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변리사 (특허법인 서한)

바야흐로 지식재산권 시대이다. 이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라면 누구나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은 회사의 무형적 자산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모방을 방지할 최소한의 방어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가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구축에 관한 기술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편집자>

이태영 변리사

습식 면도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인 질레트는 자사 제품에 대한 그물망 같은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하3, 퓨전, 퓨전 프로글라이드 등 출시하는 제품마다 한 두개의 특허가 아닌 수십개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경쟁사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런 가운데 질레트는 2014년에 퓨전 프로글라이드에 플렉스볼 기술(Flexball Technology)을 부가한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을 출시한다.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은 플렉스볼 기술을 제외하고는 기존 퓨전 프로글라이드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퓨전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을 출시하면서 질레트는 “플렉스볼 기술”에 대해 ① 기술 명칭 및 제품 스펙, ② 패키지 스펙 ③ 면도성능 검증장치 등 순서로 어떤 부분들이 IP 권리화될 수 있는지 1차적인 검토를 수행했다.

이처럼 IP 권리화 1차 검토 후 각 세부 아이템 각각에 대해 복수의 특허 및 디자인을 활용해 강력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2차 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 2차 검토시에는 플렉스볼 기술을 구성하는 각각의 구성요소를 나열한 후 구성요소의 조합을 달리해 특허 및 디자인으로 권리화를 시도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IP 포트폴리오 완전정복’ 보고서 표지

이번 컬럼에서는 질레트가 최종적으로 확보한 IP 포트폴리오 구축 결과를 소개한다. 최종 IP 포트폴리오 결과를 통해 2차 검토에서의 전략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① 기술 명칭에 대한 상표권 획득

질레트는 아래 표와 같이 면도기 등을 지정상품으로 해 미국 및 한국에서 상표권을 취득했다. 물론, 질레트는 글로벌 기업이므로 전세계적으로 상표권을 확보했다. “FLEXBALL”은 제품의 명칭 혹은 핵심 기술의 설명 문구(USP 문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LEXBALL” 명칭에 대한 미국 및 한국 상표권

이처럼 제품 명칭이 아니더라도 제품의 핵심 기능과 관련되고 패키지에 사용될 문구의 경우 상표권으로 보호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 플렉스볼 기술의 핵심 구조 (포드+탄성체+좌우 피봇축)

아래 그림에는 플렉스볼 기술의 핵심 구조와 관련해 질레트가 확보한 특허권 및 디자인권이 나타나 있다. 플렉스볼 기술은 핸들 일측에 결합된 포드(pod)가 좌우로 회전하도록 결합되어 카트리지가 핸들에 좌우로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FLEXBALL” 기술 관련해 확보된 특허 및 디자인

US’882 특허는 핸들에 대해 압축 및 압축 해제가 가능한 플렉시블 포드의 구성을 포함하는 핸들을 청구하고, US’883 특허는 포드 및 캔틸레버 테일(cantilever tail)을 포함하는 핸들 및 카트리지를 구비하는 면도기를 청구하고, US’258 특허는 US’883 특허의 포드 및 캔틸레터 테일을 회전부(rotatable portion) 및 리텐션 시스템(retention system)으로 대체한 면도기를 청구했다. US’882, US’883 및 US’258 특허는 청구 대상 및 한정 구성을 달리해 다각적인 권리범위를 확보했다.

또한 질레트는 다수의 부분디자인을 통해 핸들의 각 세부 형상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USD’104는 커텍팅부(핸들+포드+커넥터)에 대해 부분디자인을, USD’042는 커넥팅부를 포함한 핸들 전체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청구했다. USD’730은 포드의 “ㅡ” 형상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USD’142는 포드의 “ㅡ” 형상 및 인디케이팅 형상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USD’480S는 포드에 형성된 이젝팅 버튼부의 원형부 형상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청구했다.

참고로 위 도면에는 질레트의 플렉스볼 기술 관련해 가장 관련성이 높은 특허 및 디자인의 일부만 표시되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특허 및 디자인이 존재한다.

③ 플렉스볼 기술의 회전 인디케이팅 기능

플렉스볼 기술에 포함되는 기능이지만 회전 인디케이팅 기능에 대한 특허 및 디자인을 별도로 소개한다.

아래 도면에서 볼 수 있듯이 면도기 카트리지가 좌우로 회전하게 되면 핸들의 “V”자 형상의 뾰족한 부분에 대해 오렌지색의 포드에 형성된 “▲” 모양이 좌우로 회전하게 되며 이는 사용자에게 플렉스볼 기술에 의한 카트리지의 좌우 회전 동작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인디케이팅 기능을 제공한다.

“FLEXBALL” 기술의 인디케이팅 기능 관련해 확보된 특허 및 디자인

질레트는 인디케이팅 기술 관련해 US’931 특허를 먼저 확보했는데, US’931 특허는 제1 및 제2 표식(first and second indicia)가 모두 하나의 구성요소에 포함되어 있어 실제 제품과는 매칭되지 않았다. 따라서, 질레트는 US’931 특허에서 분할된 US’878 특허를 확보해 실제 제품에 적용된 인디케이팅 기능 관련한 특허를 확보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인디케이팅 기능 관련해 3 건의 부분디자인을 확보한 것인데 부분디자인의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놀랍다. USD’092 및 USD’141은 아래로 뾰족한 형상 및 위로 뾰족한 형상만을 실선으로 한 부분디자인을 청구하였으며, USD’028은 아래로만 뾰족한 형상만을 실선으로 한 부분디자인을 청구했다.

부분디자인이란 제도를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실제로 확인하니 필자에게도 새로운 충격이었으며, 부분디자인을 잘 활용하는 경우 특허와 거의 동등한 권리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④ 플렉스볼 제품 패키지 디자인

질레트는 아래 도면과 같이 대지 레이아웃 및 블리스터 형상에 관한 4개의 디자인 특허를 확보했다.

“FLEXBALL” 제품의 패키지 관련해 확보된 디자인 특허

USD’862는 대지의 레이아웃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USD’248은 블리스터 중앙의 원형 형상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USD’132는 블리스터 측면 돌출부의 일부분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USD’431은 블리스터 테두리 형상에 대한 부분디자인을 청구했다.

패키지에 대해도 이런 정도까지 디자인 특허를 확보해야 하는지 다소 의아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레트는 5조 이상의 매출을 가지는 글로벌 면도기 업체로 시장을 리딩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⑤ 플렉스볼 면도기 데모 장치

질레트는 플렉스볼 기술의 성능을 시험하는 면도성능 검증장치를 면도기 데모 장치 및 면도기 데모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US’477 및 US’098 특허를 확보했다.

플렉스볼 기술의 성능을 시험하는 ‘면도기 데모 장치 및 면도기 데모 방법’ 특허

질레트는 TV 또는 유튜브의 광고화면에서 이 데모장치를 활용해 플렉스볼 제품의 피부 밀착 성능을 시각화하였는데, 경쟁사의 마케팅 측면에서의 모방행위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목적으로 권리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과 같이 질레트가 “플렉스볼 기술”에 대해 어떻게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였는지 살펴보았다. 하나의 기술에 대해 이렇게까지 IP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이에 대해 글로벌 대기업의 자본력에 의한 과도한 IP 포트폴리오 확보라고 평가할 독자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질레트의 이러한 IP 포트폴리오 전략은 개인 및 스타트업에게도 어떠한 IP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태영 변리사 (특허법인 서한) tylee@seohanip.com

주요 활동

중소 및 대기업 생활가전, 통신, 단말UI, 로봇, BM 특허출원
중소기업간 무효심판/정정심판 및 영업비밀침해소송 대리
유럽 특허침해소송, 무효소송 및 협상 대응(독일/프랑스)
미국 특허침해소송, 무효심판(IPR), ICC 중재재판 및 협상 대응

주요 학력 및 경력

한국과학기술원 지식재산대학원 석사 (2020)
Northwestern University LL.M. 수료중 (현재)
제45회 변리사 시험 합격 (2008)
세림특허법률사무소 (2009~2010)
㈜도루코 사내변리사 (2014~2019)
특허법인 서한 파트너변리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