다, 기업 내 IP 업무, 특히 분쟁 쪽을 하고자 하여 삼성전자에 입사후 약 8년간 국내외 클레임, 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특허 및 기술 분석, 협상, 라이센싱, 계약서, 특허 매입등 IP 분쟁 및 활용 관련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오스람, 필립스, 니치아, GE, 도시바, 샌디스크 등 해외 대기업은 물론 아카시아, 와이랜, 컨버전트 등 내로라하는 NPE 등 분쟁을 진행한 바 있다. 재직중 숭실사이버대학교에서 법학학위를 취득하고, 카이스트에서 Advanced IP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특허법인 IPS에서 분쟁 담당 파트너 변리사로 재직하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IP 분쟁/라이센싱/협상 등을 맡았다. 분쟁 관련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분쟁 사건을 진행/해결 해 나가면서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결과를 도출해 줄 수 있다는 데 보람과 희열을 느끼고, 사건을 유리하게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전략 하에 끝까지 달려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