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카스, CRISPR/Cas9) 기술 스페이서 획득 과정 개념도 출처: Wikipedia & Amita & Sorek(2016)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 빼돌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첫 공판이 26일 대전지법에서 열려 국내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둘러싼 특허권 소유권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김 전 교수는 2010∼2014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받은 연구비 29억여원으로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기술 3건을 발명한 뒤 이를 자신이 최대주주인 바이오 기업 툴젠의 연구성과인 것처럼 꾸며 헐값에 이전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는 또 서울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근무하면서 발명한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기술 2건에 대해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고 각각 툴젠 명의로 이전한 혐의와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재료비 외상값을 IBS 단장 연구비용 카드로 결제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주요 특허 기술 성과가 전적으로 한국연구재단 연구 사업과의 인과 관계로 나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업무상 배임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라며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주목받는… 3세대 유전자 가위 특허기술(CRISPR/Cas9)

3세대 유전자 가위(크리스퍼/카스, CRISPR/Cas9)를 둘러싼 기술개발과 특허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유전자 가위 특허 소송은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진행되고 있어 세기의 특허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3세대 유전자 가위(크리스퍼/카스, CRISPR/Cas9) : 인간세포와 동식물세포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교정 또는 편집(Editing)하는 기술이다. 표적 DNA를 자른 후 세포 내 복구 시스템에 의해 다시 연결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교정과 원하는 변이가 일어난다. 특정 유전자 부위를 정확하게 잘라 내 그 기능을 알아내는 데에도 사용되고, 쥐를 대상으로 특정 유전자를 제거/억제하거나(Knockout) 특정 유전자를 삽입하여(Knock-in) 희귀 병을 가진 쥐를 만들기도 하는데, 종전에는 수개월~수년이 걸렸지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왜 세계는 유전자 가위 특허전쟁에 뛰어드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2050년이면 세계인구가 100억을 돌파한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암, 알츠하이머, 빈혈 등 각종 유전병 치료 ▲장기이식, 에이즈 등 난치병 치료 ▲식물 유전자 교정을 통한 식량문제 해결 ▲멸종동물 복원 등 의학, 생명공학, 식량 산업에 두루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진 연구팀들은 이미 세포 안에 있는 특정 유전자나 염기를 골라서 제거하거나 정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전자 가위 특허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기 사건내용 비고
2012년 5월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팀, 미국특허청에 CRISPR-Cas를 가출원(61652086) 원핵세포
2012년 10월 김진수 교수팀, 미국특허청에 RGEN인 ChimercRNA(sgRNA): Cas9를 가출원(61717324) 진핵세포 일반심사
2012년 12월 펭 장 교수 팀, 미국특허청에 CRISPR-Cas를 가출원(61736527) 진핵세포
2014년 4월 펭 장 교수 팀, 미국특허청으로부터 CRISPR-Cas9 기술에 대한 특허획득(8,697,359) 진핵세포/신속심사
2015년 4월 다우드나 교수님, 특허심판원에 펭 장 교수 팀의 저촉심사 제안서 제출  
2015년 10월 김진수 교수팀, 미국특허청을 통해 RGEN인 ChimercRNA(sgRNA):Cas9 출원서 공개(20150284727/14/438098) 진핵세포/일반심사
2017년 4월 유럽특허청(EPO), 다우드나 교수 팀의 특허출원을 인정 유럽 37개국이 승인

<표> 유전자 가위 특허 전쟁 관련 주요 내용

세계 최초 인간세포 유전자가위 특허.. 김진수 연구팀

2012년에 처음 소개된 3세대 유전자가위는 현재 3개 연구팀이 독자 개발을 주장하며 특허권 분쟁을 진행중이다. UC버클리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팀과 MIT 장펑 교수가 이끄는 브로드연구소가 미국과 유럽에서의 특허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유전자 가위 특허전쟁에 뛰어든 유력 주자중 하나가 한국의 김진수 前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이다.

김진수 교수팀이 공개한 인간세포 유전자가위 관련 논문 이미지

김진수 교수와 그가 공동 창업한 툴젠은 현재 10여개 국에 특허를 출원해 몇몇은 특허 등록을 마치기도 하고, 몇몇은 출원서가 공개되기도 하고, 나머지들은 심사를 받고 있다. 김교수팀이 출원한 특허기술은 인간 세포(진핵 세포 포함) 대상으로는 세계 최초이다.

인간 게놈(유전체)에서 잠재적인 비-표적 사이트들을 찾아, 비-표적 인델의 유도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오프타겟 효과 여부를 확인한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2018년 한 유력 일간지가 세금을 지원받아 만든 국내 3세대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를 김진수 교수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툴젠이 가로챘다고 보도하면서 ‘특허 빼돌리기’ 의혹이 불거졌다.

유전자 가위를 둘러싼 절차적 문제의 핵심은 2012년, 김진수 단장이 서울대에 근무할 때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29억 원)을 지원 받아 발명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기술 3건을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툴젠)의 연구성과인 것처럼 행세해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툴젠 명의로 기술이전을 받은 부분이다.

또 서울대와 IBS에 근무하면서 발명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기술 2건에 대해 직무발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툴젠 명의로 특허출원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서울대와 툴젠은 지난해 9월 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특허 재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툴젠은 약 13억원 상당인 자사주 3만 주를 서울대에 추가로 넘겼다. 툴젠은 당시 “협약을 통해 서울대는 주요 제품 개발 및 출시 과정에서 툴젠의 성장에 따른 수익을 일부 공유할 것”이라며 “유전자가위 특허 관련 논쟁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진수 교수팀이 공개한 인간세포 유전자가위 관련 논문 이미지

불명확하고 경직된… 직무발명과 특허 소유권 제도

특허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특허 소유권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만, 하나의 결함이라도 발견되는 경우 사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김진수 교수팀 사건은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M&A 과정에서 대상 회사가 확실히 직무발명을 승계했는지, 또는 승계가 누락된 발명은 없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국내의 경우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직무발명의 보상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직무발명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부족했고, 직무발명제도 운영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직무발명 승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직무발명 보상에 대한 법적 의무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또 직무발명 문제는 해당 발명의 착상 시점으로 판단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종업원이 퇴직 전 발명을 착상하였다는 근거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종업원의 발명을 사용자 자신의 직무발명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지식재산 전문가들은 “발명 및 특허 소유권과 관련해 직무발명 제도의 정확한 이해는 종업원이나 발명가는 물론이고 사용자인 기관 및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국내의 경직된 직무발명 제도와 영업비밀 유출 관련 법령 및 판단 기준도 시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