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변리사 (중국 China Science(中科) 특허법인)

필자는 2019년 북경에서 개최된 한중 기업 교류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여기에 참가한 어떤 중소기업이 자사의 기능성 음료를 참석한 중국인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며 마셔보라고 무료로 제품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지켜보다 그 업체 관계자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 업체는 자사 상품이 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자 중국 시장 진출 욕심이 생겨 이 교류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그 기업의 기능성 음료 제품을 보니 포장지의 상표와 디자인 모두 독특하면서 세련되어 보였는데, 문제는 이 상표를 한국에만 등록해 놓았고 중국에는 출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표문제는 생각지도 않고 중국 시장 진출 욕심으로 무방비 상태로 교류회에 참여한 것이다. 만약 당일 행사에 참석했던 중국기업이 이 제품의 상표를 그대로 중국에 출원해 버린다면 해당 상표로는 중국진출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중국진출 전.. 상표권 출원부터 먼저!

처음엔 중국진출 계획이 없다가 상황이 바뀌어 중국에 진출하게 되는 우리 기업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중국에 상표등록 해 놓지 않았다면 상당히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중국 진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종기 변리사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상표브로커 대응책은 바로 중국진출 전에 상표를 미리 출원하는 것이다.

중국 상표브로커 중에는 한국에서 어떤 제품이 시장에 론칭한다는 기사를 보고는 바로 중국에 출원해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국출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전에 예방을 못하고 사후에 대처하려면 시간,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감내해야 할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진출계획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국에 상표출원하면서 동시에 중국에 출원하는 것이 가장 좋다. 동시 출원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출원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우선권 주장을 하면서 중국에 출원하게 되면 우리나라 출원일을 중국 출원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가할 경우에도 반드시 미리 중국에 상표를 출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기업에 자신의 상표가 그대로 노출되어 선점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네이밍 단계부터… 체계적인 상표전략 세워야

과거, 유아용 침대를 만드는 한 중소업체가 영문으로 된 상표를 중국에 등록 후 중국총판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총판이 영문상표의 발음을 중국어로 옮긴 중국어 상표를 여러 개 출원해 둔 것을 알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필자에게 자문해온 적이 있다. 해당 업체는 영문상표를 중국은 물론 주요 국가에 다 등록해 놓았는데 중국에 본격 진출을 위해서는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총판과 협의 과정 중 이 같은 문제에 직면했던 것이다.

위 사례에서 중국총판이 상표브로커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얼마든지 상표브로커에 의해 이와 유사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 대신 기존의 한글 및 영문 브랜드만 가지고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고 상표브로커의 상표 표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글상표든 영문상표든 최소한 중문 브랜드 네이밍을 병행 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taobao)홈페이지

특히, 2019년부터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됨에 따라, 중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타오바오, TMALL, 징동 등)이 외국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설할 경우, 보유한 상표 등록증 또는 수리통지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해당 상표가 중문 상표가 아니라면 반드시 상표의 중문발음 또는 중문명칭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 브랜드의 중문 네이밍이 단지 소비자들의 인식과 호칭에 편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조건이 된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자사기업의 메인상표에다 이를 조금씩 변경한 여러 상표로 방어막을 쳐 놓으면 훨씬 안전하다. 한글상표와 이에 대응되는 중문상표, 그리고 한글+중문 또는 한글+영문 등 이러한 조합상표를 동시에 출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어 상표의 경우 3~4 글자로 된 상표가 많은데 앞 두 글자는 동일하고 마지막 1~2글자를 변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 하다.

견련성 있는 상품까지 등록.. 35류도 병행

상표권의 경우 동일 상표라도 상품류가 다르면 기본적으로 비유사한 상품으로 보아 등록이 가능하다. 특정상표를 제18류인 가방 등록해 놓았다 하더라도 타인이 동일한 상표를 의류(25류)에 출원한다면 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중국 진출시 실제 사용할 상품에 대해서만 출원하면 되지만 상표브로커를 염두에 둔다면 견련성 있는 분류의 상품에도 출원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에는 견련성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 기업에서 생산하거나 한 매장에서 같이 진열해 파는 토탈패션, 토탈뷰티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견련성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까지 출원해 놓으면 더욱 안전하다.

예컨대 선글라스 제조업체가 ‘A’ 상표를 선글라스에만 등록해 놓고, 상표브로커가 토탈패션이라 할 수 있는 액세서리나 가방에 ‘A’ 상표를 등록해 놓았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들 제품이 한 매장에서 진열되고 판매된다면, 소비자는 선글라스, 액세서리, 가방이 동일 기업이 생산하는 걸로 오인하게 되고 우리나라 선글라스 제조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상표선점 조기경보체계 주기전환

3류인 화장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일 경우에는, 41류의 미용교육업, 44류의 미용업 등에도 같이 출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35류, 그 중에서도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유사군 코드 3503)은 방어적인 차원에서라도 등록해 놓으면 유용하다. 이 서비스업은 특정 상품 여부와 상관없이 타인을 위한 상품 판매를 대행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다. 아울러 생산업체라 할지라도 방어적 차원에서 출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화장품 제조판매회사가 제3류 화장품에 ‘abc’ 라는 상표를 등록해 두었더라도 상표브로커가 제35류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에 동일한 ‘abc’ 상표를 등록해 놓는다면, 상표브로커가 ‘abc’ 온라인 샵을 개설해 타 회사의 화장품이나 미용관련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이는 합법적 사용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초래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제35류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에 대해서도 상표 출원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으로도 등록

창작성 있는 도형상표, 캐릭터, 독특한 한글체 등으로 구성된 상표는 이를 미리 저작권 등록을 해 두면 상표브로커의 상표선점을 예방하고 분쟁이 생기더라도 되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표는 출원서에 지정한 특정 상품류에 속하는 상품에 따라 보호를 받는데, 현재 사업범위와 관련이 없는 상품류까지 출원을 할 경우,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저작권으로 등록해 놓고, 상표출원은 현재 사업범위와 관련이 있는 상품류에만 등록해 놓으면, 상표브로커가 동일 상표를 다른 상품류에 출원하더라도 저작권을 통해 막을 수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정품(왼쪽)과 짝퉁 이미지

또한, 중국에 저작권으로 등록해 놓으면 각종 심판이나 소송에서 관련 증거자료로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리하다.

저작권은 심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청 후 약 2-3개월 내에 등록될 수 있으며, 비용도 300-400 USD 정도로 저렴하다. 또한 상표와 달리 실질심사 절차가 없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등록받을 수 있다.

도형뿐만 아니라 한글, 중국어, 영어와 같은 문자의 경우에도 디자인적 요소가 있으면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저작권은 등록이 되더라도 추후 권리 행사를 할 때, 권리행사의 가능 여부를 다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저작권 권리행사를 고려하지 않고 나중에 상표출원을 목적으로 한다면 문제가 없다.

우리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상표를 출원할 때, 우리나라에 저작권을 같이 등록하고, 나중에 중국에 진입할 때 상표 출원을 하면서 중국에도 저작권을 다시 등록하는 것이 좋다. 창작 시기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 저작권을 등록할 경우에도 한국에서의 창작시기를 소급받을 수 있다.

이종기 변리사 aroma4275@naver.com

이종기 변리사는 부산대 법학과를 거쳐 중국사회과학원(법학석사)을 졸업했다. 특허청 국제협력과, 상표심사과, 특허심판원(상표심판관), 중국 국가지식산권국(특허청) 파견관, 특허청 국제상표출원심사팀(마드리드 심사관) 등을 거쳐 현재 중국 China Science 특허법인에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상표톡톡”(한국 출판) “国外专利实务(해외특허실무)” “韩国商标法(한국상표법)”(이상 중국에서 출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