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변리사

실제 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특허관리자로서는 특허분쟁의 리스크를 숙지해야 하고, 사업진행에 따른 시나리오를 경영진에 제시할 것을 종종 요구받는다. . 비록 미래의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 경영진의 판단에 도움을 주거나 때로는 설득목적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적 접근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허간 침해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 비침해 조사(FTO)

비침해 조사는 일명 실시 자유 분석(Freedom To Operate, FTO)으로 불리기도 하고, 특히 출시 전의 서비스 및 제품에 관련해서는 클리어런스 서치(Clearance Search)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조사는 관련된 특허를 검색하고 분석해, 우리회사가 어떠한 기술사상을 실시하는 것이 누군가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또는 우리 회사가 보유한 특허와 제3자의 특허간에 이용 및 저촉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본질이 조사이기 때문에 특허맵(Landscape), 특허성(patentability, 즉 신규성 및 진보성 등) 조사 등과 마찬가지로 선행특허조사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기술범위의 한정(define) 후 체계분류(taxonomy)와 검색을 위한 질의문(query)의 확정, 원시 데이터(raw data) 획득 후의 노이즈 필터링(noise filtering) 등의 진행과정들은 조사의 종류에 관계없이 유사하다.

그러나, 비침해 조사의 경우에는 출시하고자 하는 서비스 및 제품, 또는 매입하고자 하는 특허의 각 구성요소들과, 조사에 의해 발견된 주요 특허들 간의 침해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이 들어가게 된다. 즉, 구성요소들 간에 기술적 유사도가 있는지의 사실판단에 추가해, 최종적으로는 특허권의 침해인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수반된다.

또한 연구개발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일 때가 많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체적인 구현방안, 개별적인 모듈에 내재된 알고리듬 및 구성 등이 가변적일 수 있고, 실제 제품과 서비스 상용화나 양산시에 발생하는 상황변화, 외부에서 조달되는 모듈이나 부품의 경우 공급자(supplier)가 제공하는 제품의 구성이 바뀌는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부수적으로, 개발단계에 있어 연구개발부서 또는 생산관련 부서와의 협조 하에 비침해조사를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출시예정 제품의 회피설계가 이루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허 데이터베이스(DB)의 선행기술조사보고서 화면 – 선행문헌

출시를 앞둔 서비스나 제품이 제3자의 특허를 회피하기가 곤란하다고 판정되는 경우, 특허관리자와 사업부서 또는 개발부서 간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바뀔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엔지니어는 과도하게 기술적인 측면에 치우치거나 본인의 기술적 이해수준에 따라 침해여부를 판단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특허관리자는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심지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제3자 특허를 침해할 리스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엔지니어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차이가 큰 기술일지라도, 종국적으로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에서 다투게 될 때 심판관이나 판사의 입장에서는 동일하거나 균등범위에 속한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노련한 대리인의 의견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경쟁 특허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무효조사(Invalidation Search)

타인, 특히 경쟁회사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회피가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특허가 무효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는 간략히 경쟁사가 보유한 특허의 특허성을 보는 정도로, 출시가 확정된 경우에는 적정한 로열티의 지급을 고려하거나 경쟁사의 특허를 무효시키는 방안을 선택한다. 타인의 특허를 무효시킬 것인지 또는 협상을 통해 로열티를 지급할 것인지는 각 방안의 경제성과 서로 간의 협력가능성, 상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특허조사를 둘러싼 기업 활동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화시키지 않은 채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 후에도 그 상대방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대회사가 특허권 침해를 주장할 위험은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특허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선행기술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무효조사에 있어는 최대한 상대방이 보유한 특허의 특허성을 부정할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많이 찾는 것이 목표이다. 따라서, 단순히 국내 특허나 논문 등 데이터베이스 뿐 아니라 다양한 검색이 요구된다.

다만, 이러한 무효조사가 문제의 특허를 우리 회사가 침해할 행위를 할 것을 전제로 수행되었다는 정황이 향후 드러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이, 증거를 발견하는 제도가 잘 정비된 국가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전의 무효조사 행위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침해조사 및 무효조사에 따른 의사결정나무 예시

만일 우리회사의 제품출시로 인해 제3자의 특허침해가 불가피하고 그 특허가 매우 강력한 것이 확실한 경우에까지 무리하게 무효조사를 강행하다가 부작용을 겪어서는 곤란하다. 또한, 특정 특허들이 우리회사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하게 그 특허들의 무효화를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향후 해당 특허권자와 우리회사가 분쟁을 겪게 될 때, 상대방인 특허권자가 입증해야 할 침해의 증거자료를 우리회사가 작업해서 갖다 주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규 변리사

고고려대학교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학위를, 그리고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포스데이타(주)에서 해외마케팅 팀 근무 중 제43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국내 굴지의 특허법인과 대기업, 대학교에서 특허출원과 관리, 라이센싱 및 기술사업화 업무를 수행하며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과 산업발전에 기여왔다.

강연 및 저술활동으로는 대한변리사회,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에서 특허관리업무에 관한 강의를 하였고, 대한민국의 지식재산 제도 발전을 위한 제언들이 다양한 매체에 게재된 바 있다.

무엇보다 지식재산의 핵은 공유와 소통이라는 신념 하에 일반인들에게도 특허제도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