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변리사 (중국 China Science(中科) 특허법인)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상표무효행정소송에서 원고인 컨설팅 회사와 원고가 설립한 상표대리사무소를 사실상 상표브로커로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2017)最高法行申4191号(2018.10.13)).

법원은 원고(우한중군교원서비스유한공사)가 1000개 가까운 상표를 출원한 것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주주 중 한 명이 북경신화상지식재산대리유한공사(北京新华商知识产权代理有限公司)를 설립해 다량의 상표를 출원하고, 이 회사 웹사이트에 대량의 상표를 공개적으로 판매한 행위는 신의성실원칙을 위반함과 동시에, 부당이득을 도모하는 신용불량행위가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상표대리사무소인 북경신화상지식재산대리유한공사가 출원한 42건의 상표를 보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업(제45류)에는 전혀 출원된 것이 없고 전부 법률서비스업과는 동떨어진 상품류에만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표대리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실제로는 상표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상표 표절.. 진화하는 상표브로커

이종기 변리사

중국 상표브로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중국 상표브로커가 개인이나 소기업이 간단하고 조잡한 방식으로 타인의 상표를 표절하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컨설팅 회사나 상표대리사무소를 설립해 브로커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직접 출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화했다.

예전에 비해 더욱 은밀하고 대범해 지고 있으며, 권리자가 권리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타인의 상표를 대량으로 사재기 한 후 침해소송, 손해배상 위협, 악의적 고소 등 보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특징이다.

컨설팅, 정보기술 업체를 앞세워.. 달라진 상표브로커 주체

과거에는 주로 개인이나 소기업이 타인의 유명상표를 표절했다. 대표적인 상표 브로커로 우리 기업을 가장 많이 괴롭혀 온 김광춘의 경우 개인 명의로만 810건이나 되는 상표를 출원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로 정보컨설팅회사, 정보기술개발회사 등을 설립해서 이를 통해 출원을 한다. 이들의 특징은 인터넷에 정통하고 기업의 정보를 포착하는데도 능숙하다는 점이다.

앞서의 김광춘의 경우에도 심양신사격림무역유한공사(沈阳绅士格林贸易有限公司)을 비롯해 여러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있다.

*왼쪽:김광춘이 출원한 상표(총 810건) *오른쪽 :김광춘이 설립한 심양신사격림무역공사가 출원한 상표(총 359건)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위 최고인민법원 판례의 사례처럼 지재권회사나 상표대리기구를 설립해 타인의 상표를 대량 선점하고, 이를 양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처럼 시장질서 문란행위가 심각해지자, 중국정부가 4차 상표법 개정시(2019년 11월1일 시행) 상표대리기구가 법률서비스업(45류)이 아닌 다른 상품류에 출원했을 경우 이를 이의신청 및 무효심판의 사유에 해당하도록 규정했다.

상표출원의 빈틈을 찾아 공격.. 적극적인 이익취득 수단

기존에는 유명브랜드에 편승해 가짜를 진짜로 속이거나 품질 낮은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보의 우세를 바탕으로 타깃으로 삼고 있는 회사의 새로운 주력상표를 찾아, 그 상표출원의 빈틈을 찾아내서 신속히 선점하는 방식이다.

만약 상표브로커가 출원한 상표가 거절되면, 상표를 조금 변형해 재출원하거나, 거절불복심판을 제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때로는 상표브로커가 상표를 선점 후 오히려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상표권자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양도협상을 진행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상표를 양도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선점대상 상품과 수량.. 전문 상표 브로커

기존에는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본인의 경영과 무관한 상품에 대해서는 선점하지 않았고 선점 상표 수량도 소량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실제 기업경영을 하지 않는 브로커들이 많고, 선점상품도 주로 인터넷 기업의 상품 및 정보서비스 등에 집중되어 있으며, 선점상표 수량도 대량화되고 있다.

선점 상품의 경우 9류(소프트웨어, 앱 등), 35류(온라인 광고,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 36류(금융서비스), 38류(정보통신), 42류(소프트웨어 개발) 등 서비스가 주 선점대상이다.

’19년 중국 무단선점 의심 주요 상표 현황

그러나 중국 상표브로커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업종은 최근 몇 년간의 통계를 보면 여전히 프랜차이즈(18.9%), 식품(16.2%), 의류(14.9%), 화장품(9.1%) 등의 순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특허청이 최근 실시한 무단선점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중국에서는 ’19년 한 해 동안 상표 3건이상 다수선점자에 의해 우리기업 176개사, 총 738건의 상표가 무단선점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선점상표는 네파, 모노크롬 등 의류, 인형제조업체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조사 결과, 업종별로는 프랜차이즈가 130건(17.6%), 식품이 117건(15.9%), 화장품이 58건(7.9%), 의류가 31건(4.2%)으로 나타나, 프랜차이즈와 식품업종의 피해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기 변리사 aroma4275@naver.com

이종기 변리사는 부산대 법학과를 거쳐 중국사회과학원(법학석사)을 졸업했다. 특허청 국제협력과, 상표심사과, 특허심판원(상표심판관), 중국 국가지식산권국(특허청) 파견관, 특허청 국제상표출원심사팀(마드리드 심사관) 등을 거쳐 현재 중국 China Science 특허법인에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상표톡톡”(한국 출판) “国外专利实务(해외특허실무)” “韩国商标法(한국상표법)”(이상 중국에서 출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