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변리사 (중국 China Science(中科) 특허법인)

지난해 중국 상표법이 개정됐다. 2019년 11월 1일 시행된 제4차 상표법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출원은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출원인의 악의적 출원뿐만 아니라 상표대리사무소도 이를 알고 수임할 수 없도록 하였고, 상표대리사무소가 법률서비스업 이외의 타 상품류에 상표등록을 하였을 경우 이를 이의신청 및 무효사유로 추가했다. 그동안 중국 상표브로커들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던 우리 기업에는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이 그만큼 다양해진 만큼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상표브로커가 예년에 비해 그 수단이나 방법들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더욱 세밀한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실무적으로 유용한 전략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한 상표는 무효! .. 중국 상표법 제44조

중국 상표법 제44조 제1항은 “등록된 상표가 기만 수단 또는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받은 경우, 무효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종기 변리사

여기서 ‘기타 부정당한 수단’이란 상표심사기준, 최고인민법원 규정, 법원판례 등을 종합해 보면, 분쟁상표 등록인이 기만적 수단 이외에 상표 등록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공중의 이익에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하게 공공자원을 점용하거나 또는 기타 방식을 써서 부정당한 이익을 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등록한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표를 대량으로 사재기 하는 행위 ▲등록 후 실제 사용도 하지 않고 사용 준비도 하지 않으며 ▲부정당한 이익을 편취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상표를 판매하려거나 ▲타인에게 거액의 양도비용, 허가사용료, 침해배상금을 요구하는 행위 등은 진실한 사용의도가 분명히 결여된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된 경우에 해당된다. 기타 부정당한 수단을 이처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으므로 무효심판시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Case Study(1) 기타 부정당한 수단: 출원인과 공모해 타인의 상표를 선점한 행위

(2019.09.09, 국가지식산권국 상표평심위원회) (1) 피청구인 조욱방과 청구인은 고액의 상표양도 협의를 한 적 있고, 협의과정에서 조방욱은 제18류에 청구인의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본인명의 아닌 다른 회사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했다. (2) 상표법 제44조 제1항 “기타 부정당한 수단”의 규정 적용 시, 등록한 상표의 구성, 등록당시 및 등록 후의 행위, 진실된 사용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다.

피청구인의 등록한 상표는 33건으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본인 또는 관련 회사 명의로 동일 출원인의 상표를 여러 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록한 행위는 정상적인 상표등록질서를 교란한 것이다. 상표법 제44조 제1항 ‘기타 부정당한 수단’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출원인 본인의 출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출원인과 공모행위가 있거나 특정 신분관계 또는 기타 특정관련이 있는 자의 출원행위도 고려하여야 한다.

지난 2018~2019년 필자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주관한 상표브로커 대규모 공동대응 용역사업에서 한국 특허사무소와 공동으로 53개 우리 기업의 중국 상표브로커를 대상으로 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기업이 53건 모두 100% 승리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이 사업에서 47건의 무효심판에 대해 중국 상표평심위원회의 심결문을 분석한 결과, 무효의 근거 조항이 바로 상표법 제44조 제1항이었다. 그 외에도 상표법 여러 규정을 무효사유로 주장했으나 상표평심위원회는 오로지 상표법 제44조 제1항만을 적용해 무효결정을 내렸다. 즉, 상표브로커가 등록한 47건의 상표가 모두 ‘기타 부정당한 수단에 의해 등록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상표법 제44조 제1항이 법규상 이의신청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지만 실무적으로는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것이 좋다. 실제 ‘라예귀’ 사건의 이의신청건에서 상표국이 작성한 이의결정문에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는 입법정신에 따라‘ 라는 표현이 적시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이 규정 위반을 적극 주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Case Study(2) 기타 부정당한 수단: 정당한 사유 없는 상표 사재기 행위

중국 지남침회사가 등록한 상표에 대해 오래전부터 유니클로 상표를 사용해 온 원고(일본 유니클로회사)가 제기한 무효심판 행정소송에서 북경시 고급인민법원은 (1) 상표권자는 약 2,600여개의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고, 많은 상표를 양도한 경력이 있으며, 이러한 등록상표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증거가 없는 등, 상표권자의 ‘UL’상표의 등록은 상표법 제44조 제1항에 규정된 “기만 수단 또는 기타 부정당한 수단”에 의한 것이기에 무효되어야 한다.

(2)”기타 부정당한 수단“이란 기만수단 이외의 방법으로 상표등록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공의 이익을 해치며, 공공자원을 부당하게 점유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부정당한 이익을 취하는 수단을 말한다. 사용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상표를 대량으로 등록하거나 사재기하는 행위, 특히, 사리를 취하기 위한 양도 혹은 양도를 목적으로 등록하거나 사재기할 경우, 통상적으로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인정된다. 京行终5603号(2018.01.26.)

공동대응 방식도 적극 활용해 보자

최근의 중국 상표브로커는 하나의 상표브로커가 한 두 개가 아닌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상표를 선점하는 형태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이는 곧 하나의 상표브로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 수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상표브로커에 여러 기업이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피해를 당한 기업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적극 고려해볼만 하다.

공동성명서 양식 (출처 : 특허청 발간 ‘중국 상표브로커 공동대응 가이드라인’)

앞서 소개한 53개 상표브로커 용역사업의 경우에도 하나의 상표브로커와 관련된 여러 기업이 연합성명서에 공동으로 서명하고 이 연합성명서를 상표평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 상표무효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대응하게 되면 한 개 기업의 증거자료만으로는 상표브로커의 악의성 입증이나 신의성실원칙 위반 등을 주장하기에 부족할 수 있으나, 여러 기업이 각자의 증거자료를 취합하게 되면 악의성 입증 등이 더욱 용이할 수 있다.

소수의 기업이 아니라 다수의 기업이 피해를 당했음을 입증하게 되면 상표브로커의 악의성이 더욱 분명해지고,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어지럽힌 행위임을 주장하기에 훨씬 강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대응을 하게 되면 공통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어 비용도 절감되며, 기업 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기업의 지재권 분쟁대응 역량을 높일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종기 변리사 aroma4275@naver.com

이종기 변리사는 부산대 법학과를 거쳐 중국사회과학원(법학석사)을 졸업했다. 특허청 국제협력과, 상표심사과, 특허심판원(상표심판관), 중국 국가지식산권국(특허청) 파견관, 특허청 국제상표출원심사팀(마드리드 심사관) 등을 거쳐 현재 중국 China Science 특허법인에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상표톡톡”(한국 출판) “国外专利实务(해외특허실무)” “韩国商标法(한국상표법)”(이상 중국에서 출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