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욱 테스 지식재산팀장

경쟁사나 후발기업과의 지식재산 분쟁에 대한 예방 및 대응도 회사 특허관리자가 수행하는 핵심 업무 중 하나이다. 기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분쟁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대응이 필수적이다. 

침해 경고장에 대한 정밀한 검토와 적절한 대응…

박카스로 유명한 국내 제약업체인 동아제약은 아미카신이라는 항생제를 개발해 제품화를 진행하던 중 1985년 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사로부터 특허침해에 대한 경고장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은 신중한 검토 없이 침해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회신을 했으며, 이로 인해 이후 소송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필자의 지인이 특허업무를 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H사의 경우에도 독일의 S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경고장에 대해 특허침해에 대해 인정하고 협상을 원한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내려고 회신문의 초안을 만들었으나, 필자에게 비공식적인 의견을 물러 온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앞선 동아제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쉽게 침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회신은 반드시 이후 분쟁의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이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준 적이 있다. 동아제약이나 위의 H사 같은 대기업들도 흔히 이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더 한 경우가 많다.

필자의 지인도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고장에 대해 “미안하다. 얼마의 배상을 원하는가?”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냄으로써 이후 소송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보았다. 이상의 사례는 한국에서의 사례이므로, 그나마 이후 소송에서 승소를 한 경우가 종종 있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소장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증거개시제도(discovery)가 있어 모든 증거자료의 제출을 강제하는 제도가 있을 뿐 아니라, 이전의 주장(여기에서는 침해를 인정하는 답변)을 이후 뒤집는 주장(다시 침해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려면 이는 금반언(estoppel)의 원칙에 의해 제한된다.

따라서 경고장에 대해서는 면밀하고 정밀한 검토를 통해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송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경고장을 받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변리사, 변호사 등의 전문가를 선임해 초기대응부터 문제가 없게 해야 한다. 초기 비용을 절감한다고 자체적인 비전문적 대응을 하는 경우에는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국내 반도체 관련 중견기업인 K사는 일본의 H사로부터 특허침해를 주장 받았고, H사는 미국에서 K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게 된 K사는 소장을 접수하기 전 초기단계에서부터 국내의 로펌과 미국의 로펌을 선임해 소송의 초기대응을 잘 함으로써 이후 소송에서 유리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물론 이에 따른 초기 수 개월간 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소모했지만, 이는 미국 1심 소송이 평균적으로 300만 달러 이상 든다는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침해주장 특허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무효 또는 권리범위확인심판

초기 단계 외에도 침해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한국에서는 무효심판 또는 권리범위확인심판, 미국에서는 당사자계 재심사(Inter Partes Review; IPR) 또는 등록후 재심사(Post Grant Review; PGR)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당사자계 재심사 및 등록 후 재심사 비교

미국에서 당사자계 재심사와 등록후 재심사의 차이에 대해서는 위의 <표>에 간단히 정리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절차인 당사자계 재심사에 대한 프로세스는 아래 <그림>과 같다.

당사자계 재심사 프로세스

만일 해당 특허권이 무효가 되면 이 특허권은 소급해 무효가 되는 것이므로, 관련한 소송은 소송의 목적물인 소송물이 없어져 각하되게 된다. 따라서 침해주장을 받은 피고의 입장에서는 비침해의 주장과 함께 특허의 무효 주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비실시 기업의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자산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외에는 별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만일 자신이 보유한 특허가 무효가 된다면 매우 난처하게 된다. 비실시 기업은 이 특허를 가지고 여러 회사들에게 라이선스나 소송을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므로,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되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비실시 기업이 제기한 소송이라면, 더욱더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비실시 기업의 특허침해로 인한 배상 내지 실시료 요구에 대해 많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특허소송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합의를 하고 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허소송의 추이 (출처 : RPX의 2015 NPE Activity)

그러나 현재는 너무나 많은 비실시 기업들이 있고, 하나의 비실시 기업에 실시료 내지 침해에 대한 배상을 하게 되면 다른 비실시 기업들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비실시 기업과의 소송에 적극적으로 변했다.

명확한 전략과 태도 + 협상을 통한 윈윈(win-win)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해서 협상을 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라는 것이 아니다. 협상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면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무리한 주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분쟁을 할 것인지, 협상으로 마무리 할 것인지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결정에 따르게 되겠지만, 이러한 결정은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 상대방의 의도 및 태도, 해당 제품의 중요성, 계쟁 특허의 무효가능성 등등을 모두 고려해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명확한 전략과 태도가 없으면, 분쟁의 과정에서 우왕좌왕하게 되고,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병욱 테스 지식재산팀장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재산대학원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일진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신규사업 검토 업무를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진그룹 퇴사 후 몇 개 특허사무소를 거쳐, 주식회사 에스앤에스텍 특허팀장으로 근무했다. 에스앤에스텍에서는 일본 회사와의 특허침해소송을 수행해 전부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동부하이텍에서 미국 및 한국 특허침해소송 업무를 지원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회사인 주식회사 테스에서 지적재산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지식재산경영을 모범적으로 구축해 왔으며, 특허 관리 및 분쟁 대응,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중이다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에서 기획조정위원, 중소기업분과 위원장, 학술분과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특허청에서는 손해배상제도 개선위원, 변리사제도 개선위원, 변리사 시험제도 개선위원, 민간제도 개선위원,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능력시험 출제 및 검수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2016년 <지식재산능력시험 교재(박문각)>, 2017년 <우리회사 특허관리(클라우드북스)>가 있다. 향후에도 지식재산 생태계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연구 및 강의, 저술 작업에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