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변환시키는 초기 원천기술 개발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바꾸는 새로운 치료 원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향후 새로운 개념의 치료전략이 적용된다면 현재 항암치료의 많은 부작용과 내성 발생을 모두 최소화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크게 완화일 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대장암세포를 일반적인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대장암세포와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개발했다.


정상화된 암세포의 표현형 검증: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SETDB1의 발현을 억제한 후 대장암세포 중에서 정상세포 특이적 마커(KRT20: 빨간색으로 표시)를 발현하는 세포들이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정상화된 세포들은 분열세포 특이적 마커(Ki-67: 초록색으로 표시)를 더 이상 발현하지 않는 분열중지상태가 되는 것을 또한 확인했다 (그림 A). 서로 다른 세 가지 대장암세포주에서 이러한 변화를 단일세포 수준으로 분석하였으며 (그림 B와 C), 1주일 이상 관찰하였을 때 정상화된 세포들이 분열과 성장을 멈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림 D).

현재 항암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암 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임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신체 내 정상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사멸시켜 구토, 설사, 탈모, 골수 기능장애, 무기력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게다가 암세포들은 항암제에 본질적인 내성을 갖거나 새로운 내성을 갖게 돼 약물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는 암세포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항암치료는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정상 세포의 사멸을 감수해야만 하는 문제를 갖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없애는 표적 항암요법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면역 항암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으나 각각 효과와 적용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며 장기치료 시 여전히 내성 발생의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개발된 항암요법들은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 공통적인 조건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새로운 방식의의 치료전략을 제안했다.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변환되는 현상은 20세기 초부터 간혹 관찰됐지만, 그 원리가 연구되지 않았으며 또한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연구된 바 없었다.

맞춤형 치료제 관련 40여여건 국내외 특허… KAIST 조광현 교수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조광현 교수는 IT와 BT를 결합한 융합연구인 시스템생물학으로 유방암 세포의 사멸을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최적의 약물 조합을 발굴하고 환자맞춤형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융합원천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복잡한 생명현상이 단일인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구성인자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것임을 파악하고 이를 IT의 수학모델링과 컴퓨터시뮬레이션, 그리고 BT의 분자세포생물학 실험을 융합하여 접근함으로써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21세기 바이오분야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융합연구 패러다임이다.

조 교수는 세포 이상 증식을 억제하고 암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p53 단백질 연구에서 큰 성과를 냈다. 수많은 피드백으로 복잡하게 얽힌 p53 신호전달네트워크를 대규모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p53의 동역학적 특성과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조절회로를 발견하고 p53의 동역학적 특성의 변화에 따라 세포 사멸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 및 개발 과정에서, 조교수는 악성종양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Wip1 저해제 및 Mdm-2/p53 상호작용 저해제를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다제내성 종양 치료를 위한 항암제 및 치료방법’ 특허를 국내 및 해외에 등록했다.

조 교수는 또한 PI3K/mTOR 저해제에 대한 저항성 암의 치료제 및 스크리닝 방법을 제공하는 PI3K/mTOR 저해제 저항성 암 치료제 특허 등 40여여건의 국내외 특허도 출원 및 등록했다.

1907년 스위스 병리학자 막스 아스카나지(Max Askanazy)가 난소의 기형종(테라토마)이 정상 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이래로 다양한 암종에서 정상 세포로 변화되는 현상들이 산발적으로 보고됐고, 이러한 보고에서는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지닌 상태에서 주변 미세환경의 변화나 특정 자극 때문에 정상 세포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만이 관찰됐다.

조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방법을 통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할 수 있는 핵심조절인자를 탐구했고, 그 결과 다섯 개의 핵심전사인자(CDX2, ELF3, HNF4G, PPARG, VDR)와 이들의 전사 활성도를 억제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인 SETDB1을 발견했다.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DNA의 유전 정보를 읽고 특정 시작점인 프로모터(promoter) 영역에 직접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시작하게끔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에게는 최소 1,000여 개에서 최대 2,000여 개의 전사인자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서 여러 유전자들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후성 유전학적 조절 인자 (epigenetic regulator)

유전자의 발현은 DNA의 염기서열에 의해 조절됨과 동시에 또한 DNA의 메틸화, DNA를 둘러싸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에 의해서도 조절된다. 이처럼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기작을 후성유전학적 조절기작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SETDB1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정상 세포로 변환할 수 있음을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대장암세포에서 SETDB1을 억제했을 때 세포가 분열을 중지하고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발현패턴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에서는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SETDB1이 정상 세포의 핵심전사인자를 억제해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SETDB1을 조절함으로써 다시 원래의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gene regulatory network)

세포가 각 조직에서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조직별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 패턴과 연관되어 있다. 약 2만 여개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각 조직의 세포들은 고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 패턴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통해 결정이 된다.

세포 운명 조절 (cell fate control)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서 조절 위계(regulatory hierarchy)가 높은 소수의 전사인자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전체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전환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세포 운명을 조절할 수 있다. 2006년 신야 야마나카가 4개의 전사인자를 통해 피부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밝힌 이후 소수의 전사인자들을 조절함으로써 심장근육세포, 신경세포, 혈액세포 등으로 세포 운명 조절을 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환자유래의 대장암 오가노이드를 통한 실험적 검증 : 대장암환자로부터 유래된 대장암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배양한 유사장기)에서 SETDB1의 발현을 억제하였을 때 정상 대장오가노이드의 형태를 회복하였으며 (그림 D와 E), SETDB1의 발현이 높은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쁨을 확인하였다 (그림 A와 B).

조 교수 연구팀은 서울삼성병원과의 협동 연구를 통해 SETDB1이 높게 발현되는 대장암세포를 가진 환자들에게서 더 안 좋은 예후가 나타남을 확인했으며,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배양한 장기유사체)에서 SETDB1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시 정상 세포와 같은 형태로 변화함을 관찰했다.

오가노이드 (organoid)

오가노이드 혹은 장기유사체는 줄기세포의 분열과 분화를 통해 형성된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가 가능한 3차원 세포 집합체를 뜻한다. 기존 배양방식이 본래 조직의 환경을 충분히 모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험실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했을 때 본래의 특성을 상실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으로 특수소재를 사용하여 3차원으로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본래 조직의 기능을 재현하고 실제 신체 내 환경에 근접한 생리활성을 재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 새로운 치료 기술 실현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타겟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저분자화합물은 아직 개발된 바 없으며 추후 신약개발과 전임상실험을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 축적에 의한 현상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를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이번 연구는 암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서 잘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열었다”라고 말했다.

KAIST 이수범 연구원, 황채영, 김동산 박사, 한영현 박사과정, 서울삼성병원의 이찬수 박사, 홍성노 교수, 김석형 교수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분자암연구(Molecular Cancer Research)’ 1월 2일 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으며, 하이라이트 특집 기사도 함께 출판됐다. (논문명: Network inference analysis identifies SETDB1 as a key regulator for reverting colorectal cancer cells into differentiated normal-like cells).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KAIST Grand Challenge 30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주상돈    newsd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