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변리사

중국의 양적성장을 통한 차단전략(blocking strategy)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간하는 “World Intellectual Property Indicators 2019”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기준 약 150만 건의 특허가 출원되어 전세계 특허출원 건수의 약 46%를 차지했다. 또 실용신안 출원 건수는 200만건 가량으로 전세계 출원 건수의 약 96% 수준이다. 중국출원의 대부분은 중국 자국기업에 의한 출원이다.

이진수 변리사

전문가들은 중국기술 수준이 아직 경쟁상대가 아닐 뿐 아니라 중국 특허(실용신안을 포함)들은 양만 많았지 쓰레기(garbage)라고 평가절하한다. 상당부분에서는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특허 중에는 비즈니스 기회를 저지하는 강력한 특허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최근 대다수의 산업분야에서 중국 출원발명(고안을 포함)을 선행기술로 인용해 등록이 거절되거나 무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특허의 양적성장을 통해 차단전략(blocking strategy)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을 가질 만하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중국 특허의 양적성장은 차단효과를 이미 발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세계 특허 출원 동향 : 중국은 2018년 기준 약 150만 건의 특허가 출원되어 전세계 특허출원 건수의 약 46%를 차지했다.

방어적인 전략 중 최상위 순위.. 차단특허(blocking patent)

2000년 카네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 ▲제품기준 복제금지(96%) ▲특허차단(82%) ▲소송억제(59%) ▲협상용도 (48%) ▲평판강화(48%) ▲ 라이센싱 매출(28%) ▲성과측정(6%) 등을 목적으로 특허전략을 수립한다고 답했다.

2000년 카네기 조사보고서 : Cohen et al (2000) “The Carnegie Mellon Survey” for US (EAS Internal Seminar 자료에서 재인용)

복제금지가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목표라고 하면, 특허차단과 소송억제는 ‘사업 자유도’ 확보를 위한 방어적인 전략목표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격적인 전략을 무수히 강조했다. 문득 방어적인 전략은 간과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특허의 본질인 배타성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전략이 최적일 수 있으나, 기업의 사업과 연계하면 방어적인 전략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 대기업 사내 특허팀의 최대 관심사는 방어적인 전략이었다. 그리고 방어적인 전략 중 최상위 순위는 차단전략, 차단특허(blocking patent)이다.

경쟁자 ‘독점력’을 낮추고 ‘사업 자유도’를 확보…차단특허 효과

물론 방어적인 특허전략 역시 배타성을 본질로 하는 특허의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공격적이든 방어적이든 차단특허 전략을 기반한다.

2004년 한때 S기업의 지적자산팀에서는 차단특허(blocking patent)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데에 고민을 많이 했다. 목표가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성과지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단특허를 경쟁사의 실시사업을 차단하는 특허로 정의하면 차단특허는 경쟁사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없는 특허를 의미하게 되고 상당부분 공격전략과 중첩된다.

반면 차단특허를 경쟁사의 특허획득을 차단하거나 무력화하는 특허로 정의하면 경쟁사의 특허출원이 심사되는 과정이나 무효심판 과정에서 등록요건의 흠결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인용발명(선행기술)을 의미하게 된다.

특허면에서 타인의 ‘독점력’을 낮추어 ‘사업 자유도’를 확보하는 것이 주 목표이다. 즉 방어적인 전략목표인 것이다.

특허 장벽 없는 자유시장 구현.. 차단특허 목표

방어적인 전략에서 정의된 차단특허에 대해 좀더 설명하면, 차단특허는 출원단계에서는 특허가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조성해 경쟁사 등이 시장에 바로 진입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유용하다.

원하는 청구항 권리로 등록이 허락되면 경쟁사는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다른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만큼 시장진입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기술개발의 성공 가능성도 미지수이다.

따라서 종종 상호 교차 실시계약(cross-license agreement)를 체결해 서로 시장 자유도 확보를 꾀한다. 공격이 가능한 차단특허가 등록이 허락되면 좀더 완벽한 울타리(fence)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분할출원(미국의 경우 계속출원 등)을 계속해 특허울타리(Patent fence)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설사 원하지 않는 청구항 권리로 등록이 허락되더라도 혹은 등록이 거절되거나 출원을 포기하더라도 경쟁사가 특허를 획득하는 것을 막거나 특허를 무효 시키는 중요한 증거가 되어 시장의 특허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자유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특허의 장벽 없이 제품 경쟁력만으로 자유경쟁하기 위한 것이다. 경쟁사의 특허 획득을 저지하기만 하면 되므로 반드시 특허를 획득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략을 구사하면 특허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다.

70~80% 후출원 발명에 대한… 확실한(?) 차단 효력

각국의 특허청 심사관은 특허법상 신규성 상실여부나 진보성(유럽은 inventive step; 미국은 non-obviousness) 흠결을 심사하기 위해 주로 특허문헌을 중심으로 선행기술을 찾는다.

유럽 특허청의 조사보고서 (EPO Search report) Sample 설명도

논문도 조사하기는 하나 항상 그러한 정밀조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지사실이나 공용사실, 특허문헌을 제외한 간행물에 의한 선공개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이해당사자의 몫이다.

유럽 특허청의 조사보고서(Search Report)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국제사무국의 국제조사보고서를 보면, 해당 출원발명의 등록을 방해할 만한 인용문헌(선행기술)이 기재되어 있고, 각각의 등급이 표시되어 있다.

X는 하나의 인용문헌 만으로도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의심할 만한 선행기술이란 의미이고, Y는 동일한 범주의 다른 선행기술과 결합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는 쉽다고 의심할 만한 선행기술이란 의미이다. A는 X나 Y에 속하지 않는 배경기술로서 특허의 확장을 제한할 수 있는 선행기술이란 의미이다.

심사관이 인용문헌으로 제시한 선행기술이 X급이나 Y급이면 상당수는 특허출원의 청구범위를 보정해 권리범위를 제한하거나 발명의 특징을 재선정해 핵심의 방향을 바꾼다.

또한 해당 출원은 또 다시 다른 특허출원의 선행기술로 인용될 수 있다. 이를 후행인용(forward citation)이라고 하며 또 다른 후출원 발명의 등록을 저지하거나 권리범위를 약화시킨다.

특허 인용 네트워크 분석 예시 출처 : patseer.com의 Multi-generation Citation Analysis 샘플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평균 특허 허락율은 미국이 35%, 유럽특허청(EPO)가 20.8%이라고 한다. 이중 인용문헌의 대부분이 특허 문헌이고 이렇게 특허 문헌은 약 70~80%의 후출원 발명의 등록 차단효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방어적인 차단특허(Defensive blocking patent) 확보전략은 특허 등록이 거절되거나 출원을 포기하더라도 경쟁사가 특허를 획득하는 것을 막거나 무효 시킬 수 있어서 시장의 특허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이진수 변리사 sonovman@gmail.com

  • -변리사(39회)
  • -現 ㈜휴롬 지식재산본부장
  • -現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前 서울반도체 법무임원
  • -前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