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변리사

특허권은 등록결정 후 3년치의 등록료를 납부하면 등록이 되며, 3년치 이후의 연차료를 미리 납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짐과 더불어 경제와 경영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꺼번에 연차료를 납부하기 보다는 특허가 활용되는 상황을 보아가며 연차료를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등록특허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와 등록료 납부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회사가 등록특허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시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 그 특허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A급 특허 결정… 누가 책임지나?

저자가 특허업무를 하면서 경험한 바는 A-B-C 또는 S-A-B-C나 1-2-3급과 같이 회사마다 형식과 기준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는 보유한 특허에 등급을 매겨서 등록유지와 관리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저자가 기업체에 근무할 때 그 회사에서는 특허관리자의 재량에 의해 B급 및 C급특허를 결정하고, 이들 중 기술성과 시장성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원회에 상정해 A급에 해당하는지를 정기적으로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

하루는 저자의 동료인 특허관리자가 출원업무를 담당했던 특허 중, 기술내용이 복잡하지는 않으면서도 아이디어가 매우 기발한데다 그 특허를 적용한 효과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감탄할 만한 것이 있었다.

해당 특허를 A급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열기에 앞서 특허관리부서의 장이 소집한 내부 회의가 열렸고 저자가 그 특허의 A급 심의 담당을 맡았다.

그 특허는 물건이 아닌 ‘방법’ 관한 것이었는데, 저자가 기술내용을 설명하자 특허관리부서장이 “이건 그…..실용신안이나 해야 되는 거 아냐? 심의에 올렸다가 A급 못 받으면 책임 질거야?”라고 발언했고, 참석한 부서원들 모두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첫째, 방법은 실용신안 출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특허관리자라면 기초적인 내용이다. 실용신안은 물품의 형상이나 구조 등에 관한 것만 가능하기 때문에, 방법은 실용신안법상의 고안의 대상이 아니다.

둘째, 특허법상의 진보성은 절대 기술적 복잡성과 동의어가 아니다.

셋째, 저자의 판단이 잘못되어 그 특허가 설사 A급이 아니더라도 심의에서 판정될 문제이지,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특허관리조직의 장으로서의 적합한 리더십이라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꼰대문화 뿐 아니라 상급 관리자들의 책임회피가 만연한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해당 건은 저자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심의위원회에 상정되었고, 심의위원으로 참석한 각 부서의 임원들 모두 박수를 치며 훌륭한 발명이라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내놓아 A급특허로 인정되었다.

A등급이 부여된 특허에 대한 활용방안: 자체 등급 부여결과 A급이나 그 이상의 중요 특허라면 당연히 별도로 철저히 관리를 할 것이다. 당장 사업진출을 하거나 수출을 하는 국가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을 통해 해외국가로 직접 또는 PCT 출원을 병행해야 한다. 최초 출원 당시에 발명의 설명에는 기재 되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청구범위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분할출원 또는 보정 등을 통해 청구범위를 추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등록결정 이후에 분할출원이 불가했으나, 2015년 개정법에 따라 등록결정서를 받은 후에도 분할출원이 가능해졌다.

또 과거에는 등록결정서를 받고 나서는 분할출원을 할 수 없어서, 출원인이 담당 심사관에게 기재불비를 사유로 거절이유를 한 번만 더 내달라고 부탁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특허등록결정서를 받고도 분할출원이 허용되면서 발명의 충실한 보호가 가능해졌다. 특히 S, A급과 같은 높은 등급의 특허에 대해서는 개량 발명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도록 발명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등 주요 발명자의 관리도 필요하다.

국가지식재산 거래플랫폼 IP-Market: 이 곳에 특허를 등록하거나 기술거래중개인 네트워크를 통하면 1천만원 이내의 소액에라도 처분할 수 있다.

복잡한 기술은… A급 특허(?)

돌이켜보면, 당시 부서장으로서는 컴퓨터시스템 구조에 관한 분석설계 업무만 담당하다가 갑자기 특허부서의 장이 되었지만,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에 관한 마인드를 갖거나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

단지, 본인이 겪어온 분야의 기존 지식에만 의존하려 하는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였을 뿐이다. 그러한 부서장의 오판에 저자가 양보했다면 소중한 지식재산이 빛을 보지 못하고 발명자인 엔지니어들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미활용 특허에 대한 처리방안 모색: 특허가 불필요한 경우 별도의 등록료 납부 없이 포기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는 실시할 가능성이 낮지만 다른 곳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와의 상생 차원에서 보유특허의 무상 실시허락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출원비용이라도 건진다는 차원에서는 국가지식재산 거래플랫폼인 IP-Market에 등록하거나 기술거래중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1천만원 이내의 소액에라도 처분할 수 있다. 또한, 2015년 11월 부터는 창조경제혁신센터나 발명진흥회를 통해 특허를 무상기부하는 경우 지식재산포인트를 부여받아 특허청 수수료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있다.

특허 패밀리 중 미국특허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외 대리인을 통한 기술이전, 또는 Allied Security Trust(AST)나 RPX Corporation와 같은 특허펀드를 통한 라이센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펀드는 회원사들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입찰(bidding)을 받고 입찰자(bidder)가 있는 경우 회원사를 대리해 특허권자와 라이센싱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또한, 구글 등과 같이 기업규모에 비해서 특허 포트폴리오가 빈약한 기업들이 자사 특허 포트폴리오 확충을 위해 적극 매입에 나선 사례가 있다.

IBM이나 MS, 오라클과 같은 기업에서 제시한 복잡한 다이어그램과 순서도가 들어간 것들만이 좋은 기술이고 좋은 특허는 아니다.

결국, 특허관리자로서 특허업무를 오래 하면서 고도한 기술내용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유사한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

장진규 변리사

고고려대학교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학위를, 그리고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포스데이타(주)에서 해외마케팅 팀 근무 중 제43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국내 굴지의 특허법인과 대기업, 대학교에서 특허출원과 관리, 라이센싱 및 기술사업화 업무를 수행하며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과 산업발전에 기여왔 다.강연 및 저술활동으로는 대한변리사회,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에서 특허관리업무에 관한 강의를 하였고, 대한민국의 지식재산 제도 발전을 위한 제언들이 다양한 매체에 게재된 바 있다.

무엇보다 지식재산의 핵은 공유와 소통이라는 신념 하에 일반인들에게도 특허제도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