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변리사

특허권은 등록결정 후 3년치의 등록료를 납부하면 등록이 되며, 3년치 이후의 연차료를 미리 납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짐과 더불어 경제와 경영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꺼번에 연차료를 납부하기 보다는 특허가 활용되는 상황을 보아가며 연차료를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등록특허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와 등록료 납부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회사가 등록특허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시할 가능성이 낮은 경우 그 특허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쉽지 않은… 등록특허 유지여부 판단

특허출원이 심사를 거쳐 심사관으로부터 등록결정통지서를 받으면 최초 3년분의 등록료를 납부함으로써 특허청에 설정 등록되어 특허권의 효력이 발생한다(물론, 3년분 이상의 연차료를 내는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경험상 많지 않다).

그런데, 3년이 지나서 다음 연차료를 납부할 시기가 다가온 특허들은 효용성과 그 특허를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면밀히 비교해 포기 또는 유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빠른 경우에는 등록 후 3년이면 해당 특허가 비즈니스에 활용되는지 여부가 충분히 판단이 될 것이고, 해외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한 국제출원은 이미 그 전에 각국마다 국내 단계(national phase) 진입결정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한편, 당장 그 등록특허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에 해당 특허가 활용될 사업을 재개한다거나, 기술 트렌드가 바뀌거나 해당 기술의 표준화 동향이 그 등록특허와 매칭되도록 흘러가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등록특허 유지여부의 판단은 주가를 예측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다소 진부한 사례이긴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글로벌 소송전에서 활용된 애플 특허 중 대표적인 것으로서 ‘밀어서 잠금해제’에 관한 특허가 (비록 분쟁 과정에서 무효가 되었을지언정) 출원 후 여러 해가 지나서 분쟁에서 삼성전자를 괴롭히는 힘을 발휘한 사례를 비추어보더라도 특허유지 여부의 판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표준필수특허(SEP)인 경우에는 그 표준규격에 부합하는 특허들이 해당 표준규격이 완성되기 5~10년 또는 그 전에 출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심의위원회를 통한.. 공동 결정

이러한 판단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개발자(부서)나 사업부서 또는 특허관리자(부서)가 단독으로 판단을 하기보다,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동의 의견을 모아서 판단함으로써 책임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통상적으로 사업부서나 개발자에게 특허의 등록유지 예산을 부담하게 하지는 않다보니, 사업부서나 개발자들은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에게 관련된 특허의 유지필요성에 대해 웬만하면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단순 토론을 통한 합의는 쉽지 않으므로 등록특허의 유지예산 내에서 연차료 납부기간이 다가오는 특허들에 대해 기술성・사업성에 대한 평가점수를 매겨 순위에 따라 포기할 특허를 정하는 업무방식이 널리 이용된다.

계층구조 모형 사례 :제품과 평가대상 등록특허들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매칭되는지, 제품 시장성, 특허성의 세 가지 요소를 제1계층으로 했다. 제1계층의 하위 계층들로 기술트렌드, 기술기여도, 시장규모, 점유율, 등록가능성, 명세서 충실도 등을 제2계층의 요소로 두고 등록특허를 비교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특허유지여부를 결정한다면, 특허관리자의 행정부담을 덜어 주고 사업부서의 담당자나 엔지니어의 심의위원회 차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등록특허 유지여부 판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정례화 시키거나, 향후 1년간 연차료 납부기간이 도래하는 특허들에 대해서 일정기간 동안 심의위원회를 매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객관적 의사결정 도구.. 계층화 분석법(AHP)

그런데, 심의위원회를 열어 포기 또는 유지할 특허를 특허성, 기술성, 사업성 항목으로 나누어 심의위원들이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고 이를 평균한 순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심의위원회 당시의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심의위원의 직관에 좌우되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계층구조모형에 따른 계층화 분석법(Analytical Hierarchy Process, AHP)결과 예시

이에 복수의 기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계층화 분석법(Analytical Hierarchy Process, AHP)을 등록특허 유지여부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AHP는 다수의 대안을 비교할 때 비교기준 내지 속성 간의 중요도를 계층적으로 파악해서 각 대안의 중요도를 산정하는 기법으로, 시스템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방법론이다.

장진규 변리사

고고려대학교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학위를, 그리고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포스데이타(주)에서 해외마케팅 팀 근무 중 제43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국내 굴지의 특허법인과 대기업, 대학교에서 특허출원과 관리, 라이센싱 및 기술사업화 업무를 수행하며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과 산업발전에 기여왔 다.강연 및 저술활동으로는 대한변리사회,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에서 특허관리업무에 관한 강의를 하였고, 대한민국의 지식재산 제도 발전을 위한 제언들이 다양한 매체에 게재된 바 있다.

무엇보다 지식재산의 핵은 공유와 소통이라는 신념 하에 일반인들에게도 특허제도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