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창 특허청 차장이 2일 오전 정부대전청사에서 온라인(비대면) 생중계로 ‘지식재산 금융투자 활성화 추진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식물별 맞춤 광원장치 특허기술을 보유했으나 자금부족으로 사업화에 난항을 겪고 있던 창업 2년차 스타트업 B사는 2년전에 보유 특허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10억원의 기관투자를 이끌어내며 사업화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기존 스마트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미국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혁신상을 수상했다. 이후 바이어들의 문의가 이어지며 해외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지식재산 투자시장을 1조 3000억 원대로 육성하는 청사진이 마련됐다. 지식재산 금융투자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 자체에 직접 투자해 로열티, 매매, 소송 등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의 형태다.

정부는 국내 지식재산 금융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위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양질의 지식재산권 공급 ▲다양한 지식재산 투자상품 출시 ▲투자상품으로의 자본유입을 유도 ▲투자 친화적 인프라 구축 등 4대 전략 14개 세부과제를 담은 ‘지식재산(IP) 금융투자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지식재산권은 혁신의 집약체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지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지식재산 투자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고,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도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지재권을 기반으로 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나, 지식재산 투자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나,

지식재산 투자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고

부실 IP담보 회수지원사업도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IP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IP담보대출상품을 잇따라 출시했으나, 담보물인 특허권에 대한 회수 리스크로 인해 기피하는 금융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라며 “최근 특허청이 부실 IP담보 회수지원기구를 설립했으나 정부의 한정된 예산과 은행의 출연금으로 운영됨에 따라 회수지원사업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지식재산 금융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4대 전략 14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추진전략] Ⅰ. 양질의 지식재산권 공급

특허심사관이 추천하거나 정부의 지식재산 지원사업을 거친 투자 유망 특허에 관한 정보를 민간에 제공한다. 또 대학과 연구소의 수익화 중심 특허경영을 장려하기 위해 특허설계를 지원하고, 특허품질경영 우수기관도 선정한다.

대학과 연구소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출원·유지를 포기한 특허를 발명자에게 양도해 잠재성 있는 특허가 사장되지 않게 하고, 법인이 아닌 펀드도 특허권 등을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특허 수익화 관련 법·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또 해외출원을 위한 펀드를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 등의 해외권리 확보 지원을 확대해 지식재산의 수익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추진전략] Ⅱ. 다양한 지식재산 투자상품 출시

정책자금(모태펀드 특허계정 및 문화계정)을 활용해 지식재산 자체에 투자하는 전용펀드(’20년 특허계정 400억원, 문화계정 260억원)를 신설한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특허로열티 현금흐름에 기반한 ‘안정형 펀드’와 미래의 기술이전·소송 기대수익에 기반한 ‘수익형 펀드’ 등 투자자 성향에 맞는 다양한 민간 지식재산 투자펀드가 조성되도록 지원키로 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직접 지식재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금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대중(크라우드)에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형’ 지식재산 투자상품을 출시한다. 또 거래하기 어려운 자산을 증권으로 전환한 후 거래하여 현금을 확보하는 ‘지식재산권 유동화’ 투자상품도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

‘지식재산권 유동화’ 투자상품 : 대표적인 지식재산 금융투자상품 중 하나가 표준특허풀 실시료를 활용한 IP유동화 펀드이다. 특허권자가 표준특허를 특허관리전문회사(표준특허풀)에 신탁하면, 표준특허풀이 실시기업을 발굴해 안정적인 로열티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IP펀드가 특허권자 대신 로열티를 수령하는 조건으로 특허권자와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지난 2019년에 흥국증권이 114억원 규모의 IP유동화 펀드를 조성해 완판한 사례가 있다.

지식재산 금융투자상품 사례

특허소송 수익 기반 IP투자상품도 대표적인 지식재산 금융투자상품 중 하나다. 특허관리전문회사가 중소기업 보유 특허를 매입해 해외실시기업을 분석한 후 실시계약을 요구한다. 실시계약을 거절하는 기업을 상대로 IP소송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외부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소송에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을 확보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최근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국내 중소기업 특허를 3억원에 매입한 후 소송을 통헤 손해배상금 $750만 평결을 얻은낸 사례가 있다.

[추진전략] Ⅲ. 투자상품으로의 자본유입을 유도

국내 A연구소는 지난 2017년 특허의 해외수익화를 위해 기관투자자로부터 1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A연구소는 Wi-Fi, LTE 등 통신분야 표준특허풀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다국적 통신기업들과 로열티 협상을 통해 수익을 올렸고, 기관투자자들에게 1년 8개월만에 투자금의 3배인 54억원의 수익을 배분했다. 국내 연구기관이 개발한 특허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수익화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고, 거액의 외화를 획득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지닌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지식재산 금융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벤처투자 세제혜택을 지식재산 투자에도 적용키로 했다.

벤처펀드를 통해 IP프로젝트에 간접 투자 시 10% 소득공제를 제공하고, IP프로젝트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면 최대 10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투자자 및 신탁회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의 연차등록료 감면도 추진한다.

또 개인투자자·신탁회사 보유 지식재산권의 연차등록료를 50∼70% 감면한다. 지식재산 담보에 대한 질권설정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지식재산 금융을 시행하는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평가시스템과 연계해 신속·저비용 IP보증 및 콘텐츠 IP보증 제도와 함께 동산·매출채권·지식재산권 등 기업의 다양한 자산을 한꺼번에 담보로 설정하는 일괄담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추진전략] Ⅳ. 투자 친화적 인프라 구축

지식재산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제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침해소송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하는 등 투자 친화적인 지식재산 보호환경을 조성한다. 또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중소기업 등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없이 라이선싱 협상 등 특허 수익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금융연수원, 벤처캐피탈연수원, 금융투자교육원과 변리사 교육과정에 지식재산 금융과정을 추가하는 등 지식재산 금융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국제 지식재산 중개업체·투자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유도하고, 지식재산 금융 관련 국제적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또 국민들이 지식재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종합상담 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 금융센터’를 설치한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IP금융투자 규모를 1조 3천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고, 지식재산 금융 비즈니스라는 신산업을 육성해 기술혁신형 일자리 2만여 개를 창출하는 등 우리 경제의 혁신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지식재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자라면 공평한 과정을 거쳐 누구나 획득할 수 있는 21세기형 자산” 이라며, “앞으로 지식재산을 보유한 개인과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자금을 융통해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