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엄청난 연구개발(R&D) 투자와 특허출원 건수를 자랑하면서도, 매년 기술무역 수지는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요?”

박성준 특허심판원장

박성준 특허심판원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운영하는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에서 수년째 강연을 하고 있다. KAIST- AIP 과정은 중소벤처기업부·특허법원·특허청·카이스트 등 4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인들에게 지식재산의 중요성과 특허소송 분쟁사례 및 대처방안 등을 가르친다.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인을 상대로 한 박성준 원장의 KAIST- AIP 강연은 기술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어 내야 할 지식재산 생태계가 악순환 사이클에 빠져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결론적으로, 박 원장은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혁신이 큰 성과로 이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수년간 개발한 기술을 탈취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은 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KAIST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 : 중소벤처기업부·특허법원·특허청·KAIST가 공동 주최하는 과정으로 교육생은 기업인, 전문가 등 50명 내외로 선발되며, 중소기업인은 50%의 등록금 감면혜택이 부여된다. 주요 교육과정은 △지식재산 개론 및 핵심 △기술보호 정책 및 전략 △지식재산의 민·형사 보호전략 △해외 지식재산보호 동향 △정보·바이오·환경에너지·인공지능 기술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다. AIP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은 KAIST 총장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되고, KAIST 동문 자격과 각종 동문행사 참가 특전도 제공된다.

특히 KAIST- AIP 과정은 중소기업인들에게 지식재산의 중요성과 특허소송 분쟁사례와 대처방안 등을 16주에 걸쳐 30여 과목을 가르친다. 특허분쟁 실무를 담당하는 법원·검찰·특허법원 관계자들이 강사로 나와 실제적인 특허분쟁에 대해 강의를 하기 때문에 분쟁중인 중소벤처 기업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강의 유용성에 대한 만족도 결과

그 결과, 최근 실시한 강의만족도 조사에서 ‘만족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2.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과목 중 하나인 ‘법원견학’에 대해서는 ‘만족 이상’이 95.5%에 달하고, ‘강의 전달’ 항목에서도 93.1%가 ‘만족 이상’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올해 제9기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은 현재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입학식을 1개월 연기해 오는 4월 22일에 열릴 예정이다.

박성준 특허심판원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운영하는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악순환 사이클에 빠진.. 한국 지식재산 생태계

박성준 원장은 “국내에서는 지재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터무니 없이 낮고, 또 특허침해 소송 도중에 오히려 자신의 특허가 무효화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낮은 손해배상과 높은 무효율은 특허 침해를 쉽게 만들고 이는 특허 가치와 신뢰성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특허를 담보로 한 자금지원이 어렵게 되고 특허를 거래할 유인도 없어져 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환경은 기술 사업화를 어렵게 하고 기술개발과 창작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순환 사이클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권리화 및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발생하는 애로사항과 문제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의 뿌리를 파악해 보면, 우리나라 지식재산 생태계가 악순환의 사이클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지재권 보호가 부실한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지식재산 악순환 사이클을 치료할… 4개 처방전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증거조사 절차를 강화해 특허침해자로부터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아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특허 심사인력 증원 등을 통해 심사 품질을 높여 무효율을 낮추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박성준 특허심판원장은 KAIST- AIP 강연에서 지식재산 악순환 사이클을 해결할 대책으로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강한 특허 정책이 필요하다.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한 실절적인 보상과 함께 무효율을 낮출 수 있는 특허 심사 인프라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사인력 증원이나 심사품질은 단기간에 효가가 나오는 시책이 아니므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모든 문제의 뿌리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박 원장은 “특허에 대한 인식도 가급적 특허를 무효화시켜 누구나 기술을 쓰도록 하려는 생각보다는 기술개발 노력을 적극 권리화해 사업화 기반을 만들어 주는 등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식재산 창출에서 무덤까지.. 90년대 벤처신화의 붕괴

둘째, 글로벌 특허정책이 필수적이다. 특허는 각 나라마다 출원해 등록받아야 하므로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특허 하나의 기대수익은 다르다. 시장이 큰 나라에서의 특허는 그만큼 특허당 기대이익이 크다. 따라서 관련 특허를 획득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처럼 큰 시장이 아니어서 기대이익이 상대적으로 낮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 경제에서는 중소벤처기업들도 창업부터 해외출원과 권리확보를 해야하지만, 소자본으로 출발한 기업이 수천만원을 들여 시작부터 해외 권리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외출원 및 권리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연합에서 특허제도 통합이 시작된 계기도 시장통합으로 EU내 어디든 물건을 팔 수 있지만 특허제도는 각 나라마다 유지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출원 등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새로운 지식재산 거버넌스

국내 지식재산 악순환 사이클을 해결할 세 번째 해법은 유연한 특허제도이다.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두드러진 현상은 새로 등장하는 유니콘 기업들 대부분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박성준 특허심판원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운영하는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AIP)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우버는 전세계 최대 택시회사지만 택시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 있고 에어비앤비도 최대 호텔체인이지만 호텔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등에 기반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특허제도는 이를 수용하기에 불편한 부분이 많다.

특히 획일적인 양식에 따라 기술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장시간의 출원과 심사를 거쳐야만 보호해주는 것은 신속한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출원등록에 의한 지재권보호만이 아니라 좀더 유연한 지재권 보호제도가 필요하다.

박 원장은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아이디어 탈취를 막거나 형태모방에 대한 금지 등 보다 신속한 보호절차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특별사법경찰과 같이 분쟁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로, 지식재산 거버넌스 개편도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과 혁신 성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재권 정책은 국정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재권 문제는 R&D 뿐만 아니라 금융, 교육, 법집행, 공정거래, 문화정책 등 여러 국정 분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슈이다.

IP 거버넌스 혁신 전략

그럼에도 국무회의에서 지재권 이슈를 제대로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현재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으나 각부처 파견인력으로 구성되어 지재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청은 2000명의 지재권 전문인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재권 정책수단이 부족해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 원장은 “미국처럼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신설해 관련 이슈를 국정 어젠다로 논의하는 동시에, 여러 부처가 지재권 정책을 조율할 수 있도록 특허청과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통합해 지식재산처를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