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선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 소장

기업은 기술사업화 단계별로 자금이 소요된다. 기술사업화 단계는 기술의 연구단계 → 개발단계 → 상용화단계(제품화) → 양산단계 → 시장진입 단계 → 매출발생 단계 → 영업이익발생 단계로 구분된다. 기술사업화 성공은 연구개발단계에서 시작해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지식재산(기술)금융을 사업화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체적 금융행위를 말하기도 한다. 이는 기술금융의 역할을 너무 크게 보아 기술금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기술금융의 역할은 기술개발이 완료되고 상용화 단계에서 설비구축 또는 장비구입, 원자재 구입, 인력채용, 마케팅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융통해주는 것에 한정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기술사업화 단계에 따라 사업적 불확실성은 매우 다르다. 각 기술사업화 단계별 사업적 불확실성, 즉 사업위험의 정도에 따라 정부의 재정적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사업화 불확실성이 높은 연구개발 및 시제품제작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책금융이 담당하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진입 단계 이후에서야 창투사, 민간 금융기관 등의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금융은 장기 상환기관과 낮은 금리이어야 효과적이므로 국내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정책자금을 통해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부가 정책 기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지원대상 기업을 선발하는 직접 금융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선진국의 경우에는 직접 금융 뿐만 아니라 보증프로그램과의 연계, 이자보전 등 다양한 형태로 혁신형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산업은행 테크노뱅킹과 지식재산금융 자료: 산업은행(2013.07.09.), 지식재산(IP)금융의 현황과 발전방안

지식재산금융의 대상은?.. 신용등급은 낮으나, 기술력 등급은 높은 중소기업

지식재산금융 또는 기술금융의 목표시장은 현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시스템의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한 신용등급이 BB+이상인 기업에게 이루어진다.

지식재산(기술)금융의 목표시장

기술력이 우수해 미래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중소기업이 신용등급 BB-일 경우, 은행권은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또한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이를 통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지식재산금융은 기술력 기반 또는 지식재산권 기반의 자금융통을 말한다. 따라서 지식재산금융의 목표시장은 기술력이 우수해 미래(향후 2년내) 현금창출능력과 성장잠재력 또는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신용대출이 어려워 ‘죽음의 계곡’에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은 BB- 또는 CCC 이나 기술력 등급이 상위 4등급(T4)내 있는 중소기업이 지식재산금융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금융 성공요인은?… 추진주체의 강한 의지와 긴밀한 협업

지식재산권 시장은 거래대상인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태생부터 매우 불완전한 시장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또는 위험을 사전에 충분하게 이해해야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은 성공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재산금융은 정부, 금융기관 및 평가기관 등 추진주체의 강한 의지 및 주체 간 긴밀한 협업을 기본으로 한다.

첫째, 정부는 직접적인 지원 보다는 지식재산권 기반 금융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체적인 틀을 만들고 인프라 구축을 담당해야 한다. 즉, 금융기관, 평가기관 및 참여의사가 있는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은 지식재산권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식재산권 기반의 금융상품을 개발해 금융시장에 출시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식재산권이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지식재산권 가치를 볼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때 금융기관은 은행내 비이공계뿐만 아니라 공학 기반의 금융인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과 기술의 속성 및 중재기관의 역할

셋째, 평가기관은 지식재산권 가치 측정에 적합한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충분한 검증을 통해 평가결과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은 각각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도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재산권의 가치평가는 각 지식재산권에 대한 상당히 전문지식, 연구개발 경험을 통한 기술 분석 능력, 권리에 대한 법률적 해석, 해당 지식재산권 제품 및 서비스 시장분석 능력, 지식재산권의 정성적 분석을 통한 가치를 정량화(크기의 측정)하는 필수적인 전문지식과 사업적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기 어렵기 때문에 한 사람이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지식재산의 가치는 공학적 기반, 지식재산관련 법적기반, 신기술제품 또는 서비스 시장분석기반, 기업분석 및 사업분석 기반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은 지식재산 또는 기술가치 평가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나 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기반창조경제에서 무형자산의 가치가 차지하는 부분이 높아지면서 과거의 재무자료를 위주로 한 기업평가시스템은 그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다.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숨겨진 가치)는 측정상의 어려움으로 재무상태표에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술기반의 중소벤처기업을 과거의 재무실적 또는 현재의 신용등급시스템만으로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판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미래의 성장잠재력은 기술력이 가장 기초적인 것인데 신용평가시스템에서 기술력을 판단할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보완할 평가시스템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신용조사보고서를 보완할 기술력 평가보고서(지식재산보고서) 또는 기존의 신용조사보고서에 기업의 기술력 등급을 표시해줌으로써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행 기업 신용평가시스템(신용조사보고서)은 경영자 정보와 재무정보 위주이며 기업의 기술전문인력(CTO 등), R&D 인력 및 인프라, 기술사업화 능력 등 기술력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 현재 금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의 신용등급은 단기적인 예측능력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기존의 신용평가시스템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술기반 기업에 자금투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중 하나라 볼 수 있다. 또한 현행 신용평가시스템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높은 자본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신용평가시스템에서 유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T사와 S사가 동일한 A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동일한 5%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공인된 기술평가기관에서 T사는 기술력 A등급을, S사는 BB 등급을 맞았다. 이 사실을 T사가 알고 금융기관에 금리인하를 요구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기술력 평가에 의한 기술력 등급은 미래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제공함으로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능력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식기반 창조경제에 창조금융을 실현시킬 금융기관(투자포함)의 기술력 또는 지식재산 중심의 적극적인 평가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

기술사업화 단계별 금융역할

현재 중소기업의 기술력 또는 기술가치를 평가해 보증하는 방식은 시장에서는 하나의 기관만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뢰성을 상실한 것이다.

금융기관이 모두가 기술력 또는 지식재산 가치를 평가하는 인력이나 부서를 둘 필요는 없다.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기술력 또는 지식재산의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평가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과거에 기업의 회사채 및 전환사채 발행을 위해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한 바 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평가정보는 금융기관뿐 만 아니라 코스닥 또는 코넥스 상장 시, 중소기업 중장기 R&D 자금신청 시, 조달청 참가자격 등 정부의 주요정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사람, 기술, 돈이 있어야 한다. 이중 사람이나 돈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나 기술은 사람의 외모처럼 바로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기술은 관심을 갖고 보려는 별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조경선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 소장

1999년 미국에서 공인회계사(Maryland State)를 획득한 후 귀국해 전북대에서 경영학(재무회계) 박사를 취득했다. 2001년부터 한국발명진흥회 특허기술평가실에서 입사해  현재까지 국내 기술평가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및 기술 가치평가 실무는 물론 △지식재산 금융/투자 활성화 △IP평가/거래 교육을 위한 학습모듈 개발 △발명자 적정 직무발명 보상 가액 산정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IP 기반  금융기관의 지식재산(기술) 금융과 벤처캐피털의 기술 투자 도입 및 활성화 등을 통해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 사업화를 촉진을 유도하는 정책 수립을 주도해 왔다.     

현재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및 창업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기술가치평가론’을 강의하고 있다. 또 국내 최대 IP전문가 네트워크인 지식재산경영전략연구회(IPMS) 운영위원장을 맡아 기술경영 및 기술평가 전문가 워킹그룹도 운영중이다. 한국지식재산권경상학회 수석 부회장으로도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